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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생활 10년째를 맞이하며…김민식 (발행인)
1999년 7월 13일 가족들과 함께 캘거리 땅을 밟았으니 어느덧 이민 생활 10년이 지났다. 당시 이민 10년 차 선배들을 만나면 이민 생활의 오래됨에 놀라곤 했는데, 눈 깜짝할 새 내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
과거 몇몇 나라는 방문해 보았지만 캐나다와 미국 쪽은 와 본 적도 없었고, 게다가 친지나 친구는 물론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낯선 땅을 무작정 찾았으니 그 동안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 모국의 새로운 모습 발견하는 계기

이민 오기 전에 내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매우 부정적이었으며, 염증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되었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머나먼 이국 땅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10년 전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 속에서 난 다짐하기를 “두 번 다시 지겨운 한국 땅을 밟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떠났던 기억이 난다. 어리석고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당시로선 여러 가지 불만이 많았기에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떠나온 모국을 지난 난 10년간 총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물론 대부분 신문일로 출장을 간 것이었지만, 그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반가움에 더해 모국에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한국의 장점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모국을 방문하는 것이 어느 나라를 가는 것보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10년 전 ‘다시는 방문할 일이 없다’고 다짐했던 내가, 이제는 모국 방문 기회가 생기면 열일 제쳐놓고 다녀오는 내 모습에 스스로도 좀 우습다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 이민 가서 한국사람 조심하라!

실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미국 이민을 가려고 준비하신 적이 있었다. 당시 부모님은 집과 사업체까지 정리한 상태에서 출국 준비를 마쳤다가 본의 아니게 이민이 물거품 되어, 한국에서 그냥 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이야기다.
당시에 부모님이 이주공사나 기타 여러 사람들에게서 듣기로는 ‘이민 가서 한국사람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세월이 많이 흐른 10년 전에도 난 주변에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캐나다 땅을 밟았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이민생활 속에서 “한국 사람 조심하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한인들에게 사기를 치거나 해를 주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한인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사람이 타 인종에 비해 더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한인들을 가장 많이 돕고 힘이 되어주는 이들도 바로 한인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생활 속에서 어느 민족이든 서로 도움을 주는 것도 동족이요, 해를 주는 것도 대부분 동족들이다. 실제 캐나다에는 베트남, 중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이 서로 화합하고 돕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마찰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한국 사람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동포로부터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은 도움을 받을 가치가 있게 행동하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캐나다 땅에서도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세상 이치가 그대로 살아있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돕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고, 우월감에 휩싸여 상대를 얕잡아 보고 또한 작은 것 하나 베풀어도 꼭 대가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에게는 위의 경고문구가 꼭 필요할 것 같다.


✴ 한국사람들끼리는 단합이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인들은 그냥 다른 민족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결론이다.
우리는 보통 중국인이나 유태인들과 비교해서 단합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들은 좀 특별한 민족들이다. 뭉쳐서 힘을 키워나가는데 그들만의 뛰어난 능력과 잠재력이 있다. 중국인만큼 단합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를 비하한다면 이는 우리가 독일인들처럼 완벽하고 정교한 산업기술을 못 가졌다고 해서 우리를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프랑스의 음식이나 패션 산업이 우리보다 더 낫다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나 영국의 대중음악처럼 세계적인 명작을 못 만들었다고 우리를 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각 나라별로 민족별로 장단점과 특기가 있을 뿐이다. 개인간 상대 비교는 어리석은 일중 하나지만 나라간 비교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우리는 쉽게 중국을 우리와 비교하며 지내는데, 중국의 33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천 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문화와 문명 그리고 문자까지 가져다 썼다. 불과 지난 수십 년간 우리보다 못살았다고 해서 중국(인)을 낮추어 보는 일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흔히 한국을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라고 말들 하지만, 이는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신화로만 비교하자면 5천년 가지고는 다른 나라들에 명함을 내밀기에 역부족이다. 간혹 우리는 5천 년의 역사를 타 나라의 실제 역사 길이와 비교하며 우월감을 표시하는 실수를 범할 때가 많다. 신화로 비교할 자리가 아니라면 앞으로는 ‘반만년’을 쓰지 않는게 합당하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미국의 역사는 200년이고 대한민국은 60년이다. )

✴ 두 번의 문화 충격

우선은 북미 땅이라고는 한번도 밟아본 적 없이 캘거리로 훌쩍 날아온 나로서는 모든 게 낯설었지만 상대적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들뿐이었다.
그러던 중 4년 전 차를 가지고 장거리 미 서부 여행길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는 옐로우 스톤이나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방문했었지만 대도시가 없는 지역들이라 제대로 미국을 돌아보지 못했다.
LA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라스베가스 등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캘거리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와 문화였다는 점이다. 캘거리가 북미의 모든 것이라고 알고 살았던 내게 당시 미국 여행은 ‘시골 소년의 서울 방문기’쯤으로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고, 당시가 두 번째 문화충격이었다.
아직 미국 동부지역은 가보지 못했는데, 듣기로는 서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하니, 시골소년은 세 번째 문화충격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덧붙여서... 2014년 4월에 추가한 내용임)
중국인들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캐나다에 이민와서 중국인들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한인 이민자들은 단합이 무척 잘 된다며 부러워 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었다. 우리는 반대로 중국인들이 그렇다고 흔히들 생각했는데 말이다.
중국인들 왈 "자기네는 중국과 대만으로 우선 분리되어 있고, 본토와 홍콩, 캔토니스와 맨도린 언어 그리고 북방과 남방등등 너무나 잘게 나누어져 있고 서로간에 앙숙이란다. 캐나다내 같은 회사에 다녀도 서로 출신이 다르면 으르렁 대며 지낸다고..
남한은 그에 비해 한개의 나라이니 단합이 잘되는것 같아 부럽다는게 그들의 요지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들의 생각과 판단이 매우 흥미로웠다.

한가지 더.. 10여년 전에 케네디언 성당을 갔다가 필리핀 사람을 만났을때 내가 "캘거리에 필리핀 성당도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왜 그곳으로 안가고 이곳 케네디언 성당에 오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필리핀 성당은 말이 하도 많아서...그게 싫어서 영어권 성당 다닌다"며... 한인들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진리를 깨다는 순간이었다.

기사 등록일: 2009-07-30
고르기아스 | 2017-03-08 1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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