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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_ 유인형 컬럼 28
손가락 사이로 젊음은 빠져 나간다. 젊음이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떠나는가.
별이 총총한 여름밤엔 어제 같은 젊은날이 스쳐간다. 아주 조용한 밤이다. 헤리티지 강물이 발원되는 여울물가에 앉아 있었다. 서쪽새는 없으나 남쪽에서 날아온 밤새가 운다. 여울물소리 속에 밤새의 소근거림은 가슴 아프다. 그곳은 Terry Fox 산이 바라보이는 곳이다.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듯한 록키가 큰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산봉우리엔 흰눈설이 덮여있는 알핀지대이다.
젊은 여인의 풍만한 젖무덤처럼 생긴 그 가운데로 넓은 초원이 나온다. 아득한 들판에는 버리고 간 통나무집이 몇채 있다. 몇십년이나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통나무집 주인이 보이는 것 같다.
산림자원이 어찌나 많은지 흰 연기를 높게 피어올리는 펄프공장이 있다. 가을이면 샤카이 연어떼가 올라온다. 빨간빛 연어가 산란장을 찾아 고향에 돌아온다. 알에서 태어나 깊은 바다속을 몇 년간 돌아 다니다가 바로 그 알 낳은 샛강으로 올라온다. 본향을 그리는 회귀성이 유별난 물고기이다.
더 쾌적하고 먹이가 풍부한 어장을 다 버리고 자갈모래밭의 고향만을 찾는다. 여울가에 앉아 비로소 북쪽으로 끌려간 정지용의 눈물을 뼈 아프게 느꼈다. 식민지 시절의 젊은 꿈이 해방을 맞았다. 얼마든지 얼싸 안으며 춤을 출 그런 꿈을 가르쳤다.
한 시대의 지성이며 고향처럼 사람들을 사랑했던 시골 선생님.
해방이 우리손으로 쟁취한 것이 아닌 것처럼 남과 북이란 이념적 갈등과 미움도 우리가 만든건 아니었다.
꿈속에도 그리던 그리운 고향이 더 멀리 떠나가 버린 것처럼.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정지용은 언어처럼 자갈모래밭의 여울물에 도달하지 못했다. 흰 조약돌을 주어 샤카이 연어 산란장에 퐁당 던진다. 나도 주머니속엔 늙으신 부모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아우의 속달편지가 들어있다.
마음대로 찾아갈 수 없는 이곳 여건이 속상하다. 더군다나 북쪽인 이민자들이란 더 말해 무엇할까. 남쪽인 나도 이 모양인데…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여울물가에서 일어난다. 자신이 떠나온 곳을 아는 연어도 있다. 본향을 아는듯이. 물방울이 휘뿌린다. 저 안개로, 다시 구름이 되어 떠돌다가 목마른 짐승과 곡식에 뿌려준다. 생명의 물방울도 자기가 돌아갈 본향을 안다.
모두가 사랑속에서 한방울의 물방울도 즐겁다. 한방울의 물방울 같은 존재를 깨닫는게 더 행복하다. 한방울의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눈부신 물방울아!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8/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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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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