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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에_기자수첩
지정월 대보름은 설날이 시작되고 첫번째 맞이하는 보름이다. 모국을 떠나 이민와서 사느라 기억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고 잊어버리고 살지만 정월 대보름에 얽힌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대보름이 되면 ‘부럼’이라 해서 호도, 잣, 날밤 같은 견과류를 깨물어 마당에 버린다. 그러면 일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잣의 껍질을 까 바늘에 꿰어 불을 붙여 타는 모양을 보고 일년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 저녁에 달이 뜨면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이런 대보름 행사가 한때는 미신으로 치부해 무시했으나 미신이 아니라 보존하고 계승해야할 우리의 문화 전통이자 후세에 전해야 할 유산이다.
아홉가지 나물을 반찬으로 해서 먹은 기억도 있다. 다섯가지 곡식으로 지은 오곡밥도 먹었다. 아홉가지 나물과 오곡밥을 먹는 이유는 긴 겨울동안 부족했던 비타민과 영양소을 보충하는 의미가 있다. 오곡밥은 지방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찹쌀, 수수, 조, 콩, 기장 등이다.
이민와서 살다보니 오곡밥 먹어본지도 오래 되었다. 올해도 오곡밥을 먹지 못했지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떠나 온 고국땅에 ‘자유, 민주, 인권, 정의, 자주’의 다섯가지 오곡이 무르익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오곡의 의미

오곡이라 하면 꼭 다섯 가지 곡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곡식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이라는 표현도 있듯 여기서 오곡은 모든 곡식을 말하고 백과는 모든 과일을 말한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으로 음양오행과 관련이 있다.
오곡을 색갈과 맛으로 오행과 관련되어 풀이하는데 토(土)는 단맛 노란색, 목(木)은 신맛 푸른색, 화(火)는 쓴맛 붉은 색, 금(金)은 매운 맛 흰색, 수(水)는 짠 맛 검은색이다.
음양오행은 마치 헤겔철학의 정, 반, 합이 반복되며 진리에 가까워지듯 음과 양의 소멸, 성장, 변화를 통해 파생되는 오행 수, 화, 목, 금, 토의 움직임으로 우주의 원리와 인간생활의 현상을 설명하고 생성과 소멸을 해석한다.
음양오행이 우주와 인간사의 삼라만상의 변화를 설명하듯 자유, 자주, 민주, 정의, 인권은 온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로 이 가치의 실현을 위해 인류는 무수한 노력을 해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 보편적 가치의 실현

필자가 대학 다니던 때는 유신헌법 폐지를 위해 투쟁하던 때였다. 그 엄혹했던 시절에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제자들이 퇴교 당하고 경찰에 잡혀가고 정보부에서 고문 당한 끝에 형무소에 수감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어느 교수는 “너희들 심정은 알겠다만 아무리 유신헌법이 나쁘다 해도 북한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만류했다. 그 분은 유신헌법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제자들이 형무소에 수감되어 인생 망치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 후에도 자유 자주 민주 정의 인권을 위해 군사독재와 싸울 때 흔히 나오던 이야기가 ‘북한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덧에 걸리면 인간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자유, 민주, 자주, 인권, 정의의 오곡밥은 소화도 못 시키고 소화불량에 걸린다.
보편적 가치의 실현은 좀 더 나은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 본성으로 공동체를 변화 시켜야 한다. 역사가 진보한다지만 항상 진보의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았다. 때로는 정체되고 후퇴하기도 한다.
역사의 진보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시대를 인식하고, 그 시대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나아갈 때 다가오는 것이다.

▣ 정의롭지 못한 사회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게 1995년이니 19년 되었다. 성수대교 붕괴는 1994년이니 20년 되었다. 지난 20년간 역사는 진보되었을까? 아니다. 대구지하철 사고, 원전비리, 남대문 부실공사 등 성수대교 붕괴 삼품백화점 붕괴의 사촌 육촌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걸 보면 지난 20년간 역사는 진보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코오롱 그룹 소유 리조트가 붕괴되어 1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생겼다.
같은 유형의 사과가 몇 십 년을 두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일어난다는 것은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못하니 정직하지 못하고 부정확하다. 불법 용도변경, 불량자재 사용, 감독기관 무능, 자재 빼돌리기 등등으로 대형참사로 인해 애꿎은 목숨이 날라간다. 이런 사회에서 국격 운운 하는 것을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한다. 불가능한 일 가당찮은 일을 하려 할 때 쓰이는 사자성어다.
정의로운 사회는 언제나 올까? 내년 정월 대보름에는 자유, 자주, 민주, 정의, 인권을 골고루 섞은 오곡밥은 못 먹을지언정 정의, 인권의 이곡밥이나 정의, 자유, 자주의 삼곡밥을 기대해도 좋을까?

기사 등록일: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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