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 기자수첩) B.C. 서해안 파이프라인..
지난 5월 15일 카니 총리와 스미스 주 수상은 서해안 파이프라인 건설(West Coast pipeline) 이행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11월 연방정부와 앨버타 주정부(이하 주정부)가 서해안 파이프라인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이번 이행계약 체결로 파이프라인 건설은 한 발 앞으로 더 다가와 빠르면 내년 9월1일 첫 삽을 뜨게 될 예정이다. 이 파이프라인 건설은 주정부가 주요 제안자로 초기 사업을 주도하게 되는데, 향후 일정은 다음과 같다.2026년 7월 1일 제안서 제출: 주정부는 파이프라인의 일반적인 경로, 크기, 비용 및 혜택, 시장 수요 등을 담은 종합 제안서를 연방 주요 프로젝트 관리국(Major Projects Office)에 제출할 예정이다.2026년 10월 1일: 연방 정부는 이 제안서를 신속히 검토하여 '국가 이익 프로젝트(Project of National Interest)'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아 10월 1일 이를 확정한다. 2027년 9월 1일: 각종 규제 준수 및 필수적인 원주민 협의 및 보상 의무를 완전히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이르면 2027년 9월 1일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파이프라인 건설 완공으로 실제 원유 수송이 시작되는 시점은 2033년~2034년경으로 전망된다. 파이프라인의 하루 원유 수송 능력은 100만 배럴이다.서해안 파이프라인이 가져올 정치 경제적 이익1. 원유 제값 받기: 서해안 파이프라인 건설은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막대한 정치,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는 프로젝트다. 우선 미국 일변도의 에너지 시장이 아시아 시장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된다. 현재 캐나다 원유의 90%는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캐나다 중유(WCS: Western Canada Select)는 WTI(West Texas Intermediate, 서부 텍사스 경질유)보다 통상 12-18달러 할인되어 수출된다. 오늘(5월29일) WTI는 배럴당 88.08달러에, WCS는 배럴당 76.33달러에 거래되었다. 과거에는 할인율이 상당히 높아 배럴당 30달러가 넘기도 했으나 트랜스 마운틴 확장공사 이후 미국 시장 의존도가 일부 낮아져 현행 12-18달러 선이 되었다. 원유 전문가들은 서해안 파이프라인이 완공되어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으로 원유 수출이 시작되면 미국 시장 할인율이 대폭 낮아져 배럴당 5~8달러 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나다 원유는 중유(Heavy oil)로서 경유인 WTI에 비해 황산 함유량이 높아 정제 과정에서 탈황(Desulfurization) 비용이 더 들어가고 운송 비용도 발생해 할인은 불가피하나, 파이프라인 건설로 원유의 미국 종속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계기가 된다. 2. 경제적 효과: 임페리얼 오일(Imperial Oil) 분석에 따르면 파이프라인 공사로 민간 부문에서만 1,0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본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착공 이후부터 가동이 시작되면 앨버타와 B.C. 전역에 걸쳐 수만개의 정규직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또한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가 수출되고 미국 시장 할인율이 줄어들면 연방정부와 앨버타 주정부에 유입되는 로열티 및 법인세 수입이 대폭 증가되어 복지와 인프라 재투자에 상당한 여력이 생긴다.이번 협정으로 앨버타 기업들은 연방 탄소세 가속 인상을 피하게 되어 향후 20년간 2,500만 달러에 달하는 환경규제 비용을 절감해 이를 재투자 재원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3. 정치적 효과원주민 사회와 실질적 화해과거 파이프라인 공사는 원주민 영토 침해 논란으로 원주민 사회의 물리적 방해와 고소, 고발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나 이번 공사는 원주민 사회가 '파이프라인 공동 소유권(지분 참여)'을 갖고 참여한다. 즉, 원주민 사회가 파이프라인의 공동소유주가 되어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는 한 원주민 사회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계기가 되며,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주민과의 진정한 화해(Reconciliation)'를 말뿐 아니라 경제적 성과로 증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시장에서의 입지 캐나다는 안정된 시스템과 민주주의 규범을 갖고 있는 나라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대규모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에너지 안보 시장에서 캐나다의 외교적 발언권과 지정학적 영향력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파이프라인 공사와 앨버타 분리주의의 함수관계이번 파이프라인 이행계약 체결을 스미스 주수상은 연방정부에 대한 앨버타의 승리라고 선언한 만큼 당분간은 주권 강화, 분리독립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내세울 명분이 약해졌다. 그러나 분리주의자들의 연방불신, 연방소외는 구조적 문제로서 파이프라인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파이프라인 건설로 경제적 이익이 확보되어 분리주의 온건파들은 다소 만족할 수 있으나 강경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이슈를 들고 나와 언제든지 분리 독립을 요구할 것이다. 분리주의자들에게 정치적 부채가 있는 스미스 주수상으로서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할 입장이 아닐 뿐더러 그들은 제이슨 카니 몰아내듯 스미스를 몰아내고 더 강경한 인물을 당대표(주수상)으로 선택할 수 있다.파이프라인 공사 앞에 놓인 가시밭 길이번 파이프라인 공사 이행 계약 체결로 연방정부, 주정부, 원유기업은 장미 빛 꿈에 부풀었으나 그 앞에는 두 가지 본질적이고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으니 원주민 사회의 동의와 B.C. 주정부와의 협력이다. 원주민 사회와의 합의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과거 파이프라인 분쟁(예: 트랜스 마운틴, 코스탈 가스링크) 때와는 접근 방식이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번 합의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원주민 사회에 '파이프라인 지분 참여 및 소유권 보장'을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보상금 지급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운영 수익을 원주민 사회와 영구적으로 나누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원주민 부족들이 많아 상당수 부족은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주정부가 선호하는 북서부 경로, 즉 B.C. 북부 해안은 수많은 원주민 부족의 영토를 관통한다. 환경 오염과 영토 주권 침해를 이유로 환경과 전통 영토를 지키려는 강경파 부족과 환경 단체들, B.C. 주정부가 결탁해 강력한 법적 소송이나 물리적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원주민 사회와 전면적인 합의는 불가능하고 지분 참여를 받아들일 친개발파 부족과 끝까지 반대하는 친환경파 부족으로 갈라져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넘어야 할 큰 산 B.C. 주정부: 연방정부의 중재에도 B.C. 주정부와는 매우 거친 대립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B.C. 주정부는 개발이나 파이프라인 건설보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파이프라인이 B.C. 북부 해안으로 연결될 경우, 스미스 주 수상의 구상대로 '유조선 운항 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하는데 B.C. 주정부는 해안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이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연방정부가 이 파이프라인 공사를 '국가 이익 프로젝트(Project of National Interest)'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한 이유 중에 하나는 B.C. 주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이기도 하다. 국가 이익 프로젝트로 지정되면 B.C. 주정부가 주정부 권한(환경 허가권 등)을 이용해 공사를 무작정 지연시키기가 법적으로 어려워진다.B.C. 주정부는 파이프라인 공사를 완전히 막지 못하더라도, "환경 오염 등 온갖 위험은 B.C. 가 떠맡고 돈은 앨버타가 번다"는 논리를 내세워 엄청난 수준의 환경 기금 출연, 비상 대응 인프라 구축 비용, 그리고 세수 분배를 요구할 것이다.원주민 사회와 합의는 파이프라인 공동소유와 지분 배분이라는 당근이 있어 어렵더라도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B.C. 주정부와 합의는 매 단계마다 환경심사와 규제를 내세워 정치적 공방과 막대한 액수의 보상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진짜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카니 총리와 스미스 주수상의 콤비 플레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