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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신앙고백_1 _ 김병혁 목사 칼럼
내리막길 논쟁
지금으로부터 백 십여년전, 영국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일명 ‘내리막길 논쟁(The Down-Grade Controversy)’이라고 불리는 이 논쟁은 당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통 복음주의 설교가중 한 사람인 찰스 스펄젼(Charles H. Speurgeon)이 직접 발간한 '검과 흙손'(The Sword and the Trowel)이라는 신앙 월간지에 그의 절친한 동료이자 경건한 목사였던 로버트 쉰들러(Robert Shindler)가 ‘내리막길’이라는 제하의 일련의 글들을 게재하게 된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쉰들러는 청교도 시대부터 자신의 시대까지 복음주의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놀라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된 신앙의 부흥의 역사가 있은 다음에는 반드시 신앙의 배도 현상이 대대적 혹은 암묵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한 부정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정통 교리에 대한 무관심과 체념, 즉 건전한 역사적 신앙 고백으로부터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어지더라는 것입니다.

당시 정통 교리에 대한 영국 교회의 냉담한 반응은 쉰들러 목사가 속한 침례교단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던 것은 세속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에 영합한 교리 해체 작업이 스스로를 칼빈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장로교인들에게서 먼저 나타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첫 번째 기고문에서 “장로교인들이 맨 먼저 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술회한 뒤, “그들은 가장 고상하고 가치 있는 진리의 길을 버리고 가장 세속적인 지혜의 길을 택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쉰들러와 스펄젼은 침례교 목사였음에도 순수한 칼빈주의 신앙을 추구하였으며, 이 신앙이 유지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서 전통적인 신앙고백(교리)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 새로운 시대 사조의 유입과 함께 아르미니우스주의와 같은 불건전한 신앙의 출현은 참된 신앙이 질적으로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쉰들러는 이러한 모습 속에서 마치 세상의 ‘내리막길’로 치닫는 한 시대 교회의 암울한 그림자를 보았던 것입니다.

위기의 기로(岐路)에 선 기독교 신앙

그럼, 그로부터 백년이 조금 지난 이 시대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스펄젼과 쉰들러가 지적했던 물음들로부터 자유롭습니까? 안타깝게도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고, 오늘날 교회의 형편은 그 시대보다 더욱 참담해져가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정통 교회의 적(敵)들은 그 이후로 더욱 세련되고 교묘한 논리와 기세로 교회 안방까지 들어와서 성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반면, 오늘의 교회는 그 시대의 교회보다 진리에 관한한 담대하리만큼(?) 둔감하여, 그 시대보다 훨씬 경사 깊은 비탈길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내달리고 있습니다.

새롭게 고안된 세상의 지식과 경험들이 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가 하면, 숱한 세속적 프로그램들이 외형적 교회 성장을 구실삼아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신비 체험과 초자연적 은사가 진정한 기독교적 능력과 권능인양 행세하고, 인간의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설교와 성경공부 그리고 찬양집회가 내적치유라는 미명 하에 봇물 터지듯 넘쳐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상의 경영 기법을 교회에 적용하여 주식회사 키우듯 성장하는 교회와 상장가를 달리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를 흉내 내는 목회자가 현대 교회의 진정한 모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젖어있는 교회와 성도는 모를 일이지만, 오늘날 이 시대가 처한 교회의 영적 형편은 적어도 스펄젼과 쉰들러를 비롯하여 종교개혁의 바른 정신을 통해 이 땅에 참된 영적 부흥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면서 진리의 편에 섰던 성도들에게는 여간 낯설고 부담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입으로는 보수교회, 정통교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세상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용적이고 무감각적인 한편, 정통 교회의 역사적인 신앙 고백에 대해서는 한없이 냉정하고 무지한 이 시대의 교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난센스입니다.


종교개혁적 전통 vs. 반종교개혁적 전통

교회의 타락과 부패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교회의 신앙고백에 대한 의식적 무지와 의도적 체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교 개혁적 전통을 지닌 교회와 성도는 역사적 신앙고백을 매우 중시합니다. 종교개혁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신앙(Coram Deo)'과 ‘오직 믿음(Sola Fide)'은 신앙의 대상에 대한 바른 믿음과 바른 앎에 대한 바른 추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종교 개혁에 기초한 신앙이란 ‘순수한 신앙고백(교리 혹은 신조)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신앙'입니다.. 로마 가톨릭의 비성경적 가르침에 저항하여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쳤던 종교 개혁자들은 신앙의 변질을 막고 참된 성경의 정신을 바르게 드러내기 위하여 문서의 형태로 공교회가 함께 고백할 수 있는 신앙고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개혁의 교회적 전통은 18세기이후 계몽주의, 이성주의, 합리주의 사조가 등장한 이래 점차 무시되기 시작하다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가 팽배한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의 개신교회(심지어 경건하고 보수적인 교회들안에서조차)는 신앙고백서를 한물간 구습(舊習)의 유산 정도로 폐기처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교회들이 자신들을 가리켜 여전히 종교개혁의 우산아래 머무는 기독교회(基督敎會) 혹은 개신교회(改新敎會)라고 부르기를 희망한다면 종교개혁의 실질적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칼빈 선생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칼빈은 말씀의 참된 가르침과 성도의 바른 양육을 위해 직접 작성한 「제2차 제네바 교리문답」의 서문에 이르기를, “이 교리 문답(신앙고백)은 옛적부터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준수되어 왔고, 교회가 완전히 부패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포기된 적이 없는 전통적인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교회가 스스로 반(反)교리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이 반(反)종교 개혁적이요 반(反)성경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음을 자인(自認)하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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