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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 (15번째)
1986년 5월

화창한 봄날씨였다. 눈녹은 물을 먹음고 파릇파릇하게 자란 잔디를 깍았더니 초록색 Carpet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긴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카나다에서는 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한가한 주말의 오후,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상큼한 봄기운이 넘치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이층 창문을 통해서 내다보니, 길건너 이웃집의 잔디밭에서 조무래기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Wrestling을 하고 있었다. Hulk Hogan, Macho man, Junkyard Dog, T-man등등, 모두 자기들이 좋아하는 Wrestler들을 흉내내며 잔디밭을 딩굴고 있었다.
“우리는 옛날 골목 흙바닥에서 딩굴었는데……”
복도 많은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은 폭신한 잔디밭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이 큰아들 진이었다. 네 녀석이 엉켜서 딩구는데 자세히 보니 두 명씩 편을 먹고 Tag Match를 하고 있었다. 다른 세 아이들은 진이보다 한 학년이 위었고 진이가 제일 어렸다. 그런데도 진이는 한 녀석을 깔고 앉아서 “Give up? Give up?”을 외치고 있었다. 진이는 옆에 있는 친구들을 쳐다봤다. 그 쪽에서는 진이편의 아이가 밑에 깔려서 고생하고 있었다. 진이가 깔고 앉아 있던 녀석은 계속 버티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진이편의 아이가 항복을 선언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진이는 벌떡 일어나서 옆에서 자기편을 깔고 앉아 있던 아이를 행해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다 이겼다고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던 상대편의 아이는 질풍(?)처럼 달려드는 진이에게 받쳐서 잔디 위에 나둥굴었다. 진이는 자기보다 덩치가 더 큰아이를 깔고 앉았다. 깔린 아이도 만만치 않아서 진이는 아슬아슬하게 녀석을 내려 누르면서 “Give up! Give up!”을 외치고 있었다.
“진이야! 잘한다! 잘해! 계속 눌러!”
“야~ 야! 조심 조심!”
“옳치! 그래 그거야 그거~”
나도 모르는 새에 손에 땀을 쥐고 소리치고 있었다. 계속 밑에 깔려서 고생을 했던 진이의 편도 다른 녀석을 깔고 앉아 있었다. 바야흐로 진이의 편이 이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진이편의 아이의 엄마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Ben, Lunch is ready!”
“………”
“Ben, I said lunch is ready~! Come in~!”
“… It’s almost over~!”
“I said come in~~~!!!”
“… Oh no!”
녀석은 마지 못해 일어나서 집을 향했다.
‘아쉽다! 다 이긴 게임이였는데…’
나는 진이가 진짜 Wrestling Match에서 거의 다 이긴 게임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에 돌아 설려고 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저쪽에서 깔려 있던 녀석이 일어나더니 진이에게 덤벼드는 것이 아닌가!
“어~ 저 놈이…… 경기는 끝났자나?”

진이는 밑에 깔려있는 녀석을 계속 누르면서 새로 덤벼드는 아이를 대항하며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다 이긴 게임이었는데…… 그리고 아주 불공평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이는 안간 힘을 쓰면서 버텼지만 자기보다 큰 녀석 둘을 상대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짜식들! 정말 치사하다! 치사해!”
두 녀석은 진이를 깔고 앉아서 소리치고 있었다!
“Give up! Give up!”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는 아들이 애처로웠다!
“진아~ 항복해라. 항복해!”

그런데도 진이는 항복을 안하는 모양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진이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임마~! 항복하라니까!”
아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쳐다보는 내 마음은 오그라들고 있었다.
“에이! 치사한 자식들!”
두 녀석은 계속 “Give up!”을 외치고 있었고 진이는 기진해졌는지 버드렁거리던 팔다리의 놀림이 느려졌다.
‘쫓아가서 저놈들을 밀쳐버려?’
‘애들이 노는건데…… 그러면서 크는건데……’

마침내 진이는 용쓰다가 지치고 약이 올라서 우는 것 같았다. 순간 내 가슴이 아려왔다.
“치사한 시끼들!!!”
“짜식, 일찍암치 항복하라니까……”
깔고 앉아 있던 두 녀석들도 진이를 더 이상 못 보겠는지, 슬며시 일어났다. 진이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눈물을 딱으며 집으로 향했다. 나도 속이 메어져왔다.
‘일찍 내려가서 말릴걸……’

내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진이의 얼굴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보아줄 수가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가만이 진이의 어깨를 안아주는 것 이외에는 해줄게 없었다.
“진아, 힘들어?”
“………”
“일찍암치 give up 하지 그랬어”
“I’ll never give up!”
“진아, 잘 했어! I’m proud of you!”
진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라고 하고 냉장고에서 어름을 꺼내서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했다. 진이는 기진맥진했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아빠가 준비해 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동생들과 떠들고 있었다. 언제 울었냐는듯이…… 세 아들들을 쳐다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마음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아들들이 이 땅에서 격어야할 어려움을 미리 본 것 같아서 속이 편치 못했다.
이민자의 아들이기에 격어야할 차별!
남들과 다르게 생겼기에 격어야하는 어려움!

‘저들이 굳굳하게 서게 하리라!’
‘이 땅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살아가게 하리라!’
‘내가 해줄수 있는 모든 것을 저들을 위해서 해주리라!’
아프도록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기사 등록일: 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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