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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_ 최우일 컬럼
새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시간은 쉼 없이 가는데, 마냥 게으름 피우며 어질러 놓고 있는 난, 이를 어쩐다? 여태까지 예순 여섯 번이나 겪었으면서도 늘 연말이 가까워서야 깨닫습니다.
좌충우돌 세상을 살다가 불혹과 지천명의 나이를 넘기고 나니 어느새 이순(耳順)에 이르러 있습니다. 갈무리 덜 된 계절의 끝자락에 달랑 매달린 꼴이니 아슬아슬한 마음뿐입니다. 빨리 나를 추슬러야 한다는 초조함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편, 젊어서는 주눅 들던 것들에게서 풀려난 해방감이 있기는 합니다. 세상경쟁에서의 모멸감과 허탈감을 훌훌 털어버리니 그처럼 홀가분할 수가 없습니다.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밑지고 살았다는 회한입니다. 인생이 상품이라면 그럴 것입니다. 사람들이 겉포장과 광고에 신경을 지나치게 쓰는 걸 보면서, 상품화 된 자신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교만하다는 말을 듣는 세상이니 그렇기도 하겠다 싶습니다.
나는 밑지기 보다는 잃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에의 믿음입니다. 세상 억척들에게 치이다보니 세상에 사람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겠느냐는 말이 정말일까 싶습니다. 상품이 되려고 안간힘 쓰는 대중들뿐 아니라 그들이 부러워하는 인기 선수나 연예인들, 또 정치가 같은 대중 앞에서 자주 뽐내는 슈퍼스타들이란 일단 자신들을 포장하고나면 내용품은 꼼꼼히 챙기지를 않는 걸 봅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역사속의 인물들도 그들 본래의 인간이라기보다는 가공이나 합성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손을 많이 댄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입니다. 부자연하니까 순수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몇몇 마음들이 어쩐다고 바뀔 세상이나 사람들이 아닌 것은 자연물보다는 마구 찍어낸 인조 조악품이 워낙 많아서 그렇습니다. 순수만으로는 지금 세상은 살기 썩 좋은 곳은 아닙니다.
내용과 포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월과 보조(步調) 또한 삶의 질과 관계가 있습니다.
세월을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하나 주저할 게 없는 소수 선두주자들입니다. 그런가하면 뒤만 따르다가 마는 대중도 있습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세월과 같이 가는 그 쉬운 생각을 왜 잊고 사는지 난 몰랐습니다. 제 보폭대로면 앞에서 달리거나 뒤만 쫓는 사람들같이 걱정 없어도 되는 삶일 텐데.... 본래 모양새로 흡족하고 가진 것으로 넉넉하고 제 나이만큼 천천히 살아가니 소박하여 현명한 삶이겠습니다.
현명함은, 깊기는 하지만 좁은 전문인에게서 찾을 것이 아닙니다. 최적거리의 전체안목을 갖추는 것도 현명함의 하나라면, 전문인보다는 오히려 전체인에게 있습니다. 전문은 조무래기 수준일 때 입니다. 전체로 사는 법을 아는 것도 나이 들어서 나뿐 것만이 아닌 또 다른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최적가시거리와 삶의 현장에서의 행동반경과는 농익은 인생살이와 상관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퍼포먼스’에서 나는 하찮은 단역을 하였지만 그나마 그 역할이 없어질 땐 매우 서운할 것 입니다. 못 다한 역할, 나중에 하리라 미루었던 모든 것들, 여유 많은 지금도 늘어만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만상태보다는 적당히 모자랄 때 더욱 만족한 삶일 수도 있다는 위안이 있습니다.
나만의 개성있는 맛을 냈어야 했을 나의 생애, 이웃에의 조그만 사랑이나 배려라는 양념을 잊고, 진실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못한 것은 다 내 탓입니다. 내 인생의 식탁에 남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지 않은 것도 내 옹색함 때문입니다. 이제는, ‘바뿐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이해인)을 자주자주 살펴야 하겠습니다. 허술히 지낸 한 해, 또다시 새해를 맞는 나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연말 정산을 한답시고 쓰다 보니, 시인의 몇 줄이면 되는 것을 가지고 이리도 장황하였습니다.

정채봉 시인의 ‘오늘’;

꽃밭을 못 본 척 지나쳤네.
새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을 세어보지 않았네.
너무나 무심하였네.
오늘도, 나는 나를 실망시켰네.

이렇게 적고 보니 내 기억이 원문과 다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잊고 빠트린 이 한 구절이었습니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 했네”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는 질책, 남을 챙기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의 새해 과제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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