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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세번째): 못된 손님 2006-3-12
 
1993년 11월

손님들 중에는 별아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점잖고 정이 가는 사림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잘 해줄려고 해도 잘 안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면 안되지!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지!” 아무리 내 자신에게 타일러 보지만 잘 안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에 불만이 없었고 내가 해주는 service에 만족해 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꼬치꼬치 따지고 “옆에 있는 세탁소에서는 Sale를 한다. 여기는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면서 내 속을 긁어 놓았다.

옷을 많이 가져오는 사람들이거나 단골 손님들은 불만이 없는데, 어쩌다가 꾀제제한 바지 하나 달랑 가져오거나 얼마나 입었는지 때국물이 졸졸 흐르는 역한 땀냄새가 나는Shirt를 한두개 가져와서는 싸다 비싸다하면서 토를 달았다. 성질같아서는 “다시 가져 가세요” 하며 코앞에다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길 때도 있었다. “세탁소를 할려면 간 쓸개 다 빼놓고 해야 한다!”라고 하던 고참들의 말이 서서히 실감나기 시작했다.

자주 오지도 않는 손님인데, 어쩌다 한번 오면 항상 깐죽거리는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손에는 옷걸이에 걸린 Shirt가 들려 있었다. 나는 옷을 옷걸이에 걸어서 가져오는 손님들이 제일 무서웠다! 옷을 옷걸이에 걸고 Plastic cover를 씌워서 가져오는 사람들은 대개 뭔가 잘못됐다고 불평하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Hi, how are you?”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했다.
“……” 인사는 받지도 않고 인상을 부~욱 쓰고 있었다.
‘뭐가 불만인데 이렇게 인상을 쓰고 계셔~!’
그는 옷을 Counter 위에 집어던졌다.
“This is awful!”
“Any problems?”
“Ink stain is on my shirt!”
“이건 잉크 stain입니다. 잉크stain은 빨아도 안 나옵니다”
“It wasn’t there before!”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이런 세상에! 잉크 stain이 가져올 때는 없었다니! 미치고 펄쩍 뛰겠네!

왼쪽 주머니 끝에 잉크 stain이 있었다. 이건 분명히 펜을 주머니에 꽂았다가 묻는 잉크 stain이었다. 그때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못된 손님들은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마자 목청을 높여서 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손님 보기에 민망했다. 녀석도 그걸 노리는 것 같았다.
‘빨리 달래서 보내야겠군!’
“놓고 가세요. 다시 빨아보겠습니다” 안되는 줄 알지만 우선 보내는게 최선이었다.
“분명히 말하는데 stain이 없었다구” 한 마디 내뱄고는 나가버렸다. 등에서 땀이 났다.
‘잘못 걸렸네!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고 하지만 너무했다!’
‘분명히 자기가 묻힌 잉크 stain인데 우리가 묻혔다니!’
전혀 상상을 못했던 일이었다. Helper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shirt는 이익이 거의 없었다. 손님들에게 service를 하는 차원에서 봉사하는 것이었다. 손님들에게서 1불25전을 받고 공장에는 90전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니까 plastic cover를 씌워주고 인건비까지 합해서 남는게 35전이었다. 35전 벌겠다고 하다가 거금을 물어주어야 할 판이었다. 속이상했다. 세탁소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못된 손님을 만나면 어쩔수가 없다고 했다. 바가지 씨울려고 작정한 사람들에게는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 잘 타협해서 가능하면 적은 돈을 물어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전에 발견해서 손님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걸 알았나~!”
“에~라 미친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자!”
“남편에게 이야기해 봐야 속만 상해 할텐데… 내가 그냥 알아서 처리하자” 남편에게는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서 꽁꽁 앓고 있었다.

이틀 후에 손님이 왔다.
“다시 빨았는데도 stain이 안 나옵니다”
“So~~~” 짜식은 아주 밥맛이 없는 놈이었다.
“제가 보기엔 이건 당신이 펜을 꽂았다가… 펜에서 묻은 것 같은데요~”
“No~ way! It wasn’t there!”
‘미치겠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You have to pay for it!”
“…… 그럼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I paid 125 dollars! You pay 125 dollars”
“뭐라구요~?”
“This is the brand name shirt!” 녀석은 인상을 쓰면서 소리를 질렀다. 고참들이 말하기를 사고가 나면 옷값은 두배 세배로 뛰고 거지 같은 옷은 모두 brand name으로 변한다고 했다.
“내일 오시겠어요?”
“I don’t have time! You pay now!”
“죄송합니다. 내일 오세요”
녀석은 “F__k f__k” 오리소리를 내면서 나갔다.
‘이일을 어쩌지…?’

