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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14번째): 후일담 2005-6-7
 
후일담

우리가 이사를 간다고 하니 옆집 할머니가 아주 좋아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 할머니가 우리를 싫어 하나?’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 왜 그럴까?’
나중에 알고 보니 꿍꿍이 속이 있었다. 할머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딸은 남편과 이혼을 했는지 아니면 사별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아이를 하나 데리고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사는 사람들 중에 3분의2는 월세를 전액 다 내는 사람들이었고 3분의 1은 월세의 4분의 1만 내고 나머지는 온태리오 정부에서 내주었다. 다시 말하면 Welfare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옆집 할머니의 딸도 정부의 보조를 받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딸의 친구가 놀러 왔다가 동네 분위기가 좋으니까, 이사를 오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조건이 비교적 좋으니까 이사가는 사람들은 없고, 그러니 빈집은 나오지 않고…… 그래서 할머니는 어리숙해 보이는 이민자인 우리들의 옆구리를 찌른것 같았다.

“어진아, 너희 이사간다며?”
“네, 10월 말에 갑니다”
“어디로 가는데?”
“여기서 4km 떨어진 곳에 집을 샀어요”
“집을 샀어~?” 할머니는 놀라는 눈치였다. 별볼 일 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집을 샀어? 하는 눈치였다.
“어진아, 축하해”
“고맙습니다”
내가 집을 산걸 축하해 주는건지 아니면 딸의 친구가 이사올 기회가 생겨서 그런건지 하여간 할머니는 우리가 이사가는 것을 좋아하며 축하해 주었다.
‘망할 놈의 할망구!’ 옆집 할머니가 염장을 지르는게 야속하기도 했었지만, 우린 옆집 할머니 때문에 내집 장만의 꿈을 앞당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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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디 갔다 왔어요?”
“……”
“… 또 집보려 갔다 왔구나!”
“히히히…”
“같이 가자구 하지~”
“미안해…”
“나두 가고 싶었는데. 정~말 의리 없다!”
아내와 나는 시간만 나면 이사갈 집에 가서, 들어갈 수는 없고 차를 세워 놓고 한 30분정도 집을 쳐다보다 오곤했다. 집을 쳐다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세상이 모두 내 것이 된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집이야기만 나오면 밤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다른 사람들은 “고까짓 Semi-detached 집을 사고 그렇게 좋아해?” 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카나다에서 이룬 첫번째 꿈이었다. 물론 아내를 만나서 결혼하고 세 아들을 낳은 것 빼고......

세상을 살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곤한다. 운이 좋았다고도 하고 믿는 사람들은 은혜라고도 한다. Offer에 싸인을 하고 은행에서 집 Mortgage를 얻을 때는 이자가 18.5%였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자가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두달만에 15% 까지 떨어졌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우리는 15%에 Mortgage를 얻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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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 다음 날, 차고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집에 사는 사람이 왔다.
“Hi, how are you?”
“Fine, thanks. How are you?”
“Fine. Nice evening!”
“야~! 이게 네 차냐?”
“그런데…… 왜?”
“이게 네 차였구나!”
“왜 그러는데?”
“야~ 한바트면 경찰에 신고할뻔 했다!”
“무슨 소리야?”
“이 차가 이틀이 멀다 하고 빈집 앞에 와서 30분씩 서있으니 이상하지 않냐?”
“……”
“좀 수상쩍잖아. 모르는 차가 와서 서있다가 가니……”
“……”
“그것도 어슬어슬한 저녁에… 빈집 앞에서… “
“그렇기도 했겠네!”
“그래서 신고할려고 했었지! ㅎㅎㅎ”
“ㅎㅎㅎ 신고하지 않길 잘했다!”
옆집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빈집 앞에 서있는 내 차가 수상쩍었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이사왔다고 이웃에서 Cake도 만들어 오고 Cookie도 손수 만들어서 가져왔다. 필요한 도구가 있으면 언제나 빌려다 쓰라고 했다. 오랫만에 사람사는 냄새가 느껴졌다. 이젠 시끄럽다고 빗자루로 천정을 쑤시는 사람도 없었고, 애가 셋이라고 염장을 지르는 할망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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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은 아침부터 바쁜 날이었다. 전날 저녁에 신문을 펴들고 근처에서 Garage sale를 하는 곳의 List를 만들어서 부지런히 찾아 다녀야 햇다. 집을 사고 나니 필요한 연장이나 도구가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 또 없어진 옷장의 문짝도 사야했다. 새것을 살려면 값이 엄청 비쌌다. Garage sale에서는 새 물건값의 10~15%만 주면 괜찮은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Lawn mower도 샀고, Garden tool도 샀고, 옷장문들도 샀다. 없으니 Garage sale을 찾아 다니는 수 밖에 없었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살아야 했다!
나는 그때 맺은 Garage sale과의 인연으로 요즘도 토요일 아침에 Garage sale 싸인이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두주전에 큰아들이 Lawn mower가 필요한데,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리기에 Garage sale에 갔다가 아주 좋은 Lawn mower를 건졌다. 큰아들은 200불을 save했다고 좋아했다.
아내에게 “진이에게 60불 받을까?” 했더니
“이~양반이~ 이럴 땐 그냥 주는거얏!” 했다.
“내 월급 모아 놓았던 것으로 샀는데……” 했더니
“내가 줄께!” 했다.
“자식이 뭔지……”

(나는 세탁소를 일주일에 13시간 봐주는 댓가로 아내에게서 30불을 받는다. 악덕 고용주(?)인 아내는 가끔 주급을 짤라 먹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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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올 때, 우리집 뒷마당은 난장판이었는데 다음해 초여름엔 동네에서 제일 잘 정돈된 정원중에 하나가 되었다. 수영장을 만들었던 곳에는 흙을 사다가 채우고 잔디를 다시 심었다. 제초제를 뿌리서 잡초를 없앴다. 민들레 밭이었던 뒷마당은 골프장을 방불케 하는 잔디밭으로 변했다. 바람에 뒤집어졌던 철제 창고는 뜯어서 버릴까 하다가 다시 펴고 마추고 한 다음, 기초공사를 잘 하고 다시 조립해서 세워 놓았더니, 이웃에서 보고 머리를 내져었다. 그걸 어떻게 다시 세웠으냐고 했다.

이웃들은 우리가 이사온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너저분한 꼴을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집이 제 모양을 찾는데 꼬박 일년이 걸렸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던 Maintenance committee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을 얼마나 잘 써먹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도깨비가 나올 것 같던 집을 고치고, 그곳에서 꼭 10년을 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기사 등록일: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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