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3.1절에 생각나는 친일파들 _기자수첩
- 독립운동, 지식인들의 좌절-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날 무렵 많은 사람들이 윤치호를 찾아와 참여할 것을 권했으나 윤치호는 거부했다. 윤치호는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 지식인으로 조선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일본유학, 미국유학으로 서구 선진문물을 습득하고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다.
당시 제국주의 식민지로 전락해 신음하는 약소국들은 파리 강화회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열강들이 모여 세계질서를 개편하는 회의로 윌슨 민족자결주의를 비롯해14개조의 평화원칙이 기본 구조였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약소국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윤치호는 세계정세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있었다. “미국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면 약소국이 독립을 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일본에 맞서 조선의 독립을 도와 줄 열강은 없다.” 3.1 독립만세운동에 참가 할 것을 권유하는 송진우, 신흥우에게 파리 강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해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는 것이 헛수고라고 설득했다.
윤치호가 옳았다. 파리에서 열린 강화회의에 김규식이 대표로 참석 했으나 조선의 독립은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베트남의 호지명 역시 독립 안건 상정은 고사하고 말도 못 붙여보고 복도에서 쫓겨났다.
윤치호는 당시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3.1운동에 대해 “거리를 누비며 만세나 부른다고 독립된다면 압제 받거나 종속될 국가나 민족이 어디 있겠나?”면서 만세 운동에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그는 3.1운동의 지도자들을 “순진한 젊은이들을 선동해 고통의 골짜기로 몰아 넣는다.”고 비판했다.
윤치호는 “약자는 강자에게 순종해 호감을 사서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하며 힘이 정의라고 규정했다. 윤치호는 그 당시의 지식인답게 사회진화론 입장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만세나 부른다고 독립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눈 뜨고 지옥 불에라도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사회 진화론-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은 18세기 계몽주의 부산물이었다. ‘약육강식’ ‘우승열패’ ‘적자생존’ 사회진화론은 다윈의 생물진화론의 원리로 사회의 변화를 해석하는 것이다. 단세포 동물에서 복잡한 고등생물로 진화하듯 사회도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한다고 보았다. 생물이 진화하며 분화, 통합의 과정을 겪듯 사회도 진화하면서 분화 통합된다고 보았다. 사회진화론을 주장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생물학의 적자생존 원칙이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사회진화론은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정복, 군사력 강화, 소수 자본의 독점, 인종차별의 기본 이념이 되었다. 사회진화론은 일본을 환골탈태 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 청나라도 양무운동 같은 온건한 방법으로 개혁이 불가능해지자 강유위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변법자강운동을 주장했다.
조선에 사회진화론이 알려진 것은 1880년 무렵이었다. 갑신정변의 주역들과 그 동조자들이 적극적 사회진화론 자들이었다. 이들은 국민들을 계몽하고 부국강병을 통해 근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길준이나 윤치호가 적극적 사회진화론자가 된 것은 사회진화론이 한창 유행할 때 미국, 일본에서 유학하며 사회진화론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친일매국주의-
조선시대 말기, 일제 식민지시대 지식인들은 대부분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였다. 김규식, 박은식, 박중양, 안창호, 서재필, 유길준, 윤치호, 이광수, 이범석 등이 사회진화론자들이었다. 이들은 국민을 계몽시키고 교육을 통해 국민의 자질을 높이고 부족한 실력을 양성해 부국강병을 이뤄 자주적인 독립국가가 되어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유명한 변씨 삼형제, 변영만, 변영태, 변영로 중 맏형인 변영만은 그 당시 드물게 사회진화론을 반대한 인물이다. 그는 “진화설의 무의미”라는 논문에서 “진화론은 생물계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법률가인 그는 1909년에 이미 “사형폐지”를 주장한 선구자중에 선구자다.
그러나 대표적 민족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신채호 선생도 “우승열패는 경쟁의 원리”라며 사회진화론을 지지했다. 민족주의자들은 국권이 침탈당하는 국가적 위기에 그 원인을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에서 찾았다.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실력을 길러 부국강병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은 “세계인류가 생존경쟁의 시대로 국민의 지식과 세력을 비교하여 영욕과 존망을 판단하니 개명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식산으로 자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사회진화론자들은 “조선이 야만국이 되느니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게 낫다.”라고 생각했다. 힘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일본과의 격차를 생각하며 강자에 순응하며 생존하는 것이 대세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무너져 내리며 독립의지를 잃어버렸다. 이광수, 최남선이 좋은 예다. 이렇게 사회진화론자들은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로 친일매국노로 갈라섰다.
힘을 정의라고 생각하며 일제에 충성한 친일매국주의자들은 일본의 패망을 목도했다. 아무리 힘을 갖고 있어도 그 힘이 불의한 것이라면 무너지는 것이다. 친일매국주의자들은 힘=정의가 아니라 정의=힘 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해방, 친일파 청산은 불가능했나-
해방이 되었다. 일제에 아부하며 민족을 팔아먹고 일신의 영달을 꽤 하던 친일파들은 몸을 낮췄다. 친일파 척결은 민족적 과제였다. 35년간 식민지 통치를 당했던 한국의 친일파 처벌이 4년간 나치에 점령 당했던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처벌처럼 철저하게 이뤄질 수는 없고 생계형 친일이나 창씨개명까지 친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식민지라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데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가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친일파 척결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미국의 최대 관심은 동북아에서 공산주의 세력 확산 방지였다. 한국에 진주한 미군은 친일파건 아니건 능력 있는 자들을 임명해 공산주의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 이것이 친일파 정리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북한은 친일파 척결을 시작했다. 그러자 대부분 친일파들은 처벌을 피해 남하했다. 그러나 북한의 친일파 척결이 미온적 일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어는 다 빠져 나가고 잔챙이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한은 명목상이나마 친일파 문제를 정리했다.
처형된 자들은 별로 없고 징역형이나 노동교화형을 받았고 대부분은 반성문 쓰고 친일행위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화국 건설에 참여하는 영광을 얻었다.
미국의 공산주의 확산방지는 친일파들은 반공주의자로 변신 시켰다. 해방 후 남한에는 다양한 정파들이 있었다. 민족주의 우파, 민족주의 좌파, 사회주의, 중도파, 등등. 그러나 친일파를 거둔 사람은 이승만이었다. 한 때 독립운동을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반일주의자지만 이승만의 정치적 입지는 친일파를 처벌할 수 없었다. 친일파는 이승만의 정치적 지지기반인데 자신의 지지기반을 헐어버리는 정치인이 있겠는가? 이것이 친일파 정리가 안 된 두 번째 이유다.
일본에 충성하고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들은 다 죽었다. 그러나 그들이 뿌려놓은 친일의 이념은 지금도 살아 전수되고 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뉴 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좋은 예다. 친일의 이념을 걷어내지 못한 채 또 한번의 3.1절이 오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4-02-28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주택정책 너무 이민자에 맞추지..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댓글 달린 뉴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동화작가가 읽은 책_59 《목판..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존 Zone 개편 공청회..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