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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 7월 21일자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시여 - 억수로 비 쏟아져 땅을 휩쓸던 날.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들 했다. 물 폭탄을 맞았다고들 했다.
순간적으로 쏟아진 비가 한반도 전국을 초토화시켰다. 한국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모두 44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호우로 일시 대피한 사람도 전국의 1만여명이었고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피해는 각각 1천2백여건이다. 철도가 끊기고 국도를 포함해 전국 각지의 도로가 통제됐다. 하천의 제방유실과 산사태도 수백건이 보고됐다. 수많은 주택이 침수되고 곳곳의 지하차도도 물에 잠겼다. 한마디로 재앙이었다.
특히 기사에 많이 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그야말로 ‘참사’였다. 지난 15일 오전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6만톤 가량의 하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6대가 물에 잠겼다. 수일 동안 실종자 구조작업을 펼쳤으나 끝내 이곳에서만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에 무너진 제방은 얼마 전에 설치됐는데 주변 제방 보다 턱없이 낮아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 발생 최소 2시간 전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주민의 112 신고가 있었고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경보를 발령하면서 관련 부처에 통보했지만 정작 주무 부서인 청주시와 충북도청은 위험에 따른 차량 통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기관끼리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경찰도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에 착수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극단적 기상이변이어서 인력으로 감당키 어렵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일찍부터 극한 호우를 예상했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의 재난관리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적은 글은 나태주 시인의 ‘장마’라는 시의 전문이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고금리 고물가에 캐나다 산불로 우리 교민들의 삶도 핍박한데 멀리 한국에서도 인력이 감당하기 힘든 천연재해로 고통을 겪는 모습이 전해져 더욱 안타깝다. 홍수로 축사가 무너져 무심하게 떠내려가는 가축을 바라보는 농민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절박함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캐나다도 여전히 재앙 한가운데에 있다. 며칠 전 19살의 여성 소방대원이 BC주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녀의 밝게 웃는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찢기듯 아팠을게다. 고작 19살이라니. 지난 주말에도 BC주 국경 노스웨스트 테리토리에서 또 한명의 소방관이 희생됐다. 큰 부상을 입고 후송됐으나 결국은 사망했다. 소방관 뿐 아니라 BC주 산불 연기로 인해 9살된 남자아이가 심각한 천식 발작을 일으켜 사망한 일도 발생했다.
여전히 수많은 산림이 타들어가고 있지만 어느듯 캐나다 산불 뉴스는 메인에서 내려가는 모습이다.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도 어느듯 체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듯 하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의 데이터에 의하면 17일 현재 전국의 산불은 총 905개이며 이중 586개는 통제불능이다. 지금까지 소실된 산림은 1천만 헥타르가 조금 넘는다. 정확히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크기다. 캐나다는 1989년에 730만 헥타르가 산불로 소실된 기록이 사상 최고치였다. 이 기록도 1년간 타서 없어진 면적이다. 올해는 불과 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특히 BC주가 심각하다. 불에 탄 면적으로 2018년의 역대 최고 기록을 엊그제 갈아치웠다. 17일 기준으로 390개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고있다. 대부분 주 중앙과 북동부에 집중됐다. 캐나다군이 파견돼 수백 곳에서 산불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주 전체에 70개 이상의 비상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필자는 그동안 기후온난화에 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사실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다.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팩트로 전해져 나오니까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 금세 잊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 산불을 보며, 한국의 홍수를 보며, 또 극한 더위를 스스로 체감하며 그 심각함이 피부로 전해지니 정말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재앙을 남겨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의 랜딩 체르베니 교수는 지금의 급격한 온도 상승의 원인은 장기적으로 지난 1백년간에 걸친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지구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는 태평양이 따뜻해지면 전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다.
체르베니 교수는 이같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강수량 증가, 가뭄 증가, 열대야 등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며 결국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살았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서운 얘기다.
