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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_ 기자수첩
갑오년, 설날

지난 1월31일이 음력 새해로 정월 초하루, 갑오년이 시작되었다. 서양인들은 Chinese new year라고 하는데 차이나뿐 아니라 동양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에서 음력 설을 지내므로 the lunar new year가 맞는 말이다. 서양인들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국수주의라고 비판 받을 일도 아니고 더구나 애국하고도 전혀 무관한 것으로 그냥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자유당 정권, 군사독재시대에는 설날을 구정이라고 해서 없어져야 할 구습의 하나로 취급했다. 설날을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국가권력으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정을 지내다 파면 당한 공무원들도 생겨났지만 국가가 하는 일이 항상 옳고 정의로운 것은 아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양심에 맞을 때만 옳고 정의로운 것으로 국민이 따르는 것이다.
한때는 ‘민속의 날’이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으로 불린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설날로 되어 누구의 간섭없이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설날 먹는 음식을 세찬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떡국이다.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인다. 꿩고기가 없을 때는 닭을 쓰는데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겼다.
우리가 언제부터 설날을 명절로 지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고려시대에는 이미 설날이 9대 명절에 하나로 지냈고 조선시대에는 4대명절 중 하나였으므로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입춘대길

설날 마시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 설날은 찬술을 마신다. 그래서 세주불온(歲酒不溫)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것은 설날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봄이 와서 일할 준비를 한다는 의미로 농경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설날이 시작되고 첫번째 절기가 입춘이다. 봄의 문턱에 온 것이다. 지난 가을 바람에 떨어졌던 낙옆을 자양분 삼아 꽁꽁 언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생명이 태양의 온기를 받으며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데 입춘이 되면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써서 붙인다. 봄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다.
오늘이 입춘인데 에드몬톤은 최고 영하 20도, 최저 영하28도의 기온으로 이정도 추위를 혹한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입춘을 무색하게 했다. 작년에는 입춘을 한참 지난 춘분에 눈이 35cm 내린 적이 있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부활절도 몇 번 지냈으니 왕소군이 갈파한 춘래불사춘이 명시라고 할 수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차이나에 4대 미녀는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이다. 4대 미녀 중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은 실존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천성 성도에서 초선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되었는데 진위 여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왕소군은 전한 때 인물로 한 원제의 궁녀였는데 흉노족 호한야 선우(족장)에게 부인으로 주었다. 오랑캐 땅으로 시집온 왕소군은 호한야가 죽자 그 아들인 복주누약제 선우의 부인이 되었다.
한족은 흉노의 근친결혼 풍습을 콩가루 집안의 고약한 풍습이라고 보았으나 유목민들에게는 이상하지 않은 풍습으로 구약에도 형제가 죽으면 그 부인이 다른 형제와 결혼하는 형사취수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 조상의 한 갈래인 부여족도 형사취수제도가 있었다.
왕소군이 어느 정도 미인이냐 하면 기러기가 날아가다 왕소군의 미모에 반해 넋을 잃고 떨어졌다 해서 낙안(落雁)이라는 말이 생겼다. 왕소군은 미인일 뿐 아니라 시도 잘 지어 척박하고 낯선 오랑캐 땅에서 살면서 따뜻한 고향을 그리며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시작되는 시를 지었다.
“오랑캐 땅이라고 해서 화초가 없으랴마는 정 붙일 곳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는 뜻이다.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사는 한인들로서는 재미없는 천국에 살면서 왕소군의 심정을 이해 할 것이다. 그러나 소식에 의하면 고국은 더 춥다고 하니 캐나다에 정 붙이고 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라운드 호그(Groundhog)

지난 일요일 2일은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다. 몰모트처럼 생긴 이 기상 예보관이 동면에서 깨어나 굴속에서 올라와 그림자를 돌아보면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 겨울이 6주 더 남아 있고 그림자를 안 돌아보고 굴을 떠나면 봄이 곧 온다는데 이번에는 6주를 더 기다려야 봄이 온다.
이상한파에 시달리는 동부 지방은 봄 같은 봄이 오려면 6주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 기상예보관의 예보는 미국, 캐나다 모두 유효하고 이 예보를 믿고 안 믿고는 각자 생각에 달려 있다. 호사가들은 1887년부터 그라운드 호그의 예보를 기록했는데 그림자를 돌아본 게 101회, 그중 겨울이 길지 않았던 적이 17회로 비교적 적중률이 높은 편이다. 나머지 기록은 누락되었다.
독일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민간전승에 대해 현대 첨단장비를 갖춘 기상대는 이 몰모트의 능력을 너무 믿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2월-
2월은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고 어중간한 달이다. 겨울 내내 온 눈이 녹으며 흉한 맨살을 드러내 정리가 되지 않은 책상서랍을 보는 듯 혼란스럽고 뒤숭숭하기도 하다. 날씨는 아직 춥지만 성급한 마음으로 겨울속에 봄을 기다린다.
홀레락 파크의 자작나무 숲 사이로 얼어 붙은 사스캐추원 강물 속으로 봄이 보일락 말락 모습을 드러낸다. 가족의 날을 맞이해 롱 위크엔드에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스키여행을 준비하는 손길에도, 조랑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동심에도 봄이 깃든다.
새해 문턱을 넘으며 노루꼬리만큼 길어진 해도 2월이 되면 봄이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성큼 길어진 해가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시간이 길어지며 눈 속에 얼어붙은 생명을 깨운다. 입춘 추위를 하려는지 연일 영하 2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되지만 “겨울이 되면 봄 또한 멀지 않았다”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가 오는 봄을 준비해야겠다.

기사 등록일: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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