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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아! 캐나다>
 
 
 
하늘까지 불타고 있다. 불바다로 변한 캐나다 산등성이에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하늘을 뒤덮고 있다. 캐나다 산불은 시간이 갈수록 생물처럼 진화하는 듯하다.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가는 울창한 산림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캐나다…캐나다가 지금 신음하고 있다.
운전을 하며 듣는 라디오나 TV 뉴스의 헤드라인이 요즘 부쩍 산불 화재소식들로 채워지는 날이 많아졌다. 옐로나이프와 BC 켈로나의 지명이 자주 언급된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오지에서도 엄청난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어서 산불로 인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북서부 노스웨스트 테리토리 산림이 불타오르면서 옐로나이프에 사는 2만2천명 전원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난 주말 이들은 앨버타 북부 또는 에드몬톤과 캘거리까지 내려오면서 모두 대피했는데 산불로 인해 중심도시 전체가 피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앨버타로 이어지는 유일한 국도가 이들의 피난길로 꽉 막혔고 미처 차로 이동하지 못한 수천여명이 공항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삶의 터전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은 심장이 뜯기는 허망함에 삶의 의지 조차 짓밟힌 듯 망연자실했다.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산림지대인 노스웨스트 테리토리는 현재까지 237건의 화재가 발생해 210만 헥타르가 불에 탔는데 이는 지난 50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의 4배에 달한다. 캐나다 군인 120명이 이 지역에 파견돼 화재 진압을 돕고 있다. 이처럼 군대가 캐나다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것을 렌투스 작전(LENTUS)이라고 부른다.

BC주는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켈로나에서의 산불이 확산되자 데이비드 에비 주수상은 지난 금요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BC주 중부 지역에 대한 여행 제한령을 내렸다.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해주기 위해 호텔과 모텔, 캠핑장에 대한 비필수 여행을 제한한 임시 조치다. 9월4일까지 유효하다.
지난 주말 대피명령을 받은 주민이 한 시간만에 4,500명에서 15,000명으로 늘었다. 주 전역에 걸쳐 2만7천명이 대피명령을 받았으며 3만5천명 이상이 추가로 대피 (준비) 경보를 받고 있다.
BC주 산불 화재는 통제불능 상태로 내륙을 관통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질 지 알 수 없다.
켈로나는 지난주부터 화마가 맹위를 떨치며 마을의 언덕과 산을 태우고 있다. 덥고 건조한 날씨와 최대 시속 50km의 강풍으로 인해 맥더걸 크릭 산불은 BC주 켈로나를 휩쓸고 오카나간 호수 리조트를 포함해 수많은 건물들을 파괴했다. 도둑의 찌끼는 있어도 불의 찌끼는 없다는 속담처럼 화재가 났던 자리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켈로나는 약 15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산불은 불과 24시간 만에 64헥타르에서 6,800헥타르로 100배 이상 커져 인근 웨스트 켈로나에 큰 피해를 입혔다. 웨스트 켈로나에는 약 3만6천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켈로나 북동쪽 슈스왑 지역도 아담스 레이크에서 발생한 두 건의 대형 화재로 인해 주택이 소실되고 3,000채의 건물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프레이저 캐년은 쿠키피 크릭 산불이 커지면서 1번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아름다운 휴양지가 시커먼 잿빛만 남았다.
BC주는 주 전역에서 380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만 주의 166만 헥타르 이상이 불에 탔다. 주정부는 7월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19일 연방정부에 지원 요청을 했다. 연방의 지원은 해양경비대, 교통국, RCMP, 고용사회개발부 및 공공 서비스와 조달국 등 관련 부처의 자금 지원과 행정 및 인력 지원까지 총체적으로 이뤄진다.
BC주에 맞닿은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지난 주말 산불이 연달아 발생해 시속 56k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수천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인근 마을들도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경보도 발령됐다.

