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원주희 (캘거리 교민)
여름 날씨 치고 지리하게 비가 쬐금씩 내렸습니다.
밖에서 하는 일이라 잠시 내리는 비를 맞고 일을 했더니 온 몸이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들었습니다. 며칠 일도 제대로 못하고 멍한 가운데 수요일이 되어 생각해 보니 이틀 뒤 토요일이 자원봉사하는 날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평소에 하시는 분들께 연락을 넣으니 휴가철이라 다들 다른 더 중요한 약속과 시간 계획이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해 아내에게 상의하니 " 사무실에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하고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사실 제 몸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속으로 " 취소할까 ?"하고 속으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어제 밤 9시까지 힘도 없는데 힘써 일해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더욱 꾀가 나기 시작 했습니다. " 내가 안해도 누군가가 가서 봉사할 것이고 아픈 몸 끌고 가서 해도 누가 알아 줄 것도 아니고 그냥 쉬는게 낫겠다. 괜히 편한 얼굴도 아니고 피곤한 얼굴로 봉사한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내 형편은 형편이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봉사하기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 이 힘든 육체를 회복하게 하시고 할 수 있는 체력를 달라." 고 기도하면서, 갑자기 수소문에 7명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처음 봉사해 보고, 어떤 학생은 그간 해 보고 싶었는데 방법과 기회를 찾지 못했고, 어떤 분은 " 시간이 있는데 뭐 보람된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오시게 되었고 어떤 청년은 기회만 되면 참여하는 봉사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홈리스라고 얼굴이 찡그러져 있거나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밝고 편안한 표정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늘 들었습니다.
잘 집도 못 구하고, 어린 아이들과 여기서 자고 먹으면 근심과 걱정으로 표정이 어두워야 하는데 늘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대화 나누는 모습 보니....아니 어쩌면 우리 인생이 이렇게 남의 집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다가 하늘 나라로 가는 것은 아닌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것인양 움켜 쥐고 소유의 편안함 보다는 걱정으로 가득하고 ...... 있는 것 누리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더 좋은 것 가지려 하다가 가지고 있는 것 조차 다 쓰지 못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곳에는 Goodwill Store, Salvation Army, Second Store, Restore Calgary 등이 있어 자기가 쓰던 물건 혹은 잘 안쓰는물건을 도네이션 하여 남과 나눠서 쓰는 문화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청년이 " 시간이 남아 봉사하고 싶다며 매주 할 수 있냐? "고 물었습니다.
봉사는 재능 봉사도 있고, 물질 봉사 활동도 있고, 시간을 나누는 봉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정했다고 강박 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책임 의식을 가질 필요는 있고, 또한 봉사가 꼭 남에게 무엇을 나눠 주는 것도 있지만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또 한번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정말 남을 돕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봉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함께 하신 Harry Yang, Luke Choice, Hey in June, Yerington Kim, Jean Lee Hee Won 등 함께 나눈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원 주희 ( 오이코스재단,
oikoscanad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