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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_ 김희조 (캘거리 문협)
그날 따라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다. 몇 십 년만의 추위란다. 바깥은 영하 24도의 추위에 이사를 해야 했다.
이삿짐을 실으러 온 사람들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다. 옷을 얇게 입고 와서 걱정이 되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몇 그루의 나무를 염려하는 우리에게 앞 운전석에 담요를 둘러 준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그 마음 씀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흩뿌리는 눈 속을 달려서 이 조그만 마을로 이사를 왔다.
어쩌면 우리 생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모험이고 힘든 시련이 될지 모르는 장사를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마지막 길이었다. 방 수 가 많지 않은 모텔이다. 아무경험도 없이 되겠지 하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암담한 겨울이 시작됐다.
이사온 다음날은 이 도시의 축제인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너무 날씨가 추워서 아이들의 볼은 사과처럼 빨갛게 얼었다. 날씨관계로 많이 축소한 행사였지만 큰 규모였다.
아이들은 담요로 몸을 감싸고 의자에 앉아서 던져주는 과자, 사탕을 받느라고 즐거운 비명을 울린다. 부모들도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 나와서 행사요원들을 격려한다.
그 날부터 시작된 그 겨울은 우리에겐 잊지 못할 순간 순간을 만들면서 어렵게 흘러갔다. 눈도 많이 오고 바람은 한국의 태풍급의 바람이 불었다. 밤엔 바람소리에 잠을 못 이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너무 무섭고 지붕이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에 잠들기가 어려웠다.
험한 집을 사서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마 내 생애에 이렇게 힘든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남편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느라 매일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들어온다.
눈은 왜 그리 자주 오는지......눈 속을 걷던 그 낭만도, 그렇게 좋아하던 눈꽃도 반갑지가 않았다. 눈 쌓인 주차장을 바라보면 낭만보다 저 눈을 어떻게 치우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나 자신을 싫어하면서 시간은 빠르게 또 더디게 흘러갔다.
가끔은 다투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나면 남편에게 투정도 한다. 남편은 언제나 나를 위로하고 또 나에게 미안해한다. 무엇이든지 힘든 일은 다 자기가 한단다. 그 마음에 나는 혼자서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 편하게만 살아온 지난 세월이 이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지만 젊은 시절이었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자신과의 싸움이 매일 계속 된다.
손님도 뜸하고 매일 집수리 하다보면 짧은 겨울 해는 금방 어둠을 몰아온다. 어둠 속을 바라보면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가끔 지나가는 차와 바람과 흩날리는 눈발이 서로 무채색의 조화를 이루면서 내 마음속에 또 하나의 회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겨울은 그렇게 흘러갔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흐느적거릴 즈음 여기 저기서 아련한 부드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먼저 튤립 방긋이 인사한다. 노랑, 빨강 촌색시의 차림으로 자태를 뽐낸다.
그것은 경이였다. 이 사막 같은 삭막한 도시에도 봄은 찾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이름 모를 들꽃도 피고 사과 꽃도 눈웃음을 흘리고 향기로운 라일락도 내 코를 간질인다. 장미도 서로 자태를 뽐내면서 내 눈길을 기다린다.
갑자기 나는 행복한 여인이 되었다. 체리나무 아래서 사진도 찍으면서 나를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피어나는 꽃들에게 마음으로 고마움을 보낸다.
산다는 것은 순간, 순간 행복하다. 늘 일상의 무료함에 몸부림치다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한 여인의 모습에서도 아! 그렇지 이거야, 살아 있다는 것이 하면서 온몸에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내 뺨에 와 닿는 부드러운 바람에,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들에서, 잘 익은 홍시 감처럼 빨갛게 물든 저녁 노을 바라보면서 아! 내가 아직은 살아 있구나, 하는 기쁨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똑같은 일상에서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또 기도한다. 사는 날까진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기로, 이제는 지나온 많은 시간들 속에 흘린 땀의 결실이 조금씩 보이가 시작한다.
하루 밤 지나고 가는 손님들이 너무 깨끗하고 좋은 곳에서 잤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하고 갈 땐 정말 뿌듯하다.
남편이 흘린 땀이 결코 헛되진 않았다고, 밤을 보낸 한 그룹의 모터사이클이 떠난다.
빵! 빵! 경적을 울린다.
손을 흔들면서 가는 그들의 모습에 답하면서 그래! 산다는 건 이런 거야......

기사 등록일: 200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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