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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집단광기_ 기자수첩
 
집단광기의 사전적 정의는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 개인이 평소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일지라도 어떤 일에 대해 합리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행동이나 말을 무비판적으로 생각 없이 따르는 것을 말한다. 집단광기는 부드러운 말로 군중심리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거기 있는 한 개인의 힘이 집단 전체의 힘과 동일시되는 착각에 빠져 혼자서는 저지를 수 없는 대담한 행동, 살인이나 폭력을 거침없이 하게 된다.
서북청년단이 좋은 예가 된다. 착실하게 교회 다니던 평범한 청년, 평소에는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던 소심한 청년이 서북청년단에 가입해서 제주도 가서 빨갱이 폭도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그러나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의로운 일, 하나님 일을 행했다고 믿는다.
집단광기의 에너지는 긍정적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서북청년회처럼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때가 훨씬 많다. 예를 든다면 지난번 청주에서 트럭운전사 하던 청년이 임신중인 아내 주려고 크림빵 사서 집에 가다 뺑소니 차에 치어 죽는 사건이 생겼다. 목격자도 없는 사건, CCTV로도 가해차량 판독이 잘 안 되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모두가 내일처럼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들어 경찰조차 해결하지 못할 사건을 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인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가해차량을 찾아낸 것으로 군중심리가 선한 방향으로 작용한 예다.
리퍼트 대사 테러, 그 후
지난 3월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민화협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피습당하는 일이 생겼다.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회장은 홍사덕 전의원으로 1998년 3월 결성한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민화협 초청으로 연설을 하려 간 리퍼트 미국대사가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김기종씨에게 테러를 당한 것이다. 미국대사가 테러를 당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적인 일이다. 미국과 한국이 국교수립 후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한국 미국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정부로서는 자국민이 남의 나라 대사에게 행한 테러에 대해 법적, 도의적, 외교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아들이 폭행한 꼴이니 가장 입장에서 송구스럽고 난처하고 당황하고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그 손님이 어디 보통 손님인가? 소작농 집에 찾아온 지주의 아들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그러나 테러 후에 생긴 일들이 테러만큼이나 더 어처구니 없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리퍼트 대사가 입원을 하자 예장 합동한성총회라는 개신교 교단에서 부채춤, 난타, 발레공연 등 푸닥거리로 천지신명에게 대사의 쾌유를 빌었다. 이에 뒤질세라 몇몇 단체에서도 쾌유를 축수하는 행사를 열었고 신동욱 공화당 총재(박정희 대통령 사위)는 석고대죄를 하기도 했다. 쾌유를 비는 간절한 마음에 개고기를 싸 들고 위문 간 사람도 있었다. 대사의 쾌유를 비는 집단광기에 발동이 걸린 것이다.
집단광기의 추억
한국인들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집단광기는 ‘황우석 사태’일 것이다. 황우석 사태의 본질은 논문조작이었고 논문조작을 언론이 파헤쳐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본질은 실종되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었고 광란의 애국주의와 황박사 신격화 우상화가 이 땅을 휩쓸었다. 황우석 비판자는 매국노가 되었다.
이 사회적 광기에 휩쓸려 애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난자 기증자들이 줄을 지어 난자 기증식이 열렸고 한복 입고 등장한 여성들이 진달래꽃을 길 거리에 장식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난치병 치료의 기적을 바라는 마음과 줄기세포로 벌어드릴 막대한 국부창출이라는 돈 중심의 생각이 혼합복식조를 이룬 광풍이 몰아 닥친 것이다
그러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 낭비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디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들여오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집단광기의 클라이맥스는 서북청년회라고 할 수 있다. 반공이라는 이념에 매몰되어, 반공은 허울 좋은 이름이었고 서북청년회는 정치깡패에 불과했지만, 서북청년회가 빚어낸 집단광기는 우리 현대사의 오점이자 아픔이다. 서북청년회가 존재했던 기간은 2년 정도였지만 제주도에서 인간사냥을 자행한 4.3을 비롯해 이들이 벌린 광란의 폭행, 살인, 집단학살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서북청년회의 도를 지나친 광기에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조차 진저리를 치며 해산 시켜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쓸모가 없어지고 말썽만 부려 부담이 되자 해체 시킨 것이다. 골수 반공주의자 비조인 선우휘는 ‘테러리스트’라는 단편을 통해 서북청년회의 해체를 통한 좌절과 방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선우휘는 반공주의자 보수주의자지만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는 분명한 소신이 있었던 인물이다. 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는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며 사실을 밝히라는 사설을 실었다. 권력에 아부하고 꼬리치는 요즘 언론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전두환 정권 때 협조했다는 의혹이 있으나 박정희 정권과는 선을 긋고 회유에 넘어가지 않았다.
집단광기, 이젠 반성 할 때
집단광기가 한국인 특유의 현상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집단광기 현상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중세유럽에서 있었던 마녀사냥도 집단광기의 소산이다. 독일인들은 집단광기에 휩쓸려 나치에 열광하며 전폭적 지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도 집단광기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혁명의 결과 인간의 권리와 자유의 소중함을 깨우쳤고 전제주의가 물러나고 귀족 계급이 사라지고 인민이 주인이 되고 평등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근대국가의 계기가 되었지만 가공할 혁명의 힘에 기존질서는 처절하게 무너졌고 결과는 참혹했다.
마녀사냥, 프랑스 혁명, 나치의 반 인륜적 행위를 보면서 유럽인들은 반성을 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독일인들도 히틀러와 괴벨스의 선동에 넘어가 집단광기에 빠져 절대다수가 히틀러에 몰표를 주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특유의 냉철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질을 발휘해 미증유의 집단광기에 대해 이미 반성했고 앞으로도 두고 두고 반성할 것이다. “그 때 우리가 왜 그랬지?” 하고.
프랑스 혁명을 바다 건너에서 바라보던 영국의 보수주의자 리차드 버크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혁명을 보면서 자성을 했다. 혁명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개혁을 하자고. 혁명의 당사자 프랑스도 혁명의 마지막 단계인 파리 꼬뮨이라는 동족상잔의 집단 광기를 마지막으로 통절한 반성을 했다. 가톨릭도 마녀사냥, 지동설, 종교재판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집단광기에 대해 단 한번도 진지한 자기성찰이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서북청년회, 황우석 사태, 가수 타블로를 향한 타진요의 집단광기 그 어느 것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자기성찰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것이 유럽과 한국의 차이 중에 하나 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리퍼트 대사에게 테러를 가했으니 그 가해를 가한 사회가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완쾌를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도 나도 푸닥거리, 집단 발레, 석고대죄를 자청하는 집단광기는 남들에게 웃음거리나 될 뿐이다. 한국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베옷 입고 머리에 재를 뿌리며 슬피 울며 통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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