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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다섯번째): Gord 2006-4-13
 
1995년 9월

세탁소를 한지 2년이 되어오니까, 이력도 생겼고 손님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살만했다. 세탁소를 시작하고 두세달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문제가 터져서 속을 썩혔다. 일부는 내 경험 부족이었고 일부는 세탁소 주변에 저소득 가정들을 위한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중에 간혹 못된 사람들이 작정을 하고 속을 썩혔다. 그러나 이젠 얼굴도 익어서 누가 말성을 피울 소지가 있는지도 파악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오면 더 친절하게 대하면서 기분상하지 않게 사전에 절저히 check를 했다. 안 그러면 덜미(?)를 잡혀서 하루 번돈으로 몽땅 틀어 막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사람들을 의심하지 말자!” 아무리 나 자신에게 타일렀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얕잡아 보던 사람들도 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힘들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사귀고 나니까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하긴 나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난 한번 내게 잘못한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했다.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남편은 그게 다 막내들이 가지는 공동점의 하나라며 내게 고치라고 했지만 잘 안됐다. 세탁소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반관상쟁이가 됐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얼굴을 보고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대강 성격이 파악됐다.

손님중에 Gord라는 사람이 있었다. 항상 활짝 웃으며 기분 좋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40대 후반에서 50 가까이 되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항상 그를 볼때마다 ‘손님들이 모두 Gord 같다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이라고 했다. 난 평소 경찰에대해 별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졌었다. 어딘가 거만한듯 하고 더우기 Visible minority들을 얕잡아 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Gord에게서는 전혀 그런 점을 발견할수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Gord 같은 경찰이 어디 Gord 하나뿐일까! 더 많이 있겠지!”
Gord는 나로 하여금 경찰에 대한 나쁜 편견을 없애준 사람이었다.

경찰들에게는 정해진 세탁소에 가서 Uniform을 세탁하면 거의 50% 정도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Gord는 항상 우리 가계에 오면서 가격에 대해서도 한마디 불평이 없었다. 가끔 내가 Service를 잘 해주었다고 생각하면 “Thanks million! Have a cup of coffee!”하면서 1불이나 2불을 counter에 놓고 가곤 했다. Tip를 주어서가 아니라, 내게 잘 대해주니까 나도 더 신경을 써주고 잘 해줄려고 애썼다. 서로 덕을 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하루는 Gord가 경찰 Shirt를 6개를 가지고 왔다. 새 Shirt는 빴빴하고 감촉이 좋지 않아서 한번 빨아서 입는 사람들이 많았다. Gord도 마찬가지였다. Gord는 빨래감을 가져오면 몇개라는 걸 세지도 않고 그냥 놓고 갔다. 그러면 내가 세어서 적어놓고 값을 매겨 놓으면 나중에 “Thank you!” 하고 찾아갔다.

새 Shirt에는 pin이 열개도 더 꽂쳐있었다. Shirt에서 pin을 모두 뽑고 공장에 보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shirt에서 pin을 한개를 뽑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세탁을 해온 shirt를 보니 팔소매가 약간 찢어져 있었다. 뽑지 않은 pin이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면서 째진 것 같았다. 째진 곳을 재봉틀로 기워놓았더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았다.

Gord가 옷을 찾으러왔다. 좋은 손님이기에 더 미안했다.
“Gord씨 제가 실수를 했어요” Gord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제가 그만 실수로 Pin을 한개 뽑지 않아서 여기가 찢어졌어요”
“Where? I can’t see it!”
“여기요…”
“Oh~ that’s nothing!”
“그래도 새옷이자나요”
“Don’t worry about it! I can’t see it!”
“………”
“I can’t see it. Nobody can see it!”
“그래도……”
“Don’t worry!”
Gord는 기분좋게 옷을 찾아가지고 갔다. 고맙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못된 사람이었다면 “요때다!” 하고 돈을 받아 낼려고 했을텐데……
“Gord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세탁소도 할만 할텐데…”
“다음엔 더 잘해주어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엔 정말 대형사고가 터졌다. 공교롭게도 또 Gord의 옷이었다! Gord는 아주 비싸 보이는 정장 한벌을 세탁할려고 가지고 왔다. 토론토 근교에서 꽤 이름있는 양복점 A에서 산 것이었다. 그런 옷은 더욱더 신경이 쓰였다. 언젠가 겁없이 남편에게 옷을 한벌 사주겠다고 싫다는 남편을 억지로 잡아끌다시피 데리고 A양복점에 들어갔었다. 바지도 없이 웃옷만 하나에 1100불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었다. Gord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라고 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1500불은 족히 돼 보였다.

잘해야지 잘못했다가는 한달 번 것을 몽땅 털어넣게 되고 게다가 단골 손님도 잃어 버릴 수 있었다. 공장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신경을 써 달라고 했다. 몇일 후 세탁을 해 온 양복을 보는 순간 앗찔했다. 양복 가슴 부분이 주글주글한게 아닌가! 다리미로 steam을 주면서 살짝 대렸더니 처음엔 판판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주글주글해졌다. “왜 이렇지? 큰일났네!”

