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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6.25와 국민방위군
▣ 전쟁 중에 생긴 비극
다음 주가 되면 6.25가 일어 난지 63년 된다. 63년 전 6월25일 북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3년1개월 동안 우리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리고 가정이 파괴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가족의 일부가 세상을 떠나거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쟁이 나면 사람 목숨은 개 값이 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극한적 상황에 이른 생존본능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다. 사람이 무가치하게 죽는 것을 개죽음이라 하는데 전쟁은 사람 목숨을 개보다 못하게 만든다.
개전 초기 인민군의 공세에 국군은 후퇴의 후퇴를 거듭했다. 원래 전쟁이란 선제 공격하는 편이 주도권을 잡게 되어 있으나 공격을 당하는 편도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하는 시점이 있다. 반격을 시작한 국군은 파죽지세로 진격해 압록강까지 올라가 통일을 눈앞에 두었다.

▣ 비극의 시작

그 때 중공군이 개입해 국군은 다시 후퇴를 했다. 12월부터 1월에 걸친 후퇴를 1.4후퇴라고 한다. 서울을 떠나 또 다시 후퇴를 하게 되자 처음 후퇴할 때의 학습효과가 있어 이승만 정부는 처음 우왕좌왕 하며 후퇴하던 것과 달리 체계적(?) 후퇴를 했다. “서울 사수 한다”고 국민들에게 거짓말 하고 슬쩍 혼자 도망 갈 필요도 없었다.
지난번 후퇴할 때 가장 뼈 아팠던 실수가 인적자원 관리였다. 처음에야 한 목숨 사는데 급급해 국민 속이고 도망했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처음 후퇴할 때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은 정부가 그대로 두고 간 인적자원을 의용군이란 이름으로 전선으로 내보내 국군에 타격을 주었다.
후퇴할 때 적에게 이용될 인적자원 물적자원을 소개하는 청야작전, 물적자원은 있지도 않으나 인적자원을 남겨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승만 정부는 후퇴가 가시화 되자 ‘국민방위군 설치법’을 공포한다. ① 군인, 경찰, 공무원을 제외한 17세-40세 장정을 제2국민병에 편입한다 ② 그 중 학생을 제외하고는 지원에 의해 국민방위군에 편입시킨다. ③육군 참모총장은 국방장관 지시를 받아 국민방위군을 감독 지휘한다.
신성모 국방장관은 우익단체 ‘대한청년단’ 단장 김윤근을 육군 준장에 임명 국민방위군 사령관에 임명했다. 부 사령관에 임명된 윤익헌은 대령에 임명되었다. 김윤근은 군 경력이 없는 민간인으로 하루 아침에 장군이 되었다. 국방부는 최소한의 기간요원만 현역에서 차출하고 나머지 국민방위군 간부들은 대한청년단 간부들이 맡았다.

▣ 죽음의 행렬

이렇게 해서 모인 국민방위군이 50만명인데 이들은 이동시키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1950년 12월21일 첫 번째 부대가 창덕궁에 소집되어 죽음의 행렬에 나섰다. 이들에게는 쌀 한 톨 군복 한 벌 지급된 것이 없었다. 오직 도착지가 어디라는 명령만 있었고 언제까지 오라는 날짜도 없었다.
이들은 남하하며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었다. 국가에서 소집하는 것이니 최소한 먹여주고 입혀줄 것이란 기대로 홑바지와 저고리 차림에 행군에 나선 사람들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굶주림 끝에 쓰러져 죽었다.
엄동설한에 지급된 것은 2인당 가마니 한 장이었다. 어쩌다 학교 교실에서 숙영할 때는 교실 하나에 200명-300명씩 집어 넣어 몸을 맞대고 자야 했다. 자연히 이가 창궐해 이를 잡는 게 아니라 옷을 벗어 이를 털어내야 할 정도였다. 열악한 위생환경 속에서 각종 질병이 돌아 허약해질 대로 허약한 병력들은 병에 걸리면 그날로 세상을 떠났다.

▣ 돌려차기

국민방위군을 창설할 때 전국에 51개 교육대를 만들었다. 1개 교육대가 약 만 명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대는 병력을 받을 능력도 준비도 없었다. 가령 영천교육대에 병력이 도착하면 수용능력이 없으니 김천교육대로 가라 하고 천신만고 끝에 김천교육대로 가면 경산교육대로 가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병력이 며칠 동안 숙영 했다고 허위문서 작성해 예산과 양곡 피복을 받아 횡령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예산이 50억-60억원에 달했다. 할당된 예산 209억 중 약 1/3을 간부들이 횡령한 것이다.

