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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15번째): Wrestling 2005-7-27
 
1986년 5월

화창한 봄날씨였다. 눈녹은 물을 먹음고 파릇파릇하게 자란 잔디를 깍았더니 초록색 Carpet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긴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카나다에서는 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한가한 주말의 오후,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상큼한 봄기운이 넘치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이층 창문을 통해서 내다보니, 길건너 이웃집의 잔디밭에서 조무래기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Wrestling을 하고 있었다. Hulk Hogan, Macho man, Junkyard Dog, T-man등등, 모두 자기들이 좋아하는 Wrestler들을 흉내내며 잔디밭을 딩굴고 있었다.
“우리는 옛날 골목 흙바닥에서 딩굴었는데……”
복도 많은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폭신한 잔디밭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이 큰아들 진이었다. 네 녀석이 엉켜서 딩구는데 자세히 보니 두 명씩 편을 먹고 Tag Match를 하고 있었다. 다른 세 아이들은 진이보다 한 학년이 위었고 진이가 제일 어렸다. 그런데도 진이는 한 녀석을 깔고 앉아서 “Give up? Give up?”을 외치고 있었다. 진이는 옆에 있는 친구들을 쳐다봤다. 그 쪽에서는 진이편의 아이가 밑에 깔려서 고생하고 있었다. 진이가 깔고 앉아 있던 녀석은 계속 버티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진이편의 아이가 항복을 선언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진이는 벌떡 일어나서 옆에서 자기편을 깔고 앉아 있던 아이를 행해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다 이겼다고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던 상대편의 아이는 질풍(?)처럼 달려드는 진이에게 받쳐서 잔디 위에 나둥굴었다. 진이는 자기보다 덩치가 더 큰아이를 깔고 앉았다. 깔린 아이도 만만치 않아서 진이는 아슬아슬하게 녀석을 내려 누르면서 “Give up! Give up!”을 외치고 있었다.
“진이야! 잘한다! 잘해! 계속 눌러!”
“야~ 야! 조심 조심!”
“옳치! 그래 그거야 그거~”
나도 모르는 새에 손에 땀을 쥐고 소리치고 있었다. 계속 밑에 깔려서 고생을 했던 진이의 편도 다른 녀석을 깔고 앉아 있었다. 바야흐로 진이의 편이 이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진이편의 아이의 엄마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Ben, Lunch is ready!”
“………”
“Ben~~~ I said lunch is ready~! Come in~!”
“… It’s almost over~!”
“I said come in~~~!!!”
“… Oh no!”
녀석은 마지 못해 일어나서 집을 향했다.
‘아쉽다! 다 이긴 게임이였는데…’
나는 진이가 진짜 Wrestling Match에서 거의 다 이긴 게임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에 돌아 설려고 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저쪽에서 깔려 있던 녀석이 일어나더니 진이에게 덤벼드는 것이 아닌가!
“어~ 저 놈이…… 경기는 끝났자나?”

진이는 밑에 깔려있는 녀석을 계속 누르면서 새로 덤벼드는 아이를 대항하며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다 이긴 게임이었는데…… 그리고 아주 불공평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이는 안간 힘을 쓰면서 버텼지만 자기보다 큰 녀석 둘을 상대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짜식들! 정말 치사하다! 치사해!”
두 녀석은 진이를 깔고 앉아서 소리치고 있었다!
“Give up! Give up!”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는 아들이 애처로웠다!
“진아~ 항복해라. 항복해!”

그런데도 진이는 항복을 안하는 모양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진이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임마~! 항복하라니까!”
아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쳐다보는 내 마음은 오그라들고 있었다.
“에이! 치사한 자식들!”
두 녀석은 계속 “Give up!”을 외치고 있었고 진이는 기진해졌는지 버드렁거리던 팔다리의 놀림이 느려졌다.
‘쫓아가서 저놈들을 밀쳐버려?’
‘애들이 노는건데…… 그러면서 크는건데……’

마침내 진이는 용쓰다가 지치고 약이 올라서 우는 것 같았다. 순간 내 가슴이 아려왔다.
“치사한 시끼들!!!”
“짜식, 일찍암치 항복하라니까……”
깔고 앉아 있던 두 녀석들도 진이를 더 이상 못 보겠는지, 슬며시 일어났다. 진이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눈물을 딱으며 집으로 향했다. 나도 속이 메어져왔다.
‘일찍 내려가서 말릴걸……’

내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진이의 얼굴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보아줄 수가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가만이 진이의 어깨를 안아주는 것 이외에는 해줄게 없었다.
“진아, 힘들어?”
“………”
“일찍암치 give up 하지 그랬어”
“I’ll never give up!”
“진아, 잘 했어! I’m proud of you!”
진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라고 하고 냉장고에서 어름을 꺼내서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했다. 진이는 기진맥진했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아빠가 준비해 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동생들과 떠들고 있었다. 언제 울었냐는듯이…… 세 아들들을 쳐다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마음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아들들이 이 땅에서 격어야할 어려움을 미리 본 것 같아서 속이 편치 못했다.
이민자의 아들이기에 격어야할 차별!
남들과 다르게 생겼기에 격어야하는 어려움!

