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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첫번째): 바짝 마른 잔디 2006-2-24
 
1993년 8월

남편은 직장으로 나갔고 아이들도 오늘따라 모두 볼일이 있다고 나갔다. Coffee잔을 들고 뒷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들어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더워서 잔디에 물을 주는게 금지되어서 물을 먹지 못한 잔디는 노래졌다.
“저 잔디가 내 속 같구나!” 요즘들어 바작바작 타들어가는 내 속이 노래진 잔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좀 와야 할텐데…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모두 나간 빈집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모두들 사느라고 바쁘게 돌아가는데 난 뭐야!’
요즘은 남편을 대하기가 힘들었다. 부부간에 편해야 하는데 자꾸 남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한글학교는 7월 한달 동안 summer school을 끝내고 쉬는 상태였고, 새집으로 이사온 후로는 교통이 불편해서 세탁소 Helper를 그만두었다.
‘이젠 완전한 백수로구나!’

남편에게도 아들들에게도 내가 무능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 동안 살림하고 아이들을 기른게 허송세월은 아니었지만 살겠다고 애쓰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뭔가 하긴해야 할텐데……’
9월이 되면 둘째 찬이도 고등학생이 된다.
“여보, 당신이 일주일에 100불만 벌었으면 좋겠다” 무심코 던진 남편의 말이 내 가슴을 멍들게 했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됐나!’ 속이 상했다. 남편이 야속했다. 하기사 남편은 오죽 속이 타들어 갔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작은 집에 살 때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분위기 있게 coffee향내를 맡으면서 수채화를 그렸었는데…… 종종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남편을 연애할 때처럼 설래는 마음으로 점심을 차려놓고 기다렸었는데…… 지난 날들이 그리웠다! 그냥 작은 집에서 살껄!
‘에구~ 이렇게 궁상을 떨지말고 shopping이나 갔다오자’

집에서 걸어서 약 15분 걸리는 곳에 새로 지은 꽤 큰 plaza가 있었다. 가끔 운동도 할겸해서 걸어가는 곳이었다. Plaza안에는 세탁소가 하나 있었는데 동양인 할머니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나 딸이 하는 세탁소에서 허드레 일을 도와주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세탁소를 직접하기에는 나이가 들어 보였고, 세탁소 helper를 한 경험으로 볼때 세탁소는 어느 정도 영어가 되어야 하는데 미안하지만 할머니가 영어를 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다닐 때마다 눈여겨 봐도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계속 할머니만 있는게 아닌가!

‘요런 세탁소를 하면 참 좋을텐데…… 집에서도 가깝고…’
‘혹시 한국사람일까? 오늘은 한번 이야기해 볼까?’
문을 열고 세탁소에 들어섰다.
“Good morning”
“……”
‘역시 영어가 잘 안되는가 보구나!’
“저~~ 혹시 한국분이세요?”
“네~ 그런데요” 갑자기 할머니 얼굴이 확 펴졌다.
“반가워요. 여길 지날 때마다 뵜었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이 근처에 사세요?”
“네~ 일년 전에 이사왔어요”
“가끔 놀러오세요. 심심해 죽겠어요”

할머니가 하는 세탁소는 depot(세탁기계가 없는 세탁소)이었다. 세탁소 주인은 plaza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서 plant를 가지고 있었고, 자기는 manager를 한다고 했다. 거의 모든 일은 가계주인이 하고 자기는 가계를 지키면서 물건을 받고 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세탁소 주인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이민을 와서 함께 고생하며 친해진 사이라고 했다.

“사실은 저도 한 일년 동안 세탁소에서 일했어요”
“어머~! 그러면 세탁소 일을 잘 알겠네요”
“잘은 몰라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요”
“혹시 세탁소에서 일할 생각없어요?”
“네~? 어디 일자리 있어요?”
“가계주인이 일주일간 Vancouver에 휴가를 갈려고 하는데 가계봐줄 사람을 찾아요”
‘좋다 말았네! 그래도 일주일이 어디야!”
“할께요”
“전화번호를 줄테네까, 전화해 보세요”

가계주인 아저씨는 아내가 너무 고생을 해서 위로차 Vancouver에 갔다가 Canadian Rocky를 구경하고 온다고 했다.
‘참 좋겠다! 우린 Canada에서 20년을 살았어도 Canadian Rocky를 못 봤는데……’
내가 할일은 전적으로 shirts를 대리고 가끔 시간이 나면 counter를 봐주는 것이었다. 전에 일하던 세탁소에서도 shirts를 대려봤지만 물량이 과히 많지 않아서 결딜만 했는데, 여긴 사정이 달랐다. Plant에 들어오는 물량에다 Depot에서 오는 것을 합하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날씨는 푹푹쪘다. 그냥 앉이 있어도 땀이 나는데 Shirt를 대리는 기계에서 나오는 열과 steam은 과히 살인적이었다.
‘아마 지옥의 열기가 이럴꺼야!’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땀이 턱밑에서 낙수 떨어지듯 뚝뚝 떨어졌다. 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났다.
‘와아~ 어떻게 이런 일을 하지?’전에 일하던 세탁소는 양반이었다. 하루종일 shirts를 대리고 나니 나중엔 주저앉고 싶었다.
‘돈벌기가 이렇게 힘드는 것이구나!’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이 쑤셨다. 더우기 팔을 위로 들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팠다.
‘오늘은 어떻게 일하지?’
‘괜히 한다고 했네! 이젠 그만 둘 수도 없고……’
낑낑거리는 나를보고 남편이 한마디했다.
“오늘 일할 수 있겠어?”
“침대에서 일어나긴 힘들었는데 견딜만 해” 애써 웃어 보였다. 남편 앞에서 차마 아프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출근길에 나를 세탁소에 내려주었다.
“수고해! 더워서 힘들겠다”
“할만 하대니까. 걱정마!”
씩씩하게 말을 하고 아픈 팔을 들어서 떠나는 남편에게 흔들었다. 미소를 지으면서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힘내자: 이번 이야기도 기대가 많이 되요..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될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아이들 핑계대고 편한 생활이지만 아이들 학교 들어가면 저도 바빠질텐데 벌써부터 겁이 나네요.. 어진님 팬이였는데 이제는 순진님 팬이 될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어진이: 순진이가 좋아하겠어요. 감사!


기사 등록일: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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