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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야기 _ 캘거리 문협 신금재
"내년에도 따스한 너의 글 많이 감상할 수 있겠지?"
친구가 건 내 준 성탄 카드의 한 구절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러 장의 카드를 받고 있는 요즈음, 카드의 대부분들은 주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데이케어 학부형들의 것이다.
자그마한 초콜릿 1상자와 사슴이 그려진 카드, 서점 상품권과 함께 아이들 사진을 동봉해 넣은 카드,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거액(?)의 상품권만큼이나 전해져 오는 정성스러운 카드들이다.
"애나, 우리가족은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큰 아이, 콜도 잘 돌보아주어 참으로 고마웠는데 이제 병약한 우리 둘째 시드니도 좋은 보살핌을 받고 있어서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으니...... 고마움을 전하는 우리 마음을 받아주어요."
말 표현이 거의 없던 콜이라는 남자아이는 이제 유치원소년이 되어 의젓하게 자랐고 그의 여동생 시드니는 소화기의 문제가 있어서 늘 애를 먹이는 아기이다. 늘 먼 곳 직장 생활로 바쁜 그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을 데려오는 아빠는 하루하루 시드니가 잘 적응해가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에 대하여 밝은 웃음으로 기쁨을 전하곤 한다.
시드니는 기분이 좋을 때면 "대디, 대디" 하며 잘 놀곤 하는데 복통이 올 때면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애를 쓰곤 한다.
그러던 아이가 요즈음 눈에 뜨이게 건강해진 것이다. 내 손목에 걸려있는 묵주를 가리키며 "나이스, 나이스"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꼭 껴안아주게 되는 아이이다.
시드니 부모님의 카드를 보며 고마움과 감사의 정이 내 가슴 속으로 전해져 오며 눈시울을 적시고 한 해를 보내며 우리 자신과 이웃을 돌아다볼 수 있는 이러한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한 장의 카드는 여고 동창에게 받은 것이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아서 늘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가끔 저녁 식사를 모여서 하곤 한다.
부부가 함께 모이는 우리 모임을 오히려 남편들이 더 좋아하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성탄을 앞두고 조촐한 저녁 식사를 초대한 모임에서 친구는 작은 카드와 선물을 마련하여 선배님들과 후배들까지 챙기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베풀 수 있는 그 친구의 여유로움이 전해져 왔다.
더욱 나를 감동케 한 것은 틀에 박힌 인사말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덕담을 정성스레 적어 일일이 전해준 것이었다.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선생님으로, 글 쓰는 작가로......"
친구가 본 나의 1인 5역의 역할이다. 속 빈 강정처럼 늘 바쁜 척하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서 친구는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하였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1인 5역은 커녕 어느 것 하나도 나는 알차게 보내지 못했는데...
아내로서 남편을 마음 편하게 해주지 못하였고, 며느리로 순종하지 못하였으며,
엄마로서 이제는 너희들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며 독립심이라는 미명으로 방치했었다.
교사로서 때로 게으름을 피웠으며 더더욱 글 쓰는 작가로는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글을 쓸 시간은 더욱 부족하기만 하였다.
그런 내가 자랑스럽다고... 나는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다보는 나의 마음은 어느 것 하나 특별히 한 것도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낸 듯 허탈하기만 한데 ... 그래, 새해에는 친구의 말대로 따스한 글도 많이 쓰고 내가 맡은 역할을 좀 더 잘해보자 하며 스스로를 다짐해본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았다. 성탄카드의 새로운 다짐도 어느 사이 햇살에 눈이 녹듯 사그라지고 있었다.
새해의 날들은 새롭게 다가왔지만 또 다시 일상에 젖어 들어 그날이 그날 같은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1월도 중순을 지나가는 어느 날, 그 날은 서류상의 나의 생일이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데이케어 직원들은 축하 글이 빼곡히 적힌 카드와 다양한 색깔의 꽃을 사서 내게 전해주었다. 음력 생일에 익숙한 나는 그저 웃음으로 카드와 꽃을 건 내 받았다. 굳이 나의 음력 생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않아서였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교실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테이블 한 쪽 옆으로 커다란 한 다발의 꽃이 물병에 꽂혀있었다. 자그마한 카드와 함께... "애나, 유 아 베스트......"
나는 결코 최고는 아니다. 나의 최선을 다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작은 한 장의 카드가 나를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시드니의 부모가 어제 저녁 내가 퇴근 한 뒤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아마도 복도에 있는 게시판에 적힌 나의 생일을 보고 가져온 것이리라...
성탄 카드와 생일카드의 감동이 식어가고 있는 요즈음 또 다른 하나의 연하장이 나를 격려해준다. 연하우편 봉투에 담겨 태평양을 건너온 한 장의 연하장이다.
나비 그림이 마치 한복 노리개처럼 달려 있고 반짝거리는 꽃들과 사슴들이 " 근하신년"이라는 네 글자 옆에서 노닐고 있었다.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공주와 부여를 함께 여행한 은사님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학창 시절의 그 반듯하고 깨끗한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 외국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았을까... 네가 보내준 엽서 다른 교수들께 자랑하였단다."
30여 년 전 교실 안의 칠판에서 대했던 선생님의 글씨체는 여전히 동글동글 하였다.
마치 고향집에서 날아온 위로의 편지처럼 나의 눈시울이 젖어 들어 가고 올 한해도 더욱 열심히,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 나가야지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랑과 관심으로 나를 지켜보아 주는 사람들의 따스한 눈길이 카드 속에서, 연하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더욱 힘을 내서 더 많이 사랑하라고...
자그마한 카드지만 내게 큰 힘을 주는 카드, " 카드야, 나도 너를 사랑한다".라고 속삭여본다.


기사 등록일: 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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