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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과 적폐청산_ 오충근의 기자수첩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기구나 제도 중에 고쳐야 할 것은 새로운 정권의 목표나 철학에 맞게 고쳐나간다. 그럴 때 ‘개혁’이란 말이 쓰인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평소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철학에 맞춰 TPP를 탈퇴하고 자유무역제도를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대통령 책임제에서는 인사도 대통령 의중에 따라 임명된다. 국정의 방향과 철학에 맞는 인사를 기용하는 게 상식인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상식적인 인사가 ‘코드인사’라는 말로 언론에 뭇매를 맞았다. 이명박이 대통령 되어 인사를 시작해 새누리 지지세력으로 자리를 바꾸자 ‘코드인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언론이 얼마나 노무현 대통령을 우습게 취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처럼 정상적으로 권력이양이 되어도 고치고 바꿀게 많은데 한국처럼 현직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뇌물수수로 탄핵을 당해 물러난 비 정상적 상태에서는 고치고 바꿔야 할 것도 많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이란 말 대신 ‘적폐청산’이란 말을 쓴다.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대통령이 탄핵 당한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는 개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적폐(積弊)는 쌓을 적, 폐단 폐 혹은 해어질 폐로서 폐는 나쁘고 부정적인 것, 혹은 해진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적폐란 쌓여서 내려오는 나쁘고 부정적이고 불합리하고 해로운 것들이다.
예를 든다면 18대 대통령 선거 때 국가정보원, 사이버 사령부등 국가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인터넷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해 박근혜 당선을 도운 것은 적폐다.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민의에 따라 지도자가 결정되는데 국가기관이 인터넷 댓글로 민의를 왜곡해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도와준 것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다시는 있어서 안될 일이다.

적폐청산의 어려움
개혁이 되었던 적폐청산이 되었던 과거의 불합리한 제도를 뜯어 고치려면 그 불합리하고 잘못된 제도에서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누리던 부류들은 공동 이익을 지키려고 집단적으로 반발을 한다.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혁명이라는 헌정 질서가 중단된 급진적 상황에서는 초법적 조치가 가능해 저항하는 반대 세력을 제압하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만 개혁이나 적폐청산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한창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가 좋은 예다. 종교인 과세가 적폐청산과 직접 연관 되는 것은 아니지만 OECD 회원국 중 종교인이 세금 안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금에 관한 한 한국의 종교인은 신정국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 중에서도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은 자진해서 세금을 내고 개신교 목사들이 문제인데 특권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목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지만 과세를 빙자한 종교탄압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과세를 종교탄압으로 몰고가 순교라도 할 자세로 강력하게 저항하나 실제로 세금 때문에 순교를 자청하는 목사는 없을 것이다.
목사들은 교인들이 낸 헌금에서 급여를 받는데 교인들이 이미 세금을 내고 받은 월급에서 헌금을 하니까 목사 수입에서 세금을 또 받으면 이중 과세가 된다는 이상한 논리도 있다. 그런 논리라면 점심 때 자장면 사먹는 것도 세금 내고 남은 돈에서 사먹는 것이니 자장면 집에 과세 하는 것은 이중 과세가 되는 것이고 퇴근 후 소주 한잔 마시는 것 역시 세금 내고 남은 돈에서 사서 마시는 것이니 소주집에 세금 징수하는 것도 이중과세가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폐청산을 지지하는 비율이 80% 가깝다. 종교인 과세도 78%가 찬성해 8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제도에서는 51%가 지지하면 과반수 지지로 인정받는데 80% 가까운 지지면 국민적 합의에 의한 절대지지로 정부는 국민적 지지에 의지해 적폐청산을 완성해야 하지만 조직적 반대와 저항이 지뢰처럼 숨어있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루지 못한 친일청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반항하는 정치인들이나 종교인 과세, 종교인 과세는 문재인 정부 작품이 아니고 2015년 입법되었으나 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유예되어 2018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가 된 사항인데 목사들의 반항을 보노라면 해방정국에서 친일파 척결할 때 친일파들의 반항이 저렇게 심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해방 후에 친일파 척결이 이뤄졌다면 70년을 두고 친일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엄청난 물적 정신적 사회적 비용도 들어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력과 국론을 후손들과 미래를 위해 건설적이고 희망적으로 쓸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해방된 지 7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루지 못한 친일청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작 민간차원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을 뿐이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은 우리 민족이 걸어온 일제시대 독재시대 형극의 길을 형상화 시켜주었다. 