캐나다는 세계 13개국에서 지원나온 3400명의 소방관이 곳곳에 배치돼 화재진압을 돕고 있지만 불가항력이다. 화재가 극심한 BC주엔 금주내 또다른 300명의 소방관이 멕시코와 남아프리카에서 들어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이미 4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의 22일 데이터에 따르면 캐나다는 전국적으로 1,040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 넘는 652건은 통제불능 상태다. 소방인력이 잡을 수 있는 화재는 고작 22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총 17만여명이 대피했고 화재로 1,530만 헥타르가 소실됐다.
기자들은 이 정도의 면적을 독자들이 가늠하기 쉽게 작게는 축구장이나 여의도 그리고 크게는 국가 면적을 비교해 인용하는데 대한민국(1,003만 헥타르)을 예로 들었던 때가 불과 2~3주 전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요즘은 그리스(1,319만 헥타르)만한 면적이라고 소개하는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매일 면적이 늘어나 더 큰 나라(네팔:1,471만 헥타르)를 골라 기사를 써야 할 지경이 됐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면적이 큰 나라다. 산림 규모만 보면 세계 3번째다. 캐나다 전체 면적 중 산림 지역이 35% 정도 되는데 크기가 3억4,700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 규모는 세계 산림 전체의 9%에 해당한다. 캐나다가 산불로 소실된 면적이 아무리 커도 산술적으로는 전체 산림의 0.05%도 채 안된다. 캐나다 산림은 전나무를 꼭 닮은 가문비나무가 절반 이상이다. 수명이 80년에서 120년 사이의 고령 수목이 전체 42%나 된다고 하니 캐나다는 산림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재로 엄청난 산림이 소실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듯 싶은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농경지와 산림 훼손에 따른 농축산과 임업이지만 그것 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로 경제와 사회에 미칠 직간접 손실이 연간 수백억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산불 재해였던 2016년 앨버타주의 포트 맥머리 산불의 경우 당시 8만8천명이 대피했고 약 2,400여개의 주택과 상업건물이 파괴됐는데 인프라 재건과 복구에 수 년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직간접 손실비용이 약 99억달러로 추산됐다. 당시 산불로 앨버타주의 오일샌드 생산이 일 평균 약 100만 배럴의 피해를 입어 원유 수출이 일시적으로 14% 감소되기도 했다. 또 산불 발생 이후 피해 지역 주민의 주택대출 체납 비율과 대출 연체율도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피해가 예상되며 관광산업은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다.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한 만큼 인근 지역은 호텔, 투어, 야외 엑티비티들이 중단되고 수많은 주립공원들이 폐쇄됐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요원지화(燎原之火)로 번지는 산불을 몇달 동안 막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캐나다 산불의 대부분은 낙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표면적인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덥고 건조한 환경 탓이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분 함유량이 감소해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 평소보다 절반 수준에 머문 강수량도 일조를 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이같은 덥고 건조한 환경을 확산시켰다. 캐나다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했던 퀘백의 경우 올해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눈이 녹았는데 예년보다 상승한 기온이 눈이 녹는 시기를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전국의 노후된 송전선과 미비한 낙뢰 방지 시설은 문제점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산불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캐나다 정부의 방재대처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코트라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의 방재 능력은 예산 삭감, 인력 부족, 산불 관리와 관련한 복잡한 지침 등으로 약화됐으며 정부가 산불 해결을 위해 풀어야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타리오주는 2019년 예산에서 산불 진압 자금을 67% 삭감했으며 앨버타주는 2019년 산불 인력 예산 삭감과 함께 산불 초기 진압에 필수적인 레펠 전문 소방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BC주의 경우 올해 책정된 산불 예방 예산이 연간 3,200만달러로 이미 책정된 예산 중 절반 이상이 벌써 소진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소방 인력은 약 12만명 정도다. 전체 인구 수에 비해 적지 않은 편이지만 광활한 국토 면적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산불을 막기엔 중과부적이다. 이러다보니 소방 당국이 일부로 진화에 나서지 않는 지역도 상당수다. 험준한 지역에 소방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불 진화 보다는 인명과 재산, 기반 시설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 보도가 되고 있지 않지만 산불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으로 짐작된다. 오랜 세월을 산불과 함께 진화해 온 식물들은 잿더미 위에서 다시 새순이 돋고 예전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지만 동물들은 아니다. 야생 동물들은 그야말로 떼죽음을 당한다.

2022년 2월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에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촌의 하늘과 땅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습이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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