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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월을 보내면서
체리가 익을 무렵 4절

난 언제까지나 체리가 익을 무렵을 사랑한다.
그 때부터 내 마음 속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온다 하더라도
이 상처를 고칠 수는 없겠지
언제까지나 체리가 익을 무렵을 사랑한다.
마음속 그 추억과 함께


파리 뻬르 라세즈 공동묘지, 쇼팽, 에디뜨 피아프,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 세계 유명인사들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다. 묘지 97구역의 동쪽 벽, 총알구멍이 군데군데 나있는 허름한 벽, 벽 틈에는 장미꽃이 꽂혀 있다. 그 벽엔 이런 동판이 붙어 있다. ‘Aux morts de la Commune 21-28 Mai 1871’(꼬뮨의 죽은 이들에게, 1871년 5월 21-28일)

- 보불전쟁 -

1868년 스페인에 혁명이 일어났다. 스페인은 프러시아 레오폴드 공에게 왕위에 오를 것을 제안했다. 레오폴드 공은 프러시아 왕 빌헤름 1세의 사촌으로 그가 스페인 왕이 된다면 프랑스는 동서 양쪽으로 독일 왕가(호헨촐레른)에 포위 당하는 형상이 된다. 더구나 프러시아는 오스트리아와 전쟁에서 승리 후 북부독일 4개연방을 통합해 중부유럽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프랑스는 프러시아 왕 빌헤름 1세에게 레오폴드가 스페인 왕위에 오르지 말 것을 요청했고 레오폴드도 스페인 왕위에 오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프랑스 외교의 승리였다. 그러나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프러시아 재상 비스마르크는 중간에 농간을 부려 프랑스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유도했다.
7월19일 프랑스 의회는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그러나 한때 유럽 최강을 자랑하던 프랑스군은 졸전을 거듭했다. 8월20일 바제인 원수의 부대가 메츠에서 프러시아 군에게 포위 되었다. 맥마흔 원수는 바제인군을 구하려 이동하다 세당(Sedan)에서 프러시아 군과 조우, 일대 격전이 벌어졌으나 작전 실패로 9월2일 항복했다.
황제 나폴레옹3세와 함께 장군 39명, 장교 2천700명, 사병 8만4천명이 고스란히 독일군 포로가 된 것으로 프랑스 역사상 이런 치욕스러운 참패는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이 세당(Sedan)은 프랑스로서는 참으로 재수없는 곳으로 2차대전 때에는 마지노 요새가 끝나는 세당을 독일군이 측면돌파, 물밀 듯이 몰려와 파리를 점령했다.
황제가 포로가 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지자 9월3일 파리에 민중 봉기가 일어나 황제 폐위, 제정의 소멸과 공화정 수립을 선포했다. 10월 말 프러시아 군에 포위되었던 바제인 원수 휘하 17만9천 병력이 또 항복하였다. 프러시아군은 파리로 밀려들었다.
파리에서는 국민방위대를 재편해 프러시아에 맞섰다. 임시정부는 국민방위대를 해산하고 프러시아와 강화조약을 맺으려 했으나 파리 민중을 굴욕적 항복을 거부하고 결사항전을 선포했다. 이듬해 3월18일 파리 시민들은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다. 세계 최초의 노동자 자치정부인 꼬뮨(Commune)이 탄생한 것이다.