공장에다 전화를 해보니 공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봤지만 어쩔수가 없다고 했다. 정말 사고치고는 대형사고였다!
‘도대체 이 비싼 옷이 세탁을 했는데 왜 이렇게 됐지?’
‘분명히 Dry clean을 하라고 해서 했는데……’
옷을 찾으러 올 날자는 점점 닥아오는데, 입맛도 없고 잠도 잘수가 없었다. 남편은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공장에서는 양복을 만들 때 잘못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경험자들에게 물어보니 양복을 만들 때 “씽”이라는 것을 양복 안쪽에 붙여서 판판하게 만드는데 그걸 나쁜 것으로 쓰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했다. 나한테는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지만 이걸 어떻게 Gord에게 이해시킨단 말인가! 세탁소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Gord가 옷을 찾으러 왔다. 항상 웃는 얼굴인 그가 기분 좋게 인사를 햇다.
“Hi Lina, how are you?”
“………”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Something wrong with you?
“…… I have a problem……”
“What’s wrong?” Gord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양복을 가져 와서 plastic cover를 벗겼다. 양복 가슴팍에 주름이 잡힌 것을 본 Gord는 얼굴이 굳어졌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Gord씨, 저희들이 최선을 다 했는데 양복이 이렇게 됐어요”
“………”
“좋은 양복이라 신경을 배로 썼어요”
“………” 다른 손님 같으면 화를 버럭 낼 상황인데도 Gord는 잘 참고 있었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옷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양복을 만들 때 속에 넣는 천을 잘못 쓰면 이렇게 된다고 합니다”
Gord에게는 내가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것처럼 들렸나보았다.
“I bought this from “A” It is one of the best in Toronto……”
“………”
“It is hard to believe they used bad fabric!”
‘이 사람이 날 믿지 못하는구나!’ ‘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가위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양복 안감의 바느질한 곳을 뜯었다. Gord의 눈이 휘둥글해졌다. ‘이 여자가 미쳤나?’ 하는 표정이었다. 안감을 뜯고 가슴팍 쪽을 보이게 했다. 가슴팍에 붙인 빳빳한 천이 주글주글해져 있었다.
“Gord씨, 이것 보세요! 이 천이 쭈그러지면 안되는건데……”
“………”
“이게 쭈그러졌기 때문에 가슴팍에 주름이 생긴겁니다”
“………”
“저희들은 dry clean을 하라고 표지에 쓰여 있어서 그렇게 한 것뿐이예요”
“………”
“제 생각에는 이건 양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한 것 같아요”
“Sorry Lina, it’s hard to believe! I bought this from “A”” Gord는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저도 압니다. A라는 양복점이 어떤 곳인지……”

Gord는 처음보다는 나았지만 아직도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Gord, could you do me a favour? 이 옷을 A에 가져가서 보여주실 수 있겠어요?”
“………”
“저는 A양복점에서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알고 싶어요”
Gord는 아무말도 없이 양복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OK, I’ll try!” 하고는 양복을 집어들고 나갔다. 평소처럼 활짝 웃지 않고 나가는 Gord의 뒷모습을 보는게 가슴아팠다. 최악의 경우 변상을 해줄 각오도 했다. 그러나 좋은 손님을 잃어 버린다는게 더 속상했다.

이제나 저제나 조마조마하게 Gord에게서 연락이 오길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다 가도록 소식이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소식이 올때가 됐는데!’ 선생님에게 매맞을 차례를 기다리던 어릴 때처럼 가슴이 오그라져 왔다. 그러던 어느날 Gord의 차가 Parking장에 나타났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Gord가 차를 세우고 세탁소에 들어섰다.

“Hi Lina, how are you?” Gord가 평소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아니 평소 보다 더 활짝 웃고 있었다.
“………” 난 대답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Surprise! This is for you!” Gord는 뒤에 숨겨가지고 온 꽃을 내앞에 내밀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환히 웃는 Gord의 얼굴을 보면서 약간 안심이 됐다.
“이거 뭐예요?”
“I said this is for you!”
멍하니Gord를 쳐다보는 있는 나에게 Gord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내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양복을 가지고 A양복점에 갔단다. 책임자를 만나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 내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단다. 양복 안쪽을 자세히 관찰하고 난 책임자는 어딘가 전화를 하고 돌아오더니 정중하게 죄송하다고 했단다. 자기네 잘못이라고! 그러더니 그 양복보다 한질 더 높은 옷으로 교체해 주겠다면서 고르라고 했단다!
‘휴~우~~ 하나님 감사합니다!’
“Lina, you were right!!!”
“………”
“Thanks million, Lina. I’ve got much better one!!!”
Gord의 입은 귀에 걸려있었다!

Gord에게서 받아든 꽃을 쳐다보면서 혼자 속삭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꼬리글: Gord는 12년간 우리 세탁소의 단골손님이다. 12년간 Gord의 미소는 변함이 없다. 이젠 Gord와 그의 부인과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세탁소를 할지 모르지만, Gord는 계속 우리 세탁소의 단골로 남아있을 것이다.


Onjena: 또 다시 재미있는 연재물에 빠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보는 그 느낌.....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건강하시구요.

어진이: Onjena님, 안녕하셨어요?
이젠 완연한 봄이네요.
지난 주말에는 집주변을 정리하고 포도나무 가지치기도 했습니다.

주일에는 교회에 갔다고 온가족이 (총19명) 부모님 산소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기들의 뿌리를 알려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점심겸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순진이와 공원에 가서 약 한시간반을 걸었습니다.
봄기운을 만끽했습니다.
움추렸던 겨울 생활을 털쳐버리고 커다랗게 기지개를 편 것같습니다.

그런데요~ Onjena님은 제가 꼬~옥 아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착각이겠지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기사 등록일: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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