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깁다 _ 김숙경(시인)
아버지 외박하셔도
밥 한 그릇 아랫목에 묻어 놓고
뜬눈으로 한 뜸씩 시간을 깁고 계신
엄마의 꽃 상보.
====================== 나의 존재, 수직의 시간을 읽다
바슐라르는 수직적 시간을 인간 내면의 시간이라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자연적 시간들이 있고,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의 순간이 있다. 사람들은 크로노스, 카이로스, 수직적, 수평적 등 여러 가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베르그송의 말대로 시간은 연속적으로 강물처럼 흐른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부모에게서 나에게로 이어지고 아들딸에게 흐르는 시간은 수직적 시간으로 명명하고 싶다. 나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수평적 시간으로 부르고 싶어진다. 꽃무늬 상보를 보며 잠시 시간이 멈췄다.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시간을 때운다기 보다는 시간을 깁는 어머니의 순간이 디카시로 다시 태어났다. 고국을 떠나 멀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시인에겐 시공을 초월하여 더욱 각별한 느낌이리라.
추억과 기억을 모두 합한 것이 바로 '나'이다. 만약에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닐 것이다. 시간이 과학적이라면 세월은 문학적이다. 전자는 논리적이고 후자는 감성적이다. 오래 전 어머니가 깁던 시간을 시인은 이미지와 문장을 하나로 묶어 드르륵 카메라 재봉틀로 완성했다. -해설 : 조영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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