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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여섯번째): 왜 내 속을 몰라주니? 2006-5-31
 
1996년 7월

큰아들 진이가 Coffee shop에서 저녁에 part-time으로 일을 한지가 벌써 2년이 됐다. 좋은 사회 경험이고 어려서 고생도 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이가 학교공부를 하면서 주중에 저녁과 주말에 일하는 것이 좀 버겨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12학년을 끝내면서 기대했던 것 보다 성적이 모자라서 남편은 응근히 걱정하는 눈치였다.
“여보, 개학하면 진이part-time 시간을 좀 줄이라고 해야겠어”
“이젠 머리가 다 컸는데 그냥 놔둬~”
“개학하면 13학년인데, 원하는 대학에 갈려면 좀 더 열심히 해야 돼”
“자기가 알아서 할꺼야!”
“당신은 그게 탈이야!”
“잘하고 있자나~”
“그것 가지고는 안돼”
“일하면서 그 정도면 잘 한거야!”
“에구~ 나도 당신 같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렸다. 남편은 매사에 너그러운 편이였지만 아이들 공부에만은 좀 너무한다 싶었다. 아이들의 공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좋지만, 너무 심해서 아이들이 Stress를 받을까봐 걱정이 됐다. 사실 나는 공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남편말이 맞긴 맞는 말이었다.
“개학하면 알아듣게 잘 이야기해서 부지지간에 부딪치지 않게 해야지!”

아이들이 커가면서 남편과 아이들이 가끔 의견 차이로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됐다. 남편은 자기가 자랄 때 일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너무나 나약하다고 투덜거렸다. 아이들이 도무지 깡다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할려고 생각하면 죽자고 매달리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군대에 갔다와야 해”
종종 심사가 뒤틀리면 내뱉는 말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한 Canada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온실의 화초 같다고 했다. 그게 남편에게는 불만이었다.

어느날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다.
“여보, 진이가 차를 가지고 Coffee shop에 가는데…”
“어~”
“뻐스를 타고 다니게 해보면 어떨까?”
“당신, 뻐스를 타고 가봤어?”
“아니”
“뻐스를 세번 갈아타야 돼! 알기나 해?”
“……”
“그리고 한시간 반이나 걸려!”
“그래~? 자동차로 가면 20분 밖에 안 걸리자나?”
“당신이 한번 뻐스를 타고 가봐~ 어떤가…”

“우리 화사에 Co-op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걸려서 일하러 온다구. 집에 갈 때도 마찬가지고…”
“……”
“우리 애들은 너무 고생을 모르고 자라는게……”
“여보~ 당하면 다 하게 돼 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건 당신이나 해~!”
“뭐야? 당신은 문제가 뭔지 알아?”
“……”
“남의 말을 다 듣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딱 짤라버리는거야!”
“말이 되는 이야길 해야지~!”
“왜 말이 안된다는 거야? 옛날에 내가 자랄 땐…”
“그만 그만 해~ 그건 당신 이야기고, 요즘 애들은 안그래~”
“그러니까~”
“그만 해~ 머리가 아파질려고 한다”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시기를 살아온 나나 남편이 요즘 아이들을 보면 한심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만하면 잘하고 있는 거였다. 어디 애들이 부모 마음에 쏘~옥들게 행동을 하느냐 말이다! 우리도 다 그렇게 컸을텐데… 남편은 좀 독특한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어떤 때는 앞뒤가 꼭 막힌 것 같았다. 거기다 똥고집 까지 있으니…… 나는 가끔 중간에서 힘들었다.

남편은 교육상 진이가 뻐스를 타고 일하러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도 큰 교육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도 느끼게 해야 나중에 커서 사회에 나가면 남들을 배려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구구절절이 옳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게 요즘 자라는 아이들에게 먹히느냐 말이다. 나는 진이를 남편보다 더 잘 알았다. 아빠를 닮아서 한 고집을 했다. 그리고 머리가 커지니까, 분명히 자기 주장을 내세워서 가끔 남편과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됐다.

작년에 남편이 새차를 사고, 진이가 운전 면허를 땄다. 진이가 헌차를 가지고 학교에 다닐 때도 나는 남편과 많이 다투었다. 남편은 다른 아이들 처럼 School bus를 타고 다니지, 왜 기름값을 허비하면서 차를 타고 다니냐고 했다. 또 새로 면허를 받고 운전을 하는 어린 아들이 안심되지도 않았고… 그러나 나와 진이가 합세해서 왜 집에 있는 차를 썩히느냐면서 남편의 기를 꺽어버렸다. 그 일로 나는 진이로 부터 많은 점수(?)를 받았었다.ㅎㅎㅎ

해방과 6 25전후의 어려운 시기를 보낸 남편에게는 요즘 아이들이 한심해 보였을테고, 아이들에게는 남편의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게 들렸을테니…… 판이하게 다른 두 세대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중간에서 힘들 수밖에……
‘이 일을 어쩐다~?’

