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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_ 7월 28일자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스승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제자의 모습을 모든 스승들은 원한다.
난초 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공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생님은 한 아이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존경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서툰 의사는 한 번에 한 사람을 해치지만 서툰 교사는 130명을 해친다(보이어)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한 책임이 있는 자리가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스승들이 지금 좌절하고 있다.

요즘 한국은 교사들의 인권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2년차 교사인 1학년 담임교사가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 배경에 대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동료 교사들의 말로는 숨진 교사는 오랫동안 학부모의 극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교사들이 그동안 가슴에 쌓고 털어내지 못했던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이들은 지난 22일 추모집회에 5천여명이 모여 교사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29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체벌을 통해 학생을 통제했었다. 예전에 부모가 서당에 아이를 맡길 때 싸리나무 한 묶음을 훈장에게 주는 관례가 있었다. 달초(撻楚)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다는 뜻이다. 필자도 어려서는 참 많이 맞았다. 옛날 일이다.
지금은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거꾸로 교사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어찌 보면 학생인권확립이 교권침해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한국 교원노조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현직 교사 5명 중 4명이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교사도 4명 중 1명이란다.
이 사건 이후로 여러 언론을 통해 교권침해 사례들이 공개됐다. 그 사례들을 일일이 들여다 봤는데, 기가 막힐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종종 학교 드라마에서 보았던 진상 학부모의 갑질은 실제였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대전의 한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이었다. 남학생 10여명이 교실에서 음란행위를 했다. 당시 수업은 여교사가 했다. 교사는 이를 학교에 알렸지만 대전교육청은 사춘기 아이들의 장난이라며 그대로 무마시켰다. 또 한 고등학교 1학년 수업 중에 벌어진 일이다. 여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복도에서 지도하고 있었다. 그러자 복도쪽 창문을 통해 한 학생이 교사를 향해 웃고 장난을 쳤다. 교사가 “선생님 행동이 우습니?”라고 묻자 그 학생은 “선생님은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교사가 “뭐라고 했니?” 하자 학생은 욕설을 하며 교사를 향해 책을 던졌다. 교사 인중이 2cm 찢어져 병원에 갔다.
이것은 국회에 제출됐던 교권침해 사례들이다. 사례 중에는 기간제교사를 학생들이 빗자루로 폭행한 사건도 들어 있다. 지난 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교단에서 수업 중인 교사 옆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영상을 촬영했고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적이 있었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던 일도 있었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 되자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교원단체와 교육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주범이 악성 민원 학부모를 만들어내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라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한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로 가해자 신분이 되면 경찰 검찰의 조사에 수 개월동안 시달려야 한다. 부모의 신고 전화 한 통으로 충분하다. 경기도 조사에 의하면 이런 경우 절반 이상이 기소도 되지 않은 채 종결된다. 학부모는 이걸로 교사를 혼내는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이처럼 악용되니까 이 법을 가정학대로 대상을 국한하고 교사의 생활지도는 교육활동이란 점을 감안해 초중등교육법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학폭 가해 학생과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등에 대한 교사의 일반적인 지도까지 정서 학대로 몰아 고소하면 교사는 교육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수업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에게 이것도 안 해 왔냐고 물으면 자존심을 떨어지게 했다며 정서학대로 교사를 고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훈육을 포기하거나 침묵한다고 한다.
물론 아동학대혐의로 고소되는 케이스 중에는 학생에 대한 체벌이나 성적인 접촉 등 부적절한 학대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훈육이나 지도를 문제삼아 정서학대로 몰아간다.
이 칼럼을 읽고 계신, 필자와 비슷한 세대라면, 한국의 이런 모습을 보고 “요즘 세상이란…”하며 탄식을 할 수도 있을 법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수많은 나라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교사와 학생의 사이에는 스승과 제자 이전에 서로의 권위를 밟아서는 안되는 ‘간극’이 존재하며 어느 곳이든 갈등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체벌은 없지만 교사에 대한 학생의 무력에는 매우 단호한 제도를 갖고 있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더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듯 하다. 학부모의 무차별 폭언과 갑질에 교사들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거리로 나오고 법정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대치하는 요즘의 한국이다.

지난해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안타까움과 처절한 슬픔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후 이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의자들은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과 실무 공무원 등 23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일부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또 일부는 아직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사실상 이들의 수장으로서 참사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었다. 그는 민주당의 발의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 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는데 엊그제(25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다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직무정지 167일 만에 법적 책임을 벗은 셈이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 아닌, 각 정부기관의 대규모 재난에 대한 대응부실이 낳은 총체적 결과”라며 그 책임을 어느 한 특정인(이 장관)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야당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며 헌재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면서 이는 탄핵소추권 남용이자 반헌법적 행태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이날 헌재 앞에서 열렸던 유가족 기자회견 도중 한 보수단체 회원은 이렇게 외쳤다.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다.”
일부 보수는 또 유가족을 조롱하기도 했다.
좌절감과 상실감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사회를 누가 만들고 있는가. 헌재 발표 후 대통령실은 참사에 대한 사과는 커녕 탄핵을 주도했던 야당을 나무라며 이상민 장관을 두둔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후배다.

매주 언급하고 있는 캐나다 산불은 이 칼럼을 쓸 때마다 더욱 악화된 숫자를 보게 된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의 데이터에 의하면 25일 밤 현재 전국에 발생한 산불은 1,079건이다. 이중 663개는 통제불능으로 분류됐다. 한주 전 이 칼럼에는 총 905건(통제불능 586건)이었다.
현재 발생한 화재 발생건수로 보면 BC주가 거의 절반 가까이 된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된 면적으로 보면 퀘백이 가장 많다. 캐나다의 산불 시즌은 일반적으로 4월부터 9월까지이지만 올해는 5월에 앨버타와 노바스코샤, 퀘벡, 온타리오 북부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대피령이 내려지며 격렬한 시작을 알렸다.
지난 주말에는 노바스코샤에 52년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은 하루동안 내린 강수량이 1년 내내 내린 강수량의 2배에 달했다. 불과 5~7시간 만에 250mm까지 내렸다. 핼리팩스는 266mm가 쏟아졌다. 1971년 허리케인 베스 이후 핼리팩스 지역을 강타한 가장 심한 강우량이다. 핼리팩스는 5월부터 발생한 산불로 인해 8천여명이 대피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극한 폭우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지역은 특별한 지침이 없는 한 8월5일까지 비상사태가 유지된다.
극한호우를 피해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4명이 실종돼 거의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엊그제 이중 한 사람과 어린이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년 한 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캐나다 산불은 캐나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한 인터넷매체는 최근 올해 캐나다에서 발생된 대규모 산불이 2억톤이 넘는 탄소를 배출하면서 기후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 탄소 배출량이면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9억톤이 넘는다. 2014년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로 1억5천톤 가량의 탄소가 배출된 적이 있었는데 과거 최고치보다 거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스티븐 길보 캐나다 환경부장관은 캐나다가 전 세계 지구온난화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북부의 온난화 속도는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길보 장관의 이 말은 캐나다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기 전인 3월에 나온 것이었다. 지금의 산불이 북부지역에 몰려있는 것을 봐서는 캐나다는 길보 장관이 우려한 ‘두 배’가 아닌 훨씬 그 이상으로 온난화 속도가 붙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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