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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11월 23일자)
‘진 데커’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그는 예비신부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청년들의 시비에 말려 폭행을 당한다. 그는 직장에서도 동료로부터 수시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폭언과 폭력에 그는 그저 아무 대응력이 없는 무기력한 청년이다. 캠브릿지 대학 정치학과 학생인 ‘마델’은 10대들에게 묻지마식으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형기를 반만 채우고 모두 풀려난다. 초범이 이유였다. 또 한 흑인 변호사는 헤로인 밀매와 살인사건의 피해자 변호를 맡았는데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악당의 협박에 늘 시달렸다. 악당들에 의해 임신한 아내가 살해되고 아무 증거없이 사건은 묻히면서 영향력이 큰 악당은 자유의 몸이 된다.
영국에서 최근 만들어진 ‘Outlaw’라는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제목이 말해주듯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범죄행위에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사회고발 영화다.
어느날부터인가 캘거리에도 ‘데커’나 ‘마델’과 같은 사람이 생기지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아무 이유없이 집단폭행을 당한다. 몇 달전 10대들의 패거리에게 몰매를 맞아 중태에 빠진 아들을 둔 아버지는 최근 전단지를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억울한데 경찰이 범인을 못 잡으니 직접 나선 것이다. 아버지는 전단지에 하소연을 담아 만나는 사람마다 범인검거에 협조를 부탁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을 마구 구타하는 행위, 성추행, 갱단의 총격사건, 유괴, 10대들의 폭력과 살인 등 캘거리 아침신문은 이런 사건들이 더 이상 1면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흔한 뉴스가 됐다.
지난주 드럼헬러에서 6살 소년을 칼로 협박해 유괴했다 3시간만에 붙잡힌 18살의 스미스는 당시 보석중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이미 다른 소년들을 성 추행한 혐의로 체포됐었다. 성추행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던 지난 금요일 유괴행위가 추가돼 판결이 연기되자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들은 심각한 성 추행범이 보석으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게 내버려둔 캐나다 사법시스템을 일제히 성토했다.
캘거리 SE 주택에서 1백여명의 10대들이 벌인 파티에서 손도끼에 얼굴을 가격해 친구를 살해한 19살의 ‘밀제빅’도 조만간 보석으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몇 달전 마약 관련 갱단이 경찰에 의해 체포된 뒤 줄줄이 보석으로 풀려났던 것처럼 사람들은 법이 시민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수사력은 한계에 달한 듯 싶다. 이달 4일 다운타운에서 23살의 여성을 성 추행한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녀는 이날 밤 40여분간 택시를 기다렸었다. 캘거리인이면 누구나 경험하듯 밤늦은 시간에는 택시회사에 전화걸기도 힘들고 통화가 되도 거의 오지 않는다. 결국 기다리다 지쳐 걸어서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토요일에도 17살의 여성이 성추행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심지어 해가 바뀌도록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1년전인 11월27일 캘거리 다운타운 달러스토어에 복면을 쓰고 들어와 돈을 훔치고 상점주인에게 총을 쏜 범인들은 그날 밤 수군데서 범행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아직 그들의 행방을 못 찾고 있다.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가게문을 다시 연 나이함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 꿈은 언제나 경찰이 그 범인들을 잡는 것이다.”
영화 ‘Outlaw’는 끝까지 살아남은 ‘데커’가 흑인 변호사를 대신해 악당을 살해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증거로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던 변호사가 무법자가 되기까지 고뇌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법이 사라졌다’고 외치며 사회악에 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속의 픽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닯았다.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는 이런 소식외에 주목할 만한 뉴스는 20일에 발표된 앨버타 정부의 올해 재정흑자 규모다. 앨버타는 올해 약 4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유가와 캐나다달러의 인상으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BBK사건으로 대선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김경준씨는 지금 주가조작 및 BBK 회삿돈 횡령 혐의와 이명박 후보와의 연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일 미국에서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가 이명박과 김씨의 관계를 입증할 이면계약서 원본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김씨의 부인만 참석, 이명박측이 사인을 위조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 이면계약서는 이명박이 BBK의 실제 주인인지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돼 계약서 진위 여부 결과에 따라 이명박의 대선가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면계약서에 대해 이명박은 ‘위조’라고 맞서고 있는 만큼 그 계약서에 들어있는 이명박 사인이 친필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처음 출세할 때부터 그랬다. 대학시절 시위주모자로 박정희 대통령의 시선을 끈 것도 그렇고 그 일을 계기로 정주영 회장의 주목을 받은 것도 행운이었다. 물론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는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명박의 운은 정치판에서 두드러졌다. 대선가도를 달리는 중요한 길목마다 그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그를 묶어놓지는 못했다. 주민등록 위장전입 사건으로 시달릴 때 신정아 사건이 터지더니 도곡동땅 의혹 때는 아프간 인질사태가 발생했다. BBK사건은 역으로 이명박의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 의혹을 희석시킨 결과를 낳았다.
김두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회창의 등장도 이명박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회창이 극우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이명박은 저절로 중도우파가 됐고 이에 따라 중도 성향의 표를 잠식해야 하는 정동영으로서는 공략 대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이명박은 이번 BBK 사건도 ‘물타기’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의혹들이 제대로 검증받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듯 술술 넘어간다면 우리 국민은 또 한번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검찰이 이번만큼은 정치권의 눈치없이 제대로 수사하기를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다.
삼성 비자금의혹 사건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검찰 내 특별수사본부가 가동된 가운데 정치권이 22일 국회 특검법에 전격 합의했다. 검찰은 물론 청와대에도 로비 한 의혹이 제기됐고 로비에 사용된 돈다발 사진도 나왔다. 특히 삼성에서 돈을 받았다 다시 돌려줬다고 폭로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주장은 삼성 로비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삼성의 전방위 로비 의혹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재용씨의 재산증식 의혹까지 제기돼 삼성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youngminahn@hotmail.com)


기사 등록일: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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