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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후 _ 김복례 (캘거리 문협)
흐르는 세월에 나와는 상관없이 나이를 먹고,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은 알아도 세월 가는 줄은 모른다고 했다.
어느새 자동차의 속도는 70마일을 달리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렀다.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시계는 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가는 시간은 살 수가 없다. 만약 시간을 살 수가 있다면 한 20년을 돌려놓고 싶다.

나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참으로 간 큰 여자다. 이민을 간다고 생각했을 때 이민의 실태가 어떤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문도 받아보고 차근차근 생각해야 했고, 옛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도 바빴는지 무작정 자식 옆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겨울이 유난히 긴 설국의 땅 캘거리에 정착하고 보니 많은 후회를 했지만, 흐르는 세월이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나의 마지막 생을 내 조국이 아닌 이국땅에서 마감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지나간 일들. 조국에 남겨둔 형제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간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 본다. 과연 아름다운 노후란 어떤 것일까! 조금은 겸손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이웃을, 아랫사람을 포용하면서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며 주름살과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위고의 말처럼 나 또한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노후를 만들고 싶은데…….
전화 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어보니 한국에 사는 조카 딸이 이모의 안부를 물어왔다. 나는 또 한 번 울컥하고 목이 메었지만 애써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데 조카 딸도 목이 메었다.
표현 할 수 없는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눈물이 얼굴을 적신다. 나는 조카 딸에게 말했다. 그러나 어쩌랴! 옮겨진 나무 한 그루가 뿌리내리지 못해 수없이 몸살을 앓았고, 7년이란 세월이 지나간 뒤 지금에서야 눈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조금씩 뿌리내려 이제는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살랑살랑 춤도 추고 눈이 내리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예쁜 눈꽃송이도 만들고 제법 이 땅에 흙냄새도 맡으며 성숙한 한 그루의 나무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어느덧 아름다운 계절이 지워지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이다. 이맘때만 되면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가지씩 생각해 봐야하는 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항상 혀끝으로 죄를 많이 짓는다.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남의 마음에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 그러는 나는 어떤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쁨과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돌이켜 보기도 하고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상처주지 않았는지!
멀리 조국에 있는 형제와 친구들 카드 한 장보내지 못한 나는 통회하는 마음으로 모두 털어내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힘들고 괴로웠던 삶의 순간들이 짧은 시간 속에 묻혀가는 것을 생각하니 나의 한정된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더욱더 겸손과 품위, 아름다움을 갖춘 노후를 만들고 싶다.
즐겁고 좋았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듯이 석양에 머무는 저녁노을이 더욱 곱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 내가 걸어 가야할 종점이 어디까지인지 몰라도 후회없이 즐겁고 아름다운 노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가끔씩 가슴을 적시던 서쪽 하늘의 황혼 빛이 오늘따라 더욱 붉고 아름다워 보인다.

기사 등록일: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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