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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잼버리 유감>
 
 
2022년 5월. 유엔 통계국은 대한민국의 분류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사실 그 전인 1980년대 경제강국 위치에 올랐고 늦어도 2010년 정도에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앞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처음 지정한 것은 1997년에 국제통화기금이었다.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에 이때 진입했다가 외환위기로 탈락한 뒤 2002년 재진입했다.
깨끗한 물을 매일 쓸 수 있고 아프면 정부 건강보험 지원을 받으며 공공기관 컴퓨터를 통해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나라.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최빈층이라도 전세계 20억명 안에 드는 나라. 경제, 위생, 복지, 교육, 교통, 인터넷 등등 모든 지표들을 고려해도 대한민국은 분명 선진국이다. 국제사회와 대부분의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보고 있으므로 그 위치에 걸맞는 활동을 하기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과 정서도 그 수준에 맞춰져 있다. 그러니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 사고(최근의 예를 들면 건축물에 철근을 빼뜨려 건물이 무너지는 ‘순살아파트’ 사고 등)가 터지면 안절부절 못한다.

넘쳐나는 쓰레기통. 더러운 화장실. 벌레가 들끓는 들판…
8월9일자 로이터통신의 헤드라인이다. 한국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 관련기사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격이 떨어졌다고 한국은 난리가 났다. 하등의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잼버리 대회가 전세계 주목을 받는 ‘사건’이 되어 버린 한국의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정리해본다.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회였다. 부실한 준비와 안일한 운영에 국내외에서 비난도 쏟아졌고 때마침 폭염과 태풍도 엄습해 제대로 된 대회를 치를 수 없었다.
4만3천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잼버리의 본질인 야영축제가 아닌 견학과 관광 그리고 K팝 한류체험으로 성격이 바뀐 채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대회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등 관계 기관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에 대한 감사다. 이번 대회에 쏟아부은 국가 예산이 1천억원이 넘는 만큼 감사 대상도 수백명에 달한다. 여야 간에 치열한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당분간 잼버리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보이스카우트 회원들의 합동 야영대회이자 각국의 문화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다.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한차례 세계 잼버리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에는 8박9일 일정으로 133개국 1만9천여명이 참가했다. 그때도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한 비바람에 야영장 텐트의 3분의 1이 무너지고 이상저온에도 고생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설악축전, 지구촌개발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여러 종목의 행사를 펼쳐 참가한 청소년들을 만족시켰다. 올해 대회는 우리로서는 두번째인 셈이다. 1983년에 앨버타의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적도 있다.
잼버리는 지구촌 청소년들이 모여 야영생활을 하며 국제우의를 다진다는 점에서 월드컵 못지않는 국제행사로 자리잡았고 회원국들은 이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언론이 주목하는 행사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뉴스거리가 되었다.

