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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잊을 벗, 멋진 선물_이유식 컬럼_7
9월의 눈송이 우리는 언젠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길을 알기에 떠나는 길을 더욱 싫어 하는지 모른다 외롭게 남겨놓은 이방의 뒤안길 눈물도 섞고 사랑도 섞고 그리움도 섞어놓고 파아란 밤하늘이 뿌려놓은 별들처럼 생존의 법칙을 자연의 이치에 따라 낙엽 떨어진 길을 떠나야 한다. 야생화 웃음짓는 그늘 아래로 가을비 슬피우는 긴 겨울처럼 굶주린 사랑을 찾아 고독한 생존을 찾아 나는 나를 모르고 내가 너를 모르는 그 참담한 인생길을 한마리의 새가 되어 날아야 한다. 떠나서 못 올길을 알면서 아무것도 남겨놓은 것 없이 아득히 휘날리는 9월의 눈송이처럼 우리는 떠나야 한다. Y형, 9월도 지나 10월이 오는듯 하드니 벌써 11월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9월 어느날 오후 해질녘, 아직 뒷뜰에는 코스모스 꽃이 하늘하늘 허리를 흔들며 저에게 밖으로 나오라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이 코스모스 꽃씨는 지난해 문우(文友) K형이 정성들여 씨를 받아 저에게 주었는데 코스모스꽃을 좋아하는 줄 아는 저의 집친구가 뒷마당 양지바른곳에 민초(民草)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새로운 화단을 만들고 정성껏 가꾸어 놓은 정원입니다. 커튼을 열면 코스모스꽃이 생긋이 웃으며 민초를 반겨줍니다. 고향들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 흔한 듯 하면서도 귀하고 연약한 듯 하면서도 강한 웃음꽃을 선사하는 코스모스 꽃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는 먹구름이 몰리는 듯 하더니 흰 눈이 휘날립니다. 9월의 때이른 눈이오니 눈송이는 땅을 치기도 전에 공중에서 산화되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우리인생도 멀지 않아 저렇듯 자취도 없이 한줌의 흙으로 되리라는 것을 상상해 보며 지난밤 C신문에서 읽은 서강대 장 영희 교수의 피눈물나는 생의 파노라마가 민초의 콧날을 시큰하게 해 주었습니다. 민초는 장교수가 C신문에 가끔 연재하는 칼럼 문학의 숲과 영미시 산책을 즐겨 읽어 왔었는데 그 장교수가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걸음을 못 걷는 불구자였고 지금은 척추암에 걸려 투병중이라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52세의 한창 일할 나이, 훌륭한 문학을 후학들에게 전수 심금을 울려주던 장교수가 소아마비로 걸음도 못 걸으며 한평생 투쟁한 그의 생존… 이제 그의 문학은 꽃을 피워 수많은 문학애호가들이 그의 글을 읽고 생존의 참맛과 슬픔속에 고달픔을 위한케 해주던 장교수가 병마에 허덕인다는 기사를 읽고 민초는 울어야 했습니다. 장교수의 아버지 장 왕록 박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을 업고 서울의 명문대학을 다 찾아 다니며 그의 딸이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사정했으나 어느대학도 그의 딸을 받아주지 않았다 합니다. 그러나 장교수의 아버지는 실망치 않고 서강대 백인 선교사 교수를 찾아가 딸이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사정을 했다 합니다. 이에 파아란 눈의 서양교수는 다리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머리로 공부를 하는 것이라며 입학을 허용했다는 글을 읽고 지금 장교수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그의 딸의 처절한 생존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멈추어 지는 듯 했습니다. 신은 왜 이렇듯 공평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장교수의 고난스러운 생존을 생각하며 9월의 눈송이라는 詩를 필 가는데로 썼습니다. 나는 이 작품이 추고에 추고도 없었기에 어느 누구에게 내어 놓는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날이던가 仁兄이 민초의 사무실을 찾은 날 저는 장교수의 사연을 알리는 글과 장교수를 생각하며 쓴 작품 9월의 눈송이 졸작시를 仁兄께 알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입니까? 仁兄은 이 졸작시를 아끼고 아껴왔던 돌덩이 이끼 끼이고 흙묻은 돌을 정성드려 닦고 씻어 이 돌덩이에 9월의 눈송이를 한자 한자 새기다시피 써서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仁兄은 사고로 인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자 한자 못난 친구를 위하여 정성껏 민초의 시를 새겨 나갈 때의 仁兄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며 너무나 감사하고 황공했습니다. 사실 이민생활을 하면서 친구다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습니까? 더 더구나 사회생활속에서 만난 친구가 진정한 벗이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외로움속에 어릴적 뛰놀던 친구, 학연으로 만난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민초의 경험으로도 이민생활을 하면서 온갖 정을 주고 희생도 하며 좋은친구 하나 만들어 놓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세파를 얼마나 슬퍼해 왔는지 모릅니다. 실컷 이용하고 감사하다기 보다는 뒤로는 욕을 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백번 도움을 주다가도 한번 도움을 주지 않거나 뜻하는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매도와 모함을 일삼는 이민생활의 친구들… 이에 가끔은 파스칼이 말한 것과 같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니 외적으로는 항상 가변하고 내적으로 코팅된 생활속에서 일생을 마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했지요. 하지만 민초의 생각은 파스칼이 말한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에 한 어휘를 더 삽입하여 즉,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며 속으로 울고 있는 갈대라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仁兄, 민초가 오늘 모국문단에 등단한 시인이 된 것은 생각하는 갈대에서 속으로 울며 살아왔기에 그 울음의 승화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仁兄이 정성스럽게 돌에 새겨진 ‘9월의 눈송이’ 나의 작품은 민초가 지금까지 받아본 선물 중 제일 귀하고 멋지고 값진 선물이란 생각을 하며 나의 거실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자리에 장식을 했습니다. 일분 일초가 귀하고 일분후에 어떤일이 닥칠지 모르는 우리의 생존앞에 仁兄과 같이 사려깊게 친구를 생각하는 벗이 민초옆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받은 삶인가를 생각합니다. 이에 못 잊을 벗 한분을 더 소개한다면 에드몬톤의 유 인형 문우(文友)입니다. 유 文友는 10년 이상을 민들레 뿌리를 채취하여 선물로 보내고 있습니다. 민들레 뿌리는 감기와 기관지 질병을 예방하는데 특효가 있다합니다. 또한 지난 여름에는 솔잎이 고혈압에 좋다는 말을 듣고 에드몬톤 심산에 들어가 공해에 물들지 않는 솔잎을 채취해서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정성입니까? Y형이나 에드몬톤의 유文友 모두가 민초가 벗으로 베푸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듯 알뜰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니 이민생활도 외롭지만은 아닌 살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쨌던 오늘 아침 조국을 방문한 집친구에게 장교수가 집필한 모든 문학관계 저서를 사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바람앞에 등불인 한생명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장교수의 건승을 빌며 민초가 할 수 있는일이 고작 이 정도라는 서글픔을 느끼며 장교수의 건강과 仁兄이 벗을 아끼는 알뜰한 마음씀을 되새김하며 9월의 눈송이를 다시 음미코자 합니다. 우리 항상 건강에 유의 합시다. 2004년 9월.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11/1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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