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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2/25) : Job interview 2005-2-8
 
1978년 10월

카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불문율 비슷한 것이 있다. 직장생활을 upgrade할려면 3년에서 5년 사이에 직장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일하게 되면, 그 회사에서 은퇴를 하던가 아니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일 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을 하게 되면 한 가지 일에만 전문화 되어서 다른 직장으로 옮겼을 때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또 그 때쯤 되면 나이가 있어서 직장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장을 옮겨서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고생을 하느니, 그냥 내 집같은 편안한 직장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다.

황박사는 미국에서 그의 명성을 듣고 보스톤 쪽으로 내려 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만약 황박사가 연구소를 떠난다고 가정을 하면, 난 어떻게 될까?’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게는 되겠지만 황박사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한번 밖으로 눈을 돌려 봐?’
그러고 보면 나도 많이 큰 것 같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이 없어서 울상이었고, 아무 일이나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입맛에 맞는 직장을 찾을 생각을 하다니……
“어진아, 너 참 많이 컸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화공학 잡지나 신문의 구직난을 들여다 보았다. 화학계통의 직장은 별로 없었다. 가끔 미국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있긴 했지만, 가족을 데리고 옮긴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카나다 시민권자가 미국에서 일을 할려고 할 때 받는 제약도 있었다. 황박사에게 듣기로는 미국회사에서 카나다 사람을 채용할려면 먼저 그 곳 일간지에 세 번 광고를 내고 미국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다음에 카나다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쪽은 제쳐 놓고 토론토 근교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을려니 더 힘들었다.

‘에~라~ 그만두고 현실에 만족하자!’
‘황박사가 떠나더라도 어떻게 되겠지.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지!’
모두 잊어 버리고 일이나 열심히 하기로 했다. 황박사는 미국으로 출장이 잦아졌고, 우리들이 만든 고분자 물질이 미국에 있는 회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을 뒤적이다가 우리 회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5년 경력을 가진 chemist를 찾는다는 광고를 봤다. 경력이 5년은 안 되지만 믿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이력서를 보냈다.

‘어~ 이게 웬 일이야?’
일 주일 후에 인터뷰를 하자는 통지가 왔다. 그런데 인터뷰 schedule를 보니까 Human Resources Manager를 포함해서 5명이 인터뷰를 하는데, 반나절이 꼬박 걸리는 빡빡한 schedule이었다.
‘D박사는 혼자서 다 했는데 이 회사는 어떻게 된거야?’

이젠 카나다에서 7년 정도 살았고, 학교도 다녔고, 직장생활도 3년 정도 했으니,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희망 사항뿐이었다. 아직도 영어로 발표를 하고 공식석상에서 이야기를 할려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욱기 직장을 잡기 위해 하는 인터뷰는 더욱 stress를 주었다.
‘영어를 한국말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기랄!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자꾸 움츠러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아랫배에 힘을 준 다음 회사문을 열고 들어섰다. 첫 인터뷰는 HR manager와 했다. 주로 일반적인 인적 상황과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position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30분이 훌딱 지나갔다. 어떻게 해서 5명과 인터뷰를 했는지 멍~했다. 군대말로 뺑뺑이를 돌린 것 같았다. D박사는 유기화학과 화학 방정식에 대해서만 물어 보았는데, 사람에 따라서 별걸 다 물어 보았다.

예를들면 “일을 하다가 함께 일하는 사람과 팽팽하게 의견이 맛설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상상도 못했던 질문을 쏟아 놓았다.
“일을 하다 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저 자신을 그 사람의 입장에 놓고 그 사람의 의견을 이해 할려고 애쓰겠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왜 그 사람과 다른지를 이야기하고 차근차근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의 의견과 상반되고 타결점을 얻지 못하면 기다리겠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많은 경우에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한 사람이 30분씩 인터뷰를 했다. 약 3시간을 인터뷰하고 회사문을 나서니 밖에는 햇볕이 쨍~하니 내려 쬐이고 있었다. 눈이 부셔서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내가 그렇게 긴장을 했었나?’
‘직장을 옮긴다는게 이렇게 힘드는 것이구나!’
직장이 되던 안되던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괜찮은 회사들은 모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고, 한 사람의 결정보다는 여러 사람의 결정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함께 일할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사람을 뽑는 다는 것이었다.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미국계 회사인데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회사였다. 인건비가 미국보다 싸기 때문이 카나다에 연구소를 신설하고 카나다의 두뇌들을 고용해서 인원을 보충하고 있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건물도 임시로 임대해서 쓰고 있었고 4년 계획으로 지금 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에 건물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장래가 촉망 되는 연구소였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인터뷰도 썩 잘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맘은 편했다.
‘되면 좋고 안되도 할수 없지! 내가 직장이 없어?’
첫번 직장을 잡을 때와는 달랐다. 그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고, 카나다에 산 경륜이 쌓였다는 것이었다.

“이젠 나도 카나다에 뿌리를 내린건가?”
미친 놈처럼 희쭉 웃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기사 등록일: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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