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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배’ _ 최우일 컬럼
‘저것 좀 봐!’, 누군가가 벌써부터 상기되어 팔짝팔짝 뜁니다. 모두들 신 새벽 갑판 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굉대한 힘에 겨워 할말을 모릅니다. 망망한 바다와 하늘이 마주 팽팽한 거길, 우린 한 덩어리로 엉켜 작은 섬으로 지금 떠가고 있습니다.
서슬 푸른 바다 위에서 우린 무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단단하던 내 땅도 얼마나 위태로웠는지를 이제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따위 생각의 시간이 아닙니다. 비겁하고 때론 수상쩍은 삶은 잊어둡니다. 여기서까지 심상하며 세상과 겨룰 일이 아닙니다. 선두나 후미가 아무 상관없습니다. 각자가 살아 온 길을 잠시 잃고 다같이 탐욕의 항해를 하기로 합니다.
향락을 진작 허락해 두었으니 껍데기는 벗어버립니다. 마치, “어리석은 자들의 항해”(The ship of fools, J. Bosch)에서처럼 그냥 흔들흔들 떠들며 마시면 되는 것입니다. 15세기의 후기 ‘고딕’ ‘유럽’에서도 인생을 둥둥 떠가며 흉 없이 놀았지 않았습니까? 또 북유럽 ‘르네상스’시기의 ‘부르겔’은 “환락경의 나라”(The land of cockayne, P. Bruegel)에서는 ‘맛’으로 사는 인생의 단면을 그려 놓았습니다.
시치미를 뚝 따고 겨루어 선 두 힘, 하늘과 바다가 수평선에서 만나 분명한 선을 긋고 맞서 있습니다. 그 넘어 어디쯤에서 엊그제 저녁, 우리 여럿은 항해를 시작하여 끝없는 어둠을 가르며 출렁댑니다. 달 없는 그믐밤 바다는 깜깜하기만 한데, ‘큐바’일까, 멀리 저 켠 불빛이 희미합니다. 어디건 그런 것이야 아무래도 상관할 게 아닙니다. 탐욕과 향락의 배는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오직 이 밤을 아무데로나 마구 흘러갑니다.

아, 그러니까..... 난 어찌해서 마음이 흔들렸던 것입니다. 좀 풀어버려도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팽팽하였던가, 그리고 얼마나 죄책과 반성으로 기를 펴지 못하였던가. 우리를 만든 건 ‘팔 할이 바람’(서정주)이니, 한 며칠 밤낮 없고 시분(時分)도 없이 야마천(夜魔天)을 한없이 살아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왠일로 여기 이 멀리 망망대해에 외톨로 나르는 새가 다 있습니다. 어쩌려고 여기까지 와 있는지, 살기가 그처럼 곤고한가 아니면 그도 바람때문인가? 사람은 누릴 것 다 누리면서도 아무 죄책이 없습니다.

내일 아침나절에는 ‘몬테고 베이’에 정박합니다. 그러면 모두들 조금 과장된 기분이 되어 거리를 으시댈 것입니다. ‘그랜드 케이만’에나 ‘코주멜’에 상륙해도 우린 또한 그럴 것입니다. 관광객들이란 으레 꼴불견들이니까요.

21세기 바보들의 배가 환락경에 떠 있습니다. 이 항해가 끝나면 모두들 욕망의 꿀 항아리를 빙빙 맴돌던 파리 떼들처럼 끈끈하니 제가끔 어디로들 흩어질 것입니다. 사실, ‘부르겔’은 바보천치들의 세상을 그린 것입니다. 동물적 충족감을 쫓아 농부가 곡괭이를 던져두고 학자가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자들의 항해”에서, 모두가 먹고 마시고 떠들지만 행복한 웃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배는 막 위험한 어둠의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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