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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그대로. _최우일 칼럼
마음이 더러워지면 어떤 이는 조용히 고회로 씻어냅니다. 또 어떤 이는 세상에 대고 참회를 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합니다. 요즈음엔 좀 뜸해지긴 했지만 양심선언이 유행 같은 적이 있습니다. 진정, 남을 꼬집는 것인지 제 양심을 들어내는 것인지는 늘 분명한 건 아니지만.

이런 묵직하고 거친 힘겨루기 세태 속에서 가벼이 빈 삶을 지키는 몇 몇 찾아 볼 수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탈 없이 버티며 있는 듯 없는 듯 작게 산다는 건 어쩌면 비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못난 나무를 잠시 주목해 보십시오. 깊은 속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겉만으로 급급한 세상에서 조차 마냥 의연하지 않습니까? 못난 놈일수록 그러 합니다. 재목 감이 못 되는 것이면 세상 눈에 뜨여 베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나무처럼 의젓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비겁할 때 더욱 그렇다. 초조하고 버거울 때가 그렇다. 늘 꼿꼿하게 제자리에 박혀 굳건한 것 같이 보여서 그런 것이다.” 나는 나무였으면 싶습니다. 그건 나무는 좀체 요동 없이 당당하여서도 그렇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아무리 성긴 나무라도 나무는 숨길 구석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난 더러운 때를 숨기려 합니다. 깨끗이 씻어내기보다는 가리려고만 합니다.

어느 한 일간지의 글은 이렇게 계속합니다. “그러나 나무의 한 생애를 꼼꼼히 해 본 이는 그런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겉으로는 의연하고 당당해 보이지만 나무도 제 딴에는 힘겨운 삶의 굴곡과 매듭을 가지고 있다. 알고 보면 나무도 사람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람과 달라 나무는 묵묵히 가리킨다.” 의연함의 뒤엔 들어나지 않은 많은 아픔의 응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경수가 아니라면 자연수는 조금도 내색이 없습니다. 꾸밈도 없고 뽐냄도 없습니다. 참을성만이 있습니다. 언제나 생긴 대로 제자리에 뿌리박고 의젓하게 무게를 지킵니다. 나무는 사람들 같지가 않습니다. 봄이면 나무들이 다시 분주해 집니다. 나무는 아무리 해도 깨닫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지치지도 않는지 무얼 자꾸 말려 합니다.

오규원 씨의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병신같은 여자”처럼, 우리들 주위엔 못생긴대로 나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나무, 봄이면 끊질기게 다시 살아나는 나무같은 사람, 사람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 한분이나 어디 있을까요?


기사 등록일: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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