남편이 퇴근해서 왔다. 내 얼굴이 죽상이었던 모양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Shirt 색갈이 다행히 흰색이네!”
“……”
“내가 잉크 stain을 한번 빼볼까?”
“당신이 어떻게 한다고 그래~! 그러다가 망가치기나 하지!” 괜히 남편한테 소리지르면서 분풀이를 했다.
“어짜피 물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에이 속상해!”
“내가 한번 해볼께”
“괜히 헛수고 하지마~”

입던 옷인데 난 적당히 타협을 해서 옷값을 물어줄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손님이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타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옷값을 몽땅 받아내기로 작정한 사람이었다. 고참들의 이야기로는 못된 손님들이 작정하고 덤벼들면 어쩌는 수가 없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Small Claim Court에 가야하는데, 그건 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아주 힘들게 생겼네!”

남편이 Shirt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우린 화장실에서 대림이질과 간단한 일을 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작업실이라고 했다.
“여보~ 하지말랬는데~” 난 악을 썼다. 그러나 남편의 똥고집도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한번 해볼께~~. 믿져야 본전이야!”
“하지 말랬다~!”
남편은 들은척도 하지 않고 조그마한 종지에다 물을 조금 부었다 그리고 같은 양의 Javex을 따라서 섞었다. 그리곤 잉크 stain이 있는 곳에 칫솔로 묽게 탄 Javex를 찍어서 살살 문질러 주었다.

이게 웬일인가! 잉크 색갈이 점점 엷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칫솔로 Javex를 찍어서 문질렀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잉크 stain이 싹 없어졌다! 남편은 얼른 잉크 stain이 있던 곳을 물에 헹구어서 Javex를 빼냈다. 잉크가 묻었던 곳이 다른 곳과 구별을 할수 없었다.
“여보~~ ……” 난 할말을 잊었다.
“여보~ 당신 정말 알아줘야겠다~!”
‘여지껏 악쓰던 나는 어디로 간거야! ㅎㅎㅎ’
“내가 누구냐? 내가 Chemist 아니냐!”
“그래도 그렇지……”
“당신 정말 운이 좋았어!”
“……”
“Shirt가 흰색이어서 다행이었어!”
“……”
“흰색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물어주어야 했어”
“여보~ 오늘 상줄까?”
“상~? 됐~네요~”
‘이래서 남편이 있어야 하는거구나!’

갑자기 남편이 위대해(?) 보였다.


꼬리글:
세탁소에 주인이 바뀌면 못된 손님들이 새주인을 만만히 보고 속을 썩힌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라고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걸리면 밥맛도 잃고 몇일밤 잠을 설친다고 했다.

인상을 쓰면서 돈을 받으러 온 손님 코앞에 당당하게 shirt를 내밀었다. 녀석은 멍하니 나와 shirt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찍소리 못하고 shirt를 들고 나갔다.
“짜~식, 날 봉으로 봤지~?”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옷을 받을 때 이잡듯이 조사했다. 그리고 stain이나 문제가 될만한 것은 손님 앞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해주고 ticket에다도 메모를 해서 주었다. 문제가 될만한 것을 사전에 이야기 못해주면 옷을 공장에 보내기 전에 손님에게 전화해서 알려주었다.
참 좋은 공부를 한 셈이었다. 남편때문에 수업료를 내지 않은 공부였다.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로빈: 항상 어진님의 캐나다 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4편을 빨리 올려주세요.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개할배 개 할매 가 아닌 진짜 할매 할배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진이: 로빈님, 오랬만이죠?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밴쿠버 생활은 어때요? 이젠 절반은 고향같지요?

할배, 할매라~
아직 소식이 없으니 올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봄이 올듯올듯 하면서 미적거리네요.건강하세요.

기사 등록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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