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은행이 캐나다에서 철수한다.
캐나다 연방 재무부는 캐나다 최대 은행인 RBC의 HSBC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인수가는 135억 달러로 캐나다 은행업계에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캐나다 경쟁국은 이 거래가 경쟁관계를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 합병을 승인했고 마지막으로 재무부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였다.
이로써 캐나다의 7번째로 큰 대출기관으로 전국에 130여개의 지점과 78만여명의 고객을 보유한 HSBC는 캐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HSBC의 캐나다 철수는 2년 전의 미국 시장 철수와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이 은행은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내 148개 지점 가운데 90여개의 소매 사업과 소기업 뱅킹 사업을 시티즌스와 캐세이 은행 등에 매각했다. HSBC는 30여개 지점만 남겨 고액 자산가를 위한 금융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엘 퀸 HSBC 최고 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현실적으로 HSBC 캐나다의 시장 점유율은 약 2%에 불과하며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하는데 캐나다를 우선순위에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HSBC는 영국의 최대 금융기관이지만 대부분의 매출을 아시아에서 올리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가 주요 거점이다.
연방 정부는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RBC가 밴쿠버에 글로벌 뱅킹 허브를 구축하고 HSBC의 고용 인력을 보호하는 등의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르면, HSBC 캐나다의 4,000명 직원을 인수 완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일선 직원의 경우 2년 이내)에 해고하지 않으며 위니펙 지역의 경우 고객 운영 센터 인력을 10% 늘려야 한다.
또 최소 33개 HSBC 지점에서 4년 동안 은행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와 함께 RBC는 캐나다 전역의 저렴한 주택 건설을 위해 7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키로 했다. 이를 통해 약 2만5,000채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RBC와 HSBC의 합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 과점화된 은행 부문의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과 소비자 옹호단체는 모기지 금리와 전반적인 생활비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우려한다.
캐나다의 6대 은행은 은행 자산의 약 93%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번 합병으로 약 95%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거래를 거부하기 위해 캠페인까지 벌였던 보수당 지도자 피에르 포일리에브르는 "은행과 모기지 대출 경쟁을 위해서 합병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이제 모든 캐나다인이 더 높은 이자율을 지불하는 등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BC는 광둥어와 북경어로 된 지점 내 서비스를 유지하고 상담 센터와 전화 뱅킹을 통해 광둥어와 북경어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HSBC 고객이 모기지 대출을 RBC로 이전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원활한 계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2024년 1분기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안영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