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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475 작성일 2004-03-28 09:22 조회수 1625
수평선



- 1 -


벌린 팔이 파랗다
출렁이는 가슴,
범위 밖으로
날아가는
갈매기
혹은



- 2 -

그곳,
시선 닿은 곳
해안의 파도소리 멈추는 곳
먼 섬 자국이 뭉게구름 되는 곳
바다가 스스로 푸른 혈흔 내 비추이는 곳

요동치는 내 마음이랬자,
슬픔담은 소주 반병

그곳,
질척이는 모든 아우성이 사라져 잠기는 곳
인색한 세상의 한 나절이 발 붙이지 못하는 곳
온통 넓은 적막천지로 우르렁 대며
그저 못다한 말,
그렇게
하늘 되는 곳


- 3 -

해조음(海潮音)의 긴 인내로,
눈망울 푸른 너의 끝에서
구름 이는
영혼 한 조각

넋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깃사린 정적이 투명하구나

내 반절(半切)의 죽음 위에서
출렁이던 너는 깊은 하늘 흔들어,
무심한 바람의 갈피마다 접히는
나의 해변(海邊)

해당화 머리 씻긴 세월이 붉게 저문다
너의 끝에서


- 4 -

푸른 물 틔워
청명한 반짝임

오히려 모든 형태는
죽어가는 미래의 연기(煙氣) - 직선처럼,
그리하여 눈물진 하늘
아니, 참된 하늘

이 그림 밑에서 떠오르는 풍경은
힘찬 태양 만드는
짙은 공허와
순수한 사건 사이에서
기다리는 나

아, 바람 불어 뒤얽히는 머리칼

불현듯,
이는 그리움으로
파도치는 영혼의 눈
혹은,
영원한 사랑 그리고 이별

호기심의 천사들 구름처럼 거닐고,
먼 울타리 두르는 고요한 바다

풍진 세상의 흔들림 없는 거기

그곳에서는
이상한 욕망들이 매일 승천한다


- 5 -

소리 없어 절실한 모습
목매이는 억겁의 바다
하얗게 벗겨지는 하늘
서걱이는 파도의 등뼈
무수한 시간의 파편
닻 내리는 안개
누리 번지는 푸른 물결
손짓하는 꿈
곤두서는 물보라
젖은 추억
세월 자욱진 얼굴
잊을 수 없어,
서있는 사람


- 6 -

설레이는 삶은
매양 꿈 드리운 하늘 보풀어,
오늘 보다 아름다운 내일

멀리 갈매기 날고있어
무심한 은혜처럼

낙일(落日)은 바람에 펄럭이고,
바다 헤엄쳐 오르는 섬마다
푸른 사슴들의 질주(疾走)가 보여

모두 그렇게 살아있어
아니래도 좋지만


- 7 -

머언 허공...
떨어져 아픈 가슴
표류한다,기억의 단면

흘러 흘러 닿은 시선(視線)은
붉게 물들어 속타는 노을의 배경

아파하는 하늘은 어둡게 눕고
해안의 틈새 마다 머리돋는 하이얀 파도

바람이 가락치며 시원한 각혈하고
갈매빛 서린 바다는 온통 물비늘 일렁이는
거대한 불면(不眠)이다...

아, 헐떡이는 숨소리


- 8 -

홀로 기다리는 세상 끝에서
방향 머리 돌리는 분주한 등대

기러기 울리는 고독은 회오리 바람지고,
침묵하는 하늘은 멍진 가슴

그러나,기다리는 모든 것들은 변해간다
제각기 다른 하늘 아래서...

영원한 평행선이 집요하다,
결코 잡지 못하는 손

깜박이는 눈꺼풀이 바다를 품는다
그리고
한숨

세월에 익숙한 눈물이
질리도록,
푸르다

높이 나는 새


- 9 -

끝없이 쏠리는 생각에
모래 위에 써보는 그대의 이름

나는 그저 바라보고 서있을 뿐,
기슭에 닿지못할 당신은
너무나 멀다

머리카락 흩날리며 부활하는
바람의 갈기마다
죽지않는 그리움
나를 숨쉰다

먼 훗날,
내가 죽은 후에도
홀로 숨쉰다

백사장 위에
그렇게 남겨진 시가
파도에 쓸려가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
바다 속에
내 영혼을 적셨던
기억을 떠 올렸다

그 기억은
쓸쓸한 하늘 아래
온통 투명한 허무를
구름 가득 일구어
당신에게 흘려 보냈다
당신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가장 깊은 형체로
가장 바다다운 바다 위에서
희망의 섬처럼 뚜렷했다

모든 것을
힘든 생(生)에 호소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험으로
내 몸을 부수어
조그만 배를 만들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늘에 집을 만들던
그 섬으로 다가갔다

뱃전에 설레이는 물거품이
영원의 속삭임 같았고,
가냘픈 항로에는
고역(苦役)의 피로가 있었지만
해후의 설레임으로 물살을 갈랐다
아침처럼 환한
수평선이 반짝였고,
불길한 운명이
소진되는 날을 위하여
휴식의 밑바닥이 되는 정적이 넘실댔다

도달한 섬에는
당신의 모습은 없고
내 꿈의 잔해만 수북히 쌓여있었다
섬은
서서히 무한의 바다에 잠기고 있었고,
당신이 만든 집만 허공에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찢고 있었다
바보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하늘만 찢고 있었다
수평선은 이제 더 이상
벌거벗은 해안을 기억하지 않은 채,
나를 조용히 가슴에 품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는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불길하지 않았다


- 10 -

바라보니 그대 있어

끝없는 바다의 환한 가슴
열린 곳에

그러나
다시 한번 만날 날도 없이

그대 있어 바라보니


- 11 -

돌아보면,
너의 젖은 심장은 푸른 언어로 뛰며
죽을 수 없는 영원한 몸짓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내 몫의 감탄사

밀려오는 외로움이 파도치며 나를 적신다

눈 감으면,
내가 여태 몰랐던
다른 세상의 다른 모습으로
너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것은 아프게 태어나는
또 다른 나의 해면(海面)

출렁인다, 내안의 너

수직의 삶이 갉아먹은 해변엔
바위처럼 솟아오른 고독한 기억들
아, 차라리 나도 너처럼 수평적(水平的)이고 싶다

불어와 스치는 바람결에
설핏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너의 체취

기다림의 끝에서
나 보다 먼저 일어서는 내 그림자가
오랜 절망을 밀어낸다
이끼 낀 세월을 하늘로 비워내며,
썰물지는 마음을 네 가슴에 적시며...

머얼리 가라앉는 너의 수평(水平)에 몸을 눕힌다
반짝 햇빛에 반사되는 그리움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영혼이
그 끝에 있다


- 12 -

지울 수 없는
너의 푸른
가슴이


수평선
모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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