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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갈매기의 비행 연습 _청야 김민식 (캘거리, 수필가)
 
지난 6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글렌모어 랜딩 저수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30여 분 남짓 소요되는 짧은 길, 우측의 올레길입니다. 혹한의 추위나 무더위, 신년 공휴일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같은 길, 거리를 걷습니다. 노년의 역주행을 결심한 후, 매일 걷기 운동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노년 결심은 항시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의 일환이어서 취침, 식사하는 일상의 일들과 동일 선상의 지평선을 향해 함께 움직이는 하루의 일과입니다. 매일 똑같은 반복의 일상에서 차이를 보여주는 주위의 세밀한 풍광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아 눈물겹도록 정겹습니다.

나는 지인들에게 걸을 때는 혼자서 빠른 걸음으로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독서를 습관화하는 사유의 생활을 하라고 권합니다.
호수 건너 저 멀리 로키산맥의 자태가 근엄하고 위풍당당해서 행진곡의 진군나팔 소리가 울릴 때마다 주위의 인적이 드문 틈을 이용해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거수경례를 한 채로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아침 10시 무렵, 집으로 향하다가 원주민 동네 수티나 지점 코스코 윗길에 다다랐습니다. 로키산맥 저녁 노을이 밤의 모색과 맞교대하는 엄숙하고도 휘황창연한 교대식이 있었습니다. 고이 잠드는 정적의 여백에 파스퇴르 검은색이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풍경에 취한 채 거수경례했습니다. 별세하신 가족들과 지인들, 모처럼의 여유로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거짓과 꼼수가 없는 선한 삶으로 점철된 삶의 영광을 누리셨습니다. 존경이 절로 우러나오는 회억의 순간이었습니다.

둑길을 걷다가 거수경례하는 순간, 어젯밤 찬란한 영광의 순간이 떠오르며, 저수지 위로 얕게 날고 있는 갈매기들을 처음 보여 주었습니다.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행진곡을 잠시 끄고 둑 샛길로 내려가 관찰했습니다.

캘거리에서 가장 흔한 고리부리 갈매기(Ring-Billed Gull) 철새들입니다.
엄마, 아빠 4마리와 새끼 20여 마리의 훈련 광경입니다.
처음 목격하는 광경입니다. 왜소한 체구의 갈색 점박이 새끼들입니다. 어린 새들은 두어 달이 지나면 흰색 날개로 변합니다. 훈련장 주위에는 가끔 보이던 청둥오리, 까마귀들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공중에서 급강하하기, 떼를 지어 한 무리를 이루며 날아가기 등 다양한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철저히 자기구역들이 있어서 7월이 되면 한 무리는 나의 가게 상가 몰로 돌아올 것입니다. 상가로 돌아오면 예절 지키는 방법, 삶을 견디어 내는 방법들을 어미들이 혹독하게 지도합니다. 다음 기회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주일 내내 맹훈련 중입니다.
지난 주간 훈련 때는 며칠 동안 바람이 심했습니다. 강풍에 새끼들은 아직 날개 근육이 약한지 거의 뒤집힐 뻔한 자세로 강풍에 맞서는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 한인 장로교회 노인회(에녹회) 80명분 피자 배달을 끝내고 바로 돌아와 관찰했습니다. 폭풍우가 금방 몰아칠 것 같은 먹구름이 북서쪽 하늘에서 강풍과 함께 몰려오는데 공중에서 어미와 새끼 두 마리가 하강하고 있었습니다.
“캘거리 조나단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개인 지도를 받는 중입니다. 다른 갈매기들은 모두 다 철수했습니다. 관찰을 끝내고 헤리티지 정문을 돌아서 황급히 맥도날드 카페에 도착하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갈매기에 대한 책과 동영상, 캘거리 조류협회 논문들 그리고 그간의 경험과 체험들이 예지와 추측의 능력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환희의 기쁨이고 성스러운 삶의 과정입니다.

전에 읽었던 e-book 헤겔의 <정신 현상학> 해설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내용이 난해한 책이지만 노년의 경륜으로 읽으면 즐거운 기분으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몇 주 전 뒤뜰 정원의 장미밭을 다시 일구며 읽었던 책이라 형형색색 색연필로 밑줄 그은 흔적이 깨알 같습니다. 헤겔은 중간중간에 장미꽃을 예로 들며 변증법을 논리적 사고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갈매기의 현상을 통해서 헤겔의 정반합(正反合)이론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적 정신은 애초에 은폐되어 있지만 현상 의식을 통해 자기의식화 되면 정반합의 고뇌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절대지(絶對知, 神)의 단계에 이른다고 합니다. 절대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7단계의 과정(감각, 지각, 오성, 자기의식, 이성, 객관정신, 절대지)을 거치며 참다운 삶의 경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생의 삶이란 감각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다시 깨닫고 고치고 도전하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성숙한 노년에 이른다는 주장일 것입니다.


어린 갈매기의 훈련, 장미꽃 가꾸기를 통해서 변증법적인 정반합 이론으로 노년의 삶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사 등록일: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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