며칠전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데 한낮의 체감온도가 거의 39도까지 치솟아 나무 그늘만 찾아 다녔다. 이 모든 현상이 한 때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하게 발생한다는 체르베니 교수의 예측에 소름이 돋는다. 위에 언급된 세가지가 지금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서부 남부를 따라 텍사스를 거쳐 알라바마까지 폭염으로 땅이 펄펄 끓었다. 현지 언론은 마치 높은 기압이 ‘주차된(parked)’ 굴뚝처럼 늘어섰다고 표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덥기로 악명이 높은 곳인데 지난 16일에 53.3도를 기록했다. 애리조나의 피닉스는 주말에 47도까지 오르는 등 평균 43도 이상의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47.2도가 넘는 역대 최고의 기온을 보였다. 미국 전역이 한밤중에도 32도가 넘는 위험한 열대야가 진행 중이다.
미국 뿐 아니다. 스페인 독일 폴란드 체코 등 유럽도 한 주이상 지속된 폭염으로 산불 화재가 발생하고 농업에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탈리아도 45도를 넘겼다. 중국도 신장은 52.2도를 기록, 중국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나타내 일본 47현 가운데 32곳에 열사병 경보가 내려졌다.
캐나다 앨버타는 17일 심한 뇌우로 인한 비상경보가 발령됐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캘거리 노스웨스트 로얄옥에 이날 오후 완두콩만한 우박이 쏟아진 장면이 트윗에 올라오기도 했다.
앨버타주 남부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농업재해는 더욱 심각하다. 치명적인 가뭄 때문에 많은 곳에 재해가 선언됐는데 작물에 댈 물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다. 수분 부족과 높은 기온으로 작물과 목초지가 파괴됐고 농부들은 소 축사에 충분한 풀, 물, 사료를 구하지 못해 소 무게도 줄고 있다. 대규모 작물 실패에 대규모 메뚜기 때까지 유입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앨버타주의 농업은 2021년 기준으로 81억달러의 GDP에 기여하고 5만8천여명의 주민들이 종사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한국도 폭염과 열대야로 신음하고 있지만 지금은 홍수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외신들도 유례없는 한국의 집중 호우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다음 주 중반에 한국은 또다시 장맛비가 예고되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장마가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폭염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전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극단적인 기상이변은 올해부터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올 하반기 엘니뇨 발생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캐나다는 22년만에 최고로 치솟은 금리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모기지 보유자들의 한숨소리가 여러 방송과 지면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번 금리인상이 올해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중앙은행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9월에 또 한차례 더 인상될 수 있다는 징후도 감지된다.
올들어 금리가 계속 동결되면서 부동산이 서서히 반등되다가 지난 4월 이후 거래가 뚝 떨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단기간에 희망을 기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고 그 분위기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금리인상이 피크라는 확신도 없다.
캐나다부동산협회는 지난 4월, 그러니까 금리가 계속 동결되고 있을 때, 예측했던 올해와 내년의 주택 전망을 모두 수정했다. 그때보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이다. 고금리에 괴롭기는 하지만 ‘그 수준’에 어느 정도 맷집이 생겨 크게 놀랄 일도 없다. 전문가들은 여러 경제지표들을 언급하며 ‘시장이 안정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안정은 됐지만 성장세는 둔화된다는 것이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모기지를 받았다가 이제 1만달러 이상씩 추가로 더 내야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고정을 변동으로, 변동을 고정으로 모기지를 갱신하는 것도 그다지 옵션이 많지가 않다. 대출상환기간을 늘리는 것도 당장은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결국 빚만 늘리는 꼴이라 전문가들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금리인상이 있고 나서 그 파장이 클 듯 싶어 여러 분석들을 보고 현지 은행 관계자에게도 문의를 하며 취재를 했지만 무엇 하나 딱 떨어진 해결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지만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에 대해서 만큼은, 당분간은 모두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것인데 가능한 시점이 2025년이라고 예측했으니 그때까지 금리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엊그제 거의 2년만에 인플레이션율이 뚝 떨어졌다. 2.8%를 기록했는데 2021년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렇다면 금리가 떨어질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은 여전히 ‘NO’다. 물가하락에 기여한 요소가 휘발유와 통신비 하락인데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또다시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료품과 모기지비용이 계속 상승곡선을 긋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BC주 항만노조가 파업을 재개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칼럼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는데 노조원들이 “충분치 않다”며 비준을 거절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물류대란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쓰고 난 뒤 불과 이틀만에 연방정부의 중재로 인해 잠정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그 기사를 꺼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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