- 파리 꼬뮨, 클레망과 루이스 -

노동자 자치정부인 파리 꼬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도부에는 각양각색의 사상을 가진 인물이 모여 의견통일이 안되고 분열과 갈등을 거듭했다. 프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임시정부는 파리를 포위하고 공격에 착수했다. 이것은 마치 동학혁명 때 조선정부가 일본의 지원을 받아 동학군을 섬멸한 것을 연상하게 한다. 5월21일부터 5월28일까지 ‘피의 주간’ 동안 최소 17,000명에서 30,000명의 파리 시민과 국민방위대가 희생되었다.
화력과 병력에서 정부군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5월25일 정부군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늙은 자꼬방 들레쿨루즈는 이리 저리 바리케이드를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격려했으나 패배는 결정적이었다. 그는 여동생에게 보내는 유서를 쓰고 2월혁명 때 입던 제복을 입고 바리케이드로 향했다. 정부군 진영에서 총소리가 났다. 석양을 받으며 62세 자꼬방은 비장한 최후를 맞이했다.
5월26일 일요일 정부군의 소탕전이 시작되었다. 꼬뮨 지도자 중 한 명인 장 바티스트 클레망(Jean Baptiste Clement)는 퐁떼느 오 루아 바리케이드에서 부상병 치료에 여념이 없는 젊은 여자를 만났다. 20세 남짓한 여자의 이름은 루이스였다. 클레망은 루이스에게 이곳을 떠나 피하라고 했으나 루이스는 부상병 치료를 계속했다. 클레망은 이 젊은 여자의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전멸은 시간문제였다. 정부군 공격을 피해 클레망은 루이스와 헤어졌다.
마지막 남은 꼬뮨 병사 147명은 파리 20구 뻬르 라세즈 공동묘지로 후퇴해 묘석을 엄폐물 삼아 최후의 항전을 했으나 실탄이 떨어져 항복했다. 정부군은 이들을 미리 파 놓은 벽 위에 세워놓고 총살해 구덩이에 묻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어선 이들은 묘비도 없이 묻혔다.
파리가 함락되자 클레망은 영국으로 망명해 10년을 지내다 사면 복권되어 귀국하였다. 루이스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부군 소탕전 때 죽었는지 뻬르 라세즈에서 총살 당했는지 아니면 기적적으로 살아났는지. 일설에는 체포 후 사면되었다고 하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1871년 5월26일 일요일, 퐁떼느 오 루아 거리의 간호원, 용감한 시민 루이스에게-
파리로 돌아온 클레망은 1885년 시집을 발간했다. 시인이기도 했던 클레망은 이미 3절까지 써놓았던 시 ‘체리가 익어갈 무렵’에 4절을 첨가했다. ‘체리가 익어갈 무렵’은 떠나간 여자를 그리워하는 듯한 애틋하고 서정적인 사랑의 시 같으나 사실은 14년전 1871년 5월26일 바리케이드에서 만난 용감한 시민 루이스에게 헌정하는 것이다. A la vaillante citoyenne Louise, l’ambulanciere de la rue Fontaine-au-Roi le dimanche 26 mai 1871.
기록에 의하면 ‘체리가 익어갈 무렵’은 1868년, 파리 꾜뮨 이전에 앙투앙 르나르가 곡을 붙인 것으로 되어 있으니 그 이전에도 불리던 노래일 것이다. 그러나 루이스에게 헌정된 이후 좌파, 진보주의자들에게 전해져 이차대전 때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 당했을 때 레지스탕스들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어준 곡이다.
이 노래는 이브 몽탕, 쥴리엣 그레꼬, 나나 무스쿠리, 티노 로시, 장 루미에르 등 수십 명의 가수들이 불렀다. 특히 프랑시스 미테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소프라노 가수 바바라 헨드릭스가 바스티유 광장에서 이 노래를 불러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사회주의자 대통령의 마지막을 기렸다.

- 꼬뮨(Commune) -

꾜뮨은 자치공동체로서 자연발생적 부락공동체다. 로마 멸망 후 유럽에는 왕과 영주의 간섭을 벗어나 주민들끼리 자치를 이뤄 나가는 공동체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자치 공동체의 발달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로서 100년 전쟁 이후 강화된 왕권과 제후들의 전제에 영향을 받아 꼬뮨이 유명무실해졌으나 근대사회에 이르러 민주주의가 꽃 피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세기(世紀)의 희망’이라는 파리 꼬뮨은 2개월간 성공으로 막을 내렸으나 러시아 혁명 때, 베네주엘라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카라카스 대시위’에서 꽃을 피웠다. 볼리바르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차베스 대통령은 “혁명이 성공한 것은 좌파 지식인들이나 정치화된 노조나 사회주의 정당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네주엘라에는 파리꼬뮨 비슷한 주민 자치단체인 주민평의회가 15,000마을에 조직되어 있어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야간학교, 일요학교, 협동조합, 자체 도서관 운영 등 공동체를 통한 노동자들의 자기계몽의 결과가 노조도 없고 당도 없던 러시아에서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밑바탕이 되었다. 자본가들이 정치계 금융계 인사들과 술 마시며 방탕한 생활 할 때 노동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에 힘 쓴 것이다.
한국에서 젊은 주부들이 안전한 먹거리 구입하려고 각자 돈을 모아 공동 구매하는 것도 아주 기초단계의 꼬뮨이다. 노조 없는 노동자들이 급여의 일정액수를 모아 병원입원비나 가정에 큰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는 것도 기초단계의 꼬뮨이다. 자기가 자기를 보호하고 돌보는 이런 자치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알고 사회적 책임을 아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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