정치논쟁에 희생되어 예산이 전액 삭감 당하자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예산보다 더 많았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에 대한 해묵은 빨갱이 논쟁이 빌미가 되어 친일인명사전의 공정성 객관성도 공격 받았다. 그러나 사전의 객관성 공정성이 인정되어 그 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임헌영 소장은 남민전 출신으로 반대파의 공격 대상이었는데 남민전은 진보성향의 민족주의자들이 유신독재의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조직된 단체로서 공장에서 물건 만들어내듯 관제 빨갱이를 만들어내던 유신정권조차 남민전과 북한의 연계를 입증하지 못했으니 임헌영 소장 빨갱이 타령은 헛된 타령이다.
친일인물 선정을 놓고도 후손들의 항의, 고소 고발까지 이어져 순탄하지 않았고 사전이 완성되어 국민보고대회를 숙명여대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이틀 앞두고 외부 압력으로 대관이 취소되고 경찰의 원천봉쇄로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수한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우리도 언젠가 친일파 청산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꼭 성공해야 하는 적폐청산
적폐청산은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정치보복’ ‘적폐청산 피로감’이 나왔다. 적폐청산의 대상들이 그 의미를 왜곡하거나 축소해 칼날을 피해보다는 의도다. 거기에 조중동 등 언론이 맞장구 쳐 적폐청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다.
"文국정원, 盧 수사한 MB 잡으러 직접 나섰다" 조선일보 인터넷판 제목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이 대통령 되어 노무현 수사한 이명박 잡으러 나섰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제목으로 언론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몰아가고 있다. 적폐 중에 가장 심각하고 피해가 심하고 교활하고 악질적인 적폐가 언론 적폐다.
해방 후 친일청산이 실패한 그 상황이 그대로 재현 되고 있다. 단죄 되어야 할 친일파들이 ‘국론분열’ ‘화합을 해치는 행위’ ‘보복’을 내세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아 후세에 두고 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적폐청산은 사람 몇 명 교도소 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에 당선 시켜준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명령이다. 어느 정부나 잘못된 것이 있고 고쳐야 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바로 잡는 것이 마땅하다.
1974년부터 2000년까지 민주화 운동으로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들은 과거 적폐청산을 위한 진실과 화해위원회와 전환기 재판기구를 설치해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세우기를 시작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로 민주정부에서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된 과거청산 노력이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한 채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한 과거로 회귀, 권위주의로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
적폐청산은 과거 정권에 의해 자행된 국정농단, 국기문란, 국가폭력, 국가 범죄, 인권침해, 인권유린, 공권력에 의한 갈취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징벌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징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통해 진정한 통합과 화합을 이뤄야 과거의 친일청산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친일을 단죄하지 못해 식민지 권력이 그대로 친일파에게 이양되었고 그것이 군사독재를 거쳐 적폐로 전이되었다. 친일파 득세, 군사독재, 적폐의 가장 큰 해악은 잘못된 가치를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청렴은 무능이고 불법 탈법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출세 성공하는 게 능력이고 독재는 과감한 지도력이고 민주적인 지도자는 우유부단한 지도자다. 억압받고 통제 받는 사회가 안정된 사회이고 인권, 자유, 노동자 권리는 혼란, 무질서, 사회불안, 경제 망치는 포플리즘이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잘못된 가치를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인가? “그 때 왜 못했던가?”라는 공허한 후회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신문발행일: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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