잼버리 대회가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철수를 결정한 영국스카우트연맹은 위생, 음식, 폭염, 의료 등 4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현장 취재한 기자들의 보도로 몇가지만 추려보면, 먼저 화장실과 샤워실이 끔찍하게 더러웠고 쓰레기는 제대로 버릴 만한 곳이 없어 사방에 널렸다. 변기가 막혀 악취가 진동하고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았다. 음식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상한 계란이 지급되기도 했다. 특히 폭염이나 기타 상황에 대한 의료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온열 질환 치료제의 재고가 3일만에 동이 날 정도였다. 대회 첫날에만 4백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는데 영지내 마련된 클리닉은 침상과 의료진의 부족으로 전쟁터 진료소를 방불케 했다. 응급실 실내온도가 30도를 넘고 실신한 환자들이 침상이 없어 이리저리 옮겨다니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환자가 수십명 발생해 일부는 귀국하기도 했다. 독성을 지닌 벌레들이 대규모 창궐해 잼버리 환자 중 36%가 이 벌레에 물려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화상벌레라고 불리는 이 벌레는 피부에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열감과 수포가 생기는데 야영장의 조명을 보고 달려들어 피해가 극심했다. 여기에 엄청난 모기 떼와도 싸워야 했다. 한마디로 청소년 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험한 수준이었다.
그늘 하나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서 8월의 뙤약볕 속 12일을 계획한 것 자체가 무모했다. 새만금은 군산과 김제 앞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로 2010년 준공됐으나 이번 잼버리대회를 위해 2020년부터 2년동안 새로 매립한 신생 토지다. 하지만 배수가 되지 않아 대회장 전체가 진흙탕이어서 텐트를 치는 것조차 어려웠다.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아 그대로 땅에 남았고 여기에 폭염까지 덮쳐 그야말로 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결국 대회장 배수 문제는 참가자 전원 조기 퇴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예상 가능한 문제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사전에 정비되지 않았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한, 전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 참가자의 학부모는 인터뷰에서 스카우트 모토가 ‘준비돼 있으라’(Be prepared)인데 어떻게 이렇게 준비가 안되어 있냐며 개탄했다.
영국과 미국이 대원들의 철수를 결정하고 난 뒤 준비위는 나머지 156개국 3만7천여명을 전국 8개 시.도로 이동시켰다. 여기서 지자체와 각 기업은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듯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 청소년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조직위가 최후의 한방을 준비했다. 전세계적으로 열기가 끓고 있는 K팝 공연이었다. 급조한 두시간짜리 공연이었다. 스케쥴이 바쁜 아이돌들을 어찌 불러 모았을까.
지자체와 기업, 대학과 종교계가 연수원과 기숙사를 숙소로 내놨고 문화예술체험이나 관광 등의 프로그램을 꾸렸다. 사고를 쳐 놓고 민간에게 수습하라고 강압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모두 자발적이라고 강변했다. 일부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나라가 어려우면 장롱 속 금붙이를 내놓는 민족 아닌가. 잼버리로 각국 대사관의 비난을 받고 있으니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애국심이 국격회복에 일조를 했을 법도 하다.
어쨌든 국가재난에 속하는 국가총동원령이 내려진 듯 하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생뚱맞게 K팝 공연장 안내를 하고 천여명의 경찰과 수백여대의 경찰차가 동원됐다. 태풍 특보가 내려져 현장에 가야할 소방관들은 잼버리 숙소 지킴이로 붙박혔다. 심지어 구급차가 잼버리 대원들의 짐차로 이용되기도 했다.(이 건은 경찰이 수사중이다.)
외신들의 반응이 좋을 리가 없다. 그 중 프랑스 언론(프랑스24)은 국가가 반강제적으로 K팝 가수들을 차출해 긴급 콘서트를 여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만이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AFP 통신은 ‘K팝이 구출?’이란 제목으로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외신은 한 참가자의 인터뷰를 소개했는데, 그는 “한국인은 해외에서의 이미지에 매우 민감하고 예민하다. 잼버리 자체는 재앙적이었지만 한국 모두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있다”고 전했다.

잼버리대회는 몇가지 필수적인 조건들이 있다. 하지만 “캠프생활 형태여야 한다”는 조건은 숙박시설로 옮기면서 사라졌고 “다양성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와 “서로 쉽게 만나고 섞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들은 대원들이 뿔뿔이 국가별로 흩어지면서 불가능했다. “청소년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갑자기 정해진 주최 측의 행사 일정에 따르게 되면서 어렵게 됐다. “자연환경 속 모험을 위한 기회” 조건 역시 도시 생활이 중심이 되면서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며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잼버리를 무난히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발언이다.
사업한답시고 땅문서까지 잡힌 아들의 망가진 사업 때문에 집안이 위기에 처하자 온가족 모두가 발벗고 나선, ‘웃픈’ 잼버리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8-18
philby | 2023-08-20 2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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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는 일반인들이 관심조차 없는 이벤트인데... 나는 스카우트를 9년 한 경험이 있어 개인적으로 잼버리에 관심이 있지만 현 정권은 관심없는 잼버리를 세계적 관심거리로 격상 시킨 지대한 공로가 있습니다.

잼버리 잘 치렀다고 국격이 올라가는건 아니지만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 국가조직이 잼버리 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한 건 창피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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