▣ 간부들의 횡령, 착복

국민방위군의 실질적 운영자 윤익헌 부사령관은 요정 금호정을 비롯해 대구 시내 요정을 밤마다 돌면서 짚차 트렁크에 현금을 싣고 다니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뿌렸다. 그렇게 없앤 국가예산이 24억원과 군량미 2,000 가마였다.
국민방위군 사건의 검찰관 김태청은 윤익헌을 심문하면서 “당신 돈 쓰듯 나는 물이라도 그렇게 써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피난지에서 우물물에 식수를 의지하던 엄동설한에는 물 한 동이 구하기도 힘들었다.
예산 유용, 횡령, 착복은 이미 예견된 불행이었다. 병력 50만명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간부, 기간사병들의 월급, 처우 등에 필요한 예산은 있지도 않았다. 알아서 적당히 해결하라는 것일까?
국민방위군에게 지급될 식량은 하루 4홉이었다. 포로도 5.5홉을 받는데 포로만도 못한 대우였다. 배급이 아주 공정하게 지급되어도 세끼 주먹밥과 소금국 먹기에도 빠듯한 실정인데 그나마 사령부에서 1/3 빼먹고 교육대 간부, 기간병들이 빼먹고 나면 소금물 묻힌 주먹밥도 못 먹고 굶어 죽는 병력이 태반이었다. “문둥이 코 구멍에 박힌 마늘을 빼먹는다”는 말 그대로였다.

▣ 누가 대한의 아들들을
이 꼴로 만들었냐?

피골이 상접한 국민방위군 병력이 대구에 나타나자 피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지 중에 상거지떼가 나타난 것이다. 국민방위군 참상이 목격자들에 의해 전해지고 이철승 의원이 제보 받아 국회에서도 문제가 되었으나 피난지 대구에서 그 실상을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죄수도 아니고 전쟁포로도 아닌 어엿한 대한민국 국적의 17세-40세 사이의 남자들이 해골만 남은상거지떼가 되어 나타나자 국민들의 분노가 터졌다. “누가 대한의 아들들을 이 꼴로 만들었냐? 그 자를 잡아 처단하자.”
그 동안 이승만 정부는 국민방위군 사건에 대해 “50만 방위군이 먹을 식량과 군수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병들을 위해 젤리 공장을 짓는다”는 거짓말로 일관하거나 “용공분자들의 책동에 놀아나지 말라” “공산세력, 공비들의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는 색깔론으로 사건을 호도시켰다.
국민방위군 실상이 드러나자 이시영 부통령은 이승만에게 책임을 묻다 자신이 사퇴했다. 윤보선도 이승만을 찾아가 국민방위군 사건을 따졌으나 “공산주의자 책동”이란 말을 들었다. 윤보선은 “그들이 공산주의자라는 증거를 대라”고 다그쳤다. 결국 국민방위군 사건으로 윤보선은 이승만을 다시 찾지 않았다. 조병옥, 김성수도 그때를 기점으로 이승만에게 등을 돌렸다.

▣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100일 사이에 멀쩡한 국민이 5만-10만명이 죽었다. 이들은 군번도 계급도 없고 명단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나오는 만능 특수부대 출신들도 아니다. 정황상 그 정도가 죽었으리라는 것이지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는 기록도 없다.
간신배 신성모 국방장관은 이승만에게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해 군법회의를 급조, 3일만에 국민방위군 사령관 김윤근, 부 사령관 윤익헌 등 간부들은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김윤근 무죄, 윤익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국민을 놀리고 장난하는 군법회의는 사건을 더 악화시켰다.
국회조사위원회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고 거창 민간인 살해사건까지 겹치자 정부는 할 수없이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재판을 다시 시작해 김윤근, 윤익헌 등 5명에게 사형을 선고, 1951년 8월13일 대구 근교에서 총살형이 집행되었다. 이들이 사형 당함으로써 국민방위군 착복 횡령액의 많은 부분이 이승만 지지세력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증거만 남기고 영원히 미궁에 빠졌다.
국민방위군 사건은 6.25가 남긴 수치스러운 사건이자 쓰라린 경험 중에 하나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성찰과 반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처참한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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