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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비춰지는 인간군상 _ 기자수첩
세월호가 침몰한지 40일이 넘었다. 사고가 안 나는 게 좋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사고가 안 날 수는 없어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고 배가 침몰하고 기차가 탈선하기도 하는데 이번 세월호 침몰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다각도에서 충격을 주었고 충격을 받은 이유도 여러가지 있지만 충격의 강도가 과거의 비슷한 사고였던 남영호 침몰, 사해 페리호 침몰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심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세월호 충격이 6.25 동란이나 IMF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인들뿐 아니라 TV 인터넷 SNS를 통해 사고현장을 목격한 외국인들도 포함되니 지구촌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제 발로 걸어 나온 사람 이외에는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는 것, 명색이 O.E.CD. 회원국에 경제강국 I.T. 강국이라는 한국이 재난에 대처하는 수준을 볼 때 점수로 치면 0 점, 학점으로 치면 F 학점 이었다는 것, 왜 한 명도 살리지 않았나, 못했나에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진 정부의 무능력 무성의 무책임한 태도 관료조직과 이익집단의 먹이사슬 등이 사람들을 분노와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아돌프 아이히만-
세상에는 사람들을 분노 충격 경악으로 몰아넣는 사건들,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건 중에서 역사적으로 남는 사건 중에 하나가 2차대전 때 유대인 학살이다. 대략 600만명이 희생되었다고 추정되는 유대인 학살은 학살을 자해한 나치정권은 물론이거니와 학살을 묵과하고 동조한 독일 국민과 독일 교회, 나아가 인류가 두고 두고 회개해야 할 죄과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인륜범죄이다.
이 인류범죄의 실무 책임자는 친위대 중령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그는 자기 손으로 유대인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의 책임은 유대인을 집결지 별로 모아 이송하는 것이었다. 물론 최후의 이송처는 가스실이다.
그는 유대인들이 최후에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그 일을 수행했다. 그는 발전적 자아를 위해 근면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다. 그는 장군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발전을 위해 근면하게 일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아이히만 대해서 어느 창조과학 웹사이트에서는 ‘진화론이 낳은 괴물’이라는 제목으로 아이히만이 진화론을 믿으므로 유대인을 학살했다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 보다는 아이히만과 진화론의 인과관계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아이히만은 괴물도 아니고 어리석지도 않았고 정신이상자도 아니고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인물도 아니고 잔인무도한 사람도 아니고 보름달이 뜨면 살인 충동을 느끼는 살인마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광적으로 유대인을 증오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유대인 친척이 있었으니 그의 몸에도 유대인 피가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사유 능력이 없다는 것-
재판과정에서 아이히만의 정신감정에 참여했던 정신과 의사 6명의 공통된 의견은 아이히만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어떤 의사는 “그는 나 보다도 정상적이었다”고 탄식을 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아이히만이 정상적인 것은 물론이고 바람직한 사람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또한 개인적으로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창조과학 사이트의 ‘괴물 운운’ 하는 주장과는 달리 그는 신을 믿는 사람으로 사형 집행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나는 지금까지 신을 믿어왔고 신을 믿으면서 죽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죄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죽었다. “나는 전쟁규칙과 정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특히 “전 생애에 걸쳐 칸트의 도덕교훈, 의무에 대한 정의에 따라 살아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상관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이히만이 사유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죽음을 앞에 둔 유대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했다면 우리는 쉰들러 리스트 대신 아이히만 리스트를 알았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다.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자녀들이 생으로 죽어가는 현장에서 비탄에 젖어 있는 부모들 놔두고 라면 먹는 장관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는데 사망자 보상금 타령하는 방송도 없었을 것이고 “가난한 부모들에게 보상금 안겨 주었으니 죽는 게 효도 하는 것”이라고 실종자 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 언행도 없었을 것이다.
-악의 평범성-
세기의 재판, 전세계에 생중계된 아이히만 재판에 한나 아렌트가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예루살럼의 아이히만’을 썼다. 이 책의 부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 출신의 유대인 정치이론가로 나치 박해를 피해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한나 아렌트는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히만의 범죄 배경을 연구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처럼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선량하고 착하고 가족과 자신을 위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근면한 사람이 유대인 몇 백만 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한나 아렌트는 그 현상을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말로 정의했다. 악의 개념이 평범하다기보다는 악이 평범할 정도로 도처에 광범위하게 펴져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평범한 소시민도 악을 행할 수 있다 해서 순자의 선악설이나 성경이 말하는 ‘모든 인간은 죄성을 갖고 있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일을 무비판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하는 데서 악이 스며드는 것이다.
어떤 일에 정당성만 부여된다면 그 일이 어떤 일인지,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도 안 해보고 당당하게 아무런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것에 대해 ‘사유능력 완전상실(sheer thoughtlessness)’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든다면 한기총 부회장 조광작 목사의 발언을 들 수 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불국사 가면 될 일이지 왜 배 타고 제주도 가다 사고가 나 시끄러운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전과 기록도 있고 무인가 신학교에서 속성으로 목사가 되었는데 그가 무인가 신학교를 나왔건 유인가 신학교를 나왔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고 그의 심성 인간성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무인가 신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 없는 말을 했다면 미국에서 석사 박사 받은 목사는 가방끈이 짧아 논문 표절하고 세월호와 관련해 망언을 했다 말인가?
인간 조광작은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나님에게 회개하고 갱생의 삶을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일 텐데 그의 생각 없음, ‘내 언행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드릴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라는 것은 생각 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생각 없이 나온 말이다.
내가 속한 세상에 관한 무관심, 사유하지 않는 무비판적인 생각 없음, 사회현상에 대한 침묵이 조광작 같은 사람을 목사로 만들었다. 그에게 목사 안수를 준 교단에서는 “이미 하나님에게 회개한 사람을 인간이 정죄하면 안 된다. 개과천선 하려는 사람의 과거를 캐는 것은 실례”라고 말했다.
-무관심과 침묵은 죄악이다-
세월호의 어느 실종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30대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사연 들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뒤로 제가 한 일이 없는 거에요. 10년마다 사고가 나는 나라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제가 똑 같은 일을 겪었어요. 지금 SNS 하면서 울고만 있는 젊은 사람들, 10년 뒤에 부모 되면 저처럼 되요. 봉사하든 데모하든 뭐든 해야 돼요.”
같은 교회를 다닌 적이 있는 어느 자매가 메일을 보냈다.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려고 캐나다 왔는데 세월호가 다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면서 “교회 중보기도난에 세월호에 가족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는 하나도 없고 내 교회 내 교인 잘되고 전도 잘하게 해달라는 중보기도뿐”이라면서 “이런 교회를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 중”이라고 썼다.
구원 받고 천국 가겠다는 것은 각자의 신앙이나 세상에 두발 딛고 세상에 살면서 교회가 세상 안에 있는데 세상은 악하고 교회는 거룩하다는 이중기준 갖고 살면서 세상 악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그게 곧 악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세상 일에 무관심하게 침묵하며 못 본척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악이 스며들어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이 모자라고 종교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 사회•정치적 구조악에 대한 침묵하고 못 본척하고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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