진이가 일하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 진이가 늦은 저녁을 끝내길 기다렸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진아,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아빠, 뭔데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가슴이 서늘해졌다.
“진아, 아빠는 네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바래~”
“……” 진이는 아빠가 왜 이러시나? 하는 눈치였다.
“너는 학교에도 차를 타고 다니고, Coffee shop에도 차를 타고 다니는데…”
“……”
“많은 사람들이 뻐스를 타고 일을 다니쟎니”
“……”

“나는 네가 뻐스를 타고 힘들게 일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기 위해서, 뻐스를 타고 Coffee shop에 다녀 봤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떻니?”
“아빠, 왜 그렇게 해야 돼요?”
“좋은 경험이 될꺼야!”
“……”
“한시간 두시간 뻐스를 타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떨까? 한번 경험해 보라구”
“싫어요!”
“진아, 오래 하라는게 아냐~ 일주일만 해봐”
“……”
“갈 때는 뻐스를 타고 가고, 일이 끝나면 내가 9시반에 너를 데리러 갈께”
“아빠~, 왜 그래야 하는데요?” 진이의 목소리가 높이졌다.
‘어~~ 저 녀석 봐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내가 그랬쟎아~ 일주일만 해보라구!” 남편은 잘도 참고 있었다.
“아빠, 나도 뻐스를 타야할 상황이면, 아무 소리 안하고 뻐스를 타요”
‘이구~ 내새끼 아니랄까봐. 임마 가만있어~ 아빠 터지겠다’
“있는 차를 놔두고 왜 뻐스를 타야해요? 그리고 아빠는 왜 그 밤중에 고생하구요”
“내 걱정은 마! 좋은 경험이 될꺼야!”
“싫어요~”
“야~~~ 일주일만 해보라는데 그걸 못해~” 남편이 드디어 터졌다.
“못해요!” 진이도 만만치 않았다.

“뭐야~ …… 그럼, 너 차 쓰지 못해” 마침내 남편이 치사한 말을 했다.
“여보~ 당신 정말 왜 이래~?” 내가 끼어 들었다.
“당신은 가만있어!”
“가만있긴~ 도대체 왜 이러는데~”
“왜 이러긴~ 아~니 일주일을 못해? 그게 무슨 죽을 일이라구!”
“여보~ 그건 당신 생각이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봐”
“이구~ 손발이 맞아야 무슨 일을 해 먹지!”
“……”
“야~ 너, 차열쇠 내놔!”
“당신 정말 왜 이래? 진아, 주지마~”

진이는 열쇠를 식탁위에 집어던지고 문을 꽝 닫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시계는 밤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여보~~~ 당신 도대체 왜 이래~~~” 나는 악을 썼다.
“……”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구, 이 분란을 만들어~! 정말 못 살겠어~!” 소리소리 질렀다.
“……”
“나가서 진이 찾아 봐”
“그냥 놔둬~” 남편도 악을 썼다.
“내가 못~살아!”

밖으로 나왔지만 진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었다. 집근처에 놀이터가 있었는데, 혹시 그곳에 갔나? 하고 갔더니 다행히 진이는 bench에 앉아 있었다. 축늘어진 어깨가 애처러워 보였다.
“진아, 네가 아빠를 이해해라”
“……”
“아빠가 일부러 널 골탕먹일려고 그러시는거 아니쟎아”
“……”
“너한테 좋은 경험이 될꺼라고 그러시는거야”
“엄마~, 꼭 해야 된다면, 한다구! 안해도 되는 걸 왜 하냐구~!”
진이 목소리가 울먹이고 있었다. 자기도 아빠에게 대들고 문을 부서지게 닫고 나온게 편치 못했었던 것 같았다.

“진아, 아빠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지?”
“나도 안다구~!” 진이는 마침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구~ 짜~식! 다 큰줄 알았는데, 아직도 어린애구나!’
가만이 진이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우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한 20분 지났나? 인기척이 나서 뒤돌아보니 남편이 걸어 오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지 속은 오죽했을라구!’
남편은 아무 말없이 진이 옆에 앉았다. 셋이서 그렇게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먼저 말을 꺼내면 큰일이나 날 것처럼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나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자~” 남편은 진이에게 자동차 열쇠를 내밀었다.
“……”
“아빠는 네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그렇지만 네가 정~ 하기 싫다면 안해도 돼!”
“……”
“…… 그리고 미안해! 화를 내서……” 남편은 진이의 손을 잡았다.
“…… Sorry dad…”
갑자기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보~ 바람이 아주~ 시원하네~!”

여름 밤 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예쁜이: 제가 눈물이 많은 걸까요? 글 읽으니 괜히 제 코끝이 시큰 하네요.. 제 아들이 생각 나서일까요? 이 녀석도 돈 못벌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 이 부모 몫까지 한다고 두탕을 뛰고 있어 밤 12시에나 들어온답니다. 그 나이친구들은 연애하느라 바쁜데..이제 23살.. 학교다니느라, 돈 벌랴..애인도 없이...빨리 좋은 여자친구 만나길..빈답니다. 그런데 제 아들 왈 --시간이 나야지 누굴 만나고 자시고하지요..차라리 다행이예요. 있으면 챙겨줘야하는데 이렇게 바쁘니 빰만 맞게 생겼는데요..뭘..
순진이 님 글도 위로가 됩니다...

어진이: 참 좋은 아드님을 가지셨어요.
“일당백”일 것 같습니다.
걱정마세요. 열심이 성심껏 살면, 다 눈여겨 보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좋은 며누님을 맞으실거예요.

유서, 보험 이야기는 언제 시간있을 때 해드릴께요.
지난 주말로 꽃심기를 끝마쳤습니다.
토론토는 봄이구나! 하면 벌써 여름입니다.
짧막한 봄이지만 즐겨야지요.
Vancouver는 날씨가 좋지요?

참 앨러지는 없으시지요?
이민오신 분들 중에 한국에서는 안하던 앨러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건강하세요.


기사 등록일: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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