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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 전혀 다른 나라_ 3 (글 : 강현)
검은 색 마(麻) 재킷, 면 바지, 언제든지 쓰레기통에 들어갈 준비가 돼있는 낡아빠진 필라 운동화, 지하철-버스 노선도와 물병 등을 챙겨 넣은 플라스틱 쇼핑백 등이 그것이었다.
김종환과 심수봉 그리고 추억의 30년인가 뭔가 하는 1970년대 노래들이 잔뜩 저장돼 있는 MP3 플레이어 이어폰을 귀에 꽂은 뒤 앞창을 잔뜩 구부린 검은 색 나이키 야구모자를 눌러 썼다.
8th Avenue 에서 업 타운 쪽으로 올라가는 20 번 버스에 올라탔다. 5분도 안 돼 42 번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동쪽으로 한 블록 남짓 걸어가자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가 나왔다.
아직 대낮인데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일대를 뒤 덮고 있었다. 이미 차이나타운에서 익히 보았던 엄청난 인파, 전 세계를 한 곳에 모아 놓은 듯한 인종전시장,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북미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물론이고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서울에서도 느껴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활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눈에 익은 전광판들이 나타났다. 코카콜라 위에 삼성, 삼성 위에 홍콩 상하이 뱅크 전광판을 층층이 붙여놓은 낡은 건물이 있는 곳. 타임스퀘어가 바로 여기였다.
너덧 블록 떨어진 곳에 갈은 모습의 전광판 건물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타임스퀘어에서 내가 맨 먼저 한 일은 아마 영화 ‘폰 부스’ 에 나오는 폰 부스 와 저격범이 숨어있던 건물을 찾으려고 한참을 두리번거린 일일 것 이다.
TKTS 라는 붉은색 간판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오늘 저녁 뮤지컬 할인티켓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몇몇 뮤지컬의 할인쿠폰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구해놓은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47 번가 와 48 번가 사이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 보았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동그란 부스 안에는 40 대로 보이는 잿빛 머리의 여자가 바보 같은 표정으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라이온 킹’ 이나 ‘맘마미아’의 할인쿠폰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라이온 킹’은 당연히 없고 ‘맘마미아’는 내일(월요일) 공연이 없어 시간이 맞지 않았다.
결국 ‘오페라의 유령’ 할인쿠폰을 받아 들고 공연장소인 MAJESTIC 극장을 찾아 나섰다.
44 번가에 위치한 극장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내일 저녁 8 시 공연 100불짜리 오케스트라 석 앞자리를 57 불 50 센트에 구입했다. 좌석번호 H1 맨 앞 블록 중간복도 바로 옆, 횡재에 가까운 명당자리였다.
밤 늦게 다시 와 거리 쏘다니기를 할 작정을 하고 일단 타임스퀘어를 뒤로 한 채 50 번가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빌딩 군 중간의 광장에서는 콘서트 가 열리고 있는지 모여든 구경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가락이 흘러나와 고개를 비죽이 내밀고 노래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는데, 온통 검은 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는 가수를 발견하고서야 에디뜨 삐에프의 노래라는 것이 생각났다.
한쪽에서는 거리화가가 행인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고 있었다. 나도 한 장 그려 달랠까 하고 다가가서 보는데 모델로 앉아있는 손님 얼굴과 거의 완성돼 가는 얼굴그림이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 그만 두었다.
또 다른 화가는 옆에 크게 확대한 구스타프 클림트 의 복사본들을 마치 자기 그림인양 팔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그린 것이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망설임도 없이 ‘얍’ 하고 짧게 대답한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발길을 돌리는데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동양계 여자 아이 둘이 다가오더니 스케이트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컷 찍어 줄 것을 부탁했다.
서툰 영어와 엑센트로 보아 유학이나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아이들이 틀림없었으나 사진을 찍어준 뒤 아무 내색 않고 카메라를 돌려 주었다.
한국사람임을 밝혀 인사 차리고 어쩌고 하면서 서로 조금이라도 귀찮아 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록펠러 센터와 성 패트릭 성당 사이에 있는 대로(大路)로 나왔다. 5 번가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유명한 5th avenue 명품쇼핑 가가 나온다.
오드리 햅번이 열심히 그 앞을 지나다니던 보석상 ‘티파니’ 도 여기에 있다. 그 쪽으로 내려가 볼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파크애비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파크애비뉴와 그랜드 센트럴 역이 교차하는 지점의 남쪽과 북쪽은 미드타운 의 번잡한 거리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훌륭한 장소였다.
도로 중앙분리대에 서서 노란 택시들이 많이 몰려들 때를 기다려 대 여섯 컷을 찍었다. 42 번가 에서 42 번 버스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두 블록을 가서 공립도서관 앞에 내렸다. THE DAY AFTER TOMORROW 에서 피난처 구실을 했던 유서 깊은 건물이 바로 이곳이다.
(다음호에 계속)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12/1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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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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