‘저들이 굳굳하게 서게 하리라!’
‘이 땅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아가게 하리라!’
‘내가 해줄수 있는 모든 것을 저들을 위해서 해주리라!’
아프도록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혜나님의 질문 2005-9-19

제가 쓰는 “오르기 힘든 나무”를 읽은 혜나라는 ID를 가지신 분이 제게 아래의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답한 글입니다.
“갑자기 바보같은 질문이 떠올라 여쭤봅니다. 혹시 지금도 '이민'이란 나무에 오르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혜나님, 안녕하셨어요? 이젠 가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올 여름처럼 더웠던 해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혜나님의 물음에 대답이 많이 늦었지요? 요즘 좀 비빴습니다. 아이들이 여름이 끝나가 전에 가족 Camping를 다녀오자고 해서 다녀왔고, 회사에서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몇년동안 벼르고 벼르던 Sprinkler system를 손수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고용해서 설치하면 쉬웠겠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사실은 제가 집주위의 일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휴가를 얻어서 설치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무척 많이 고생했지만 아주 많이 배웠습니다. 이젠 이웃에서 저의 잔디가 제일 좋은 잔디가 될 것입니다.ㅎㅎㅎ 희망 사항입니다. 다 끝내고 나니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혜나님께서 물어 보신 질문에 한참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생각중입니다.
“나는 아직도 이민이라는 나무를 오르고 있는가?”
아주 간단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답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혜나님의 질문이 저의 이민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민이라는 오르기 힘든 나무에 오를려고 참 많이 애도 썼고 떨어지기도 수없이 떨어졌습니다.

혜나님은 나무에 올라보셨습니까? 저는 어려서 가끔 나무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해방과 6.25 동난 이후 어려웠던 시절!
아카시아 꽃을 따먹기 위해서, 오디를 따먹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가곤 했습니다. 친구중에 나무를 아주 잘 타는 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서 모든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나무에 오르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하지요. 어떤 나무는 가지가 적당한 거리에 있어서 하나 하나 잡고 밟고 올라기면 아주 쉽습니다. 그런데 어떤 나무는 매끈해서 아주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나무에 오르는 이유가 몇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열매를 따기 위해서 입니다. 열매를 하나라도 더 따기위해서 아슬아슬한 곳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갑니다. 어떤 때는 제일 좋은 열매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그 좋은 열매를 따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아주 높는데 까지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로 부터 칭찬을 받기를 바랍니다. 공명심에 높은 곳 까지 올라갑니다.

세번째는 나무에 올라가서 가지에 걸터 앉아 쉬기 위해서 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어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나무위에 Tree house라도 있으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나무위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은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민”이라는 나무에 오르는 이유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죽을둥 살둥 애써서 올라왔더니 좋은 열매는 이미 본토박이들이 다 따먹었고 쭉정이만 몇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닫지 않은 곳에 있는 좋은 열매들을 따겠다고 위험한 가지를 타다가 떨어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열매를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나무가지에 걸터 앉아 쉬는 여유로움을 가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나무를 오르냐?”고 물어 보셨지요? 물론이지요. 삶을 마감할 때까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나무가지에 걸터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는 여유로움을 좀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나 아내나 너무 앞만 보고 뛰었나 봅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산다고는 하지만 , 이젠 저희들도 속셈(?)을 좀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혜나님의 질문에 대답을 생각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무를 올라갈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나무를 잘 타던 친구는 나무 꼭대기에서 아카시아꽃을 따서 혼자 맛있게 먹었습니다. 친구들이 좀 따서 던지라고 해도 못 들은 척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녀석이 얼마나 부럽든지! 아카시아꽃을 따서 좀 던져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얼마나 많은 열매를 땋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라기는 앞으로는 얼마 안되지만 제가 딴 열매를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또 나무에 잘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줄사다리를 만들어서 아래로 내려뜨려야겠다고도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나무에 Tree house를 하나 만들어서 나무에 오르느라고 애쓴 사람들에게 쉼터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봅니다.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간단한 질문에 괜시리 장황하게 늘어 놓았지요?
나이가 들면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진다던데……
저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혜나님, 환절기에 건강하세요.
그리고 혜나님의 삶의 바구니에 아름다운 열매가 그득하시길 빕니다.

힘내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혹시 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ㅋㅋ..

저희가 암것도 모르고 개인적으로 집을 계약했거든요.. 그래서 두달 동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잘 해결됐어요..
이사하고 나서는 신랑 컴퓨터를 쓰게 돼서 한글이 안되는 줄 알고 여기 와볼 생각도 못하다가 이제서야 야후가서 사이트 검색해서 찾아왔네요.. 즐겨찾기에 다시 추가 해야지요..

어진님도 많이 바쁘셨네요.. 결혼식에...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예요..

반가운 마음에 제 안부먼저 전했네요..
아침저녁 싸늘한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어진이: 힘내자님, 안녕하셨어요? 이젠 가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올 여름처럼 더웠던 해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요즘 좀 비빴습니다.

힘내자님, 축하드려요.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카나다에서는 사는 동안에 큰일을 몇가지 꼽는데
첫째는 결혼
둘째는 아이 가지기
셋째는 집사기랍니다.

그 만큼 집사는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많이 바쁘시겠어요.
제가 쓴 오르기 힘든 나무(13, 14번째)를 보시면
집샀을 때 제 심정을 이해하실거예요. 옛날 생각나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기사 등록일: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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