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뉴욕 그 전혀 다른 나라 4 _ 강현
을 걸어서 내려갔다. 남북 블록은 동서 블록에 비해 훨씬 거리가 짧은 것이 맨하튼 도로의 특징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34번가를 지나자 마자 한글 간판이 눈에 띄기 시작 하더니 32번가에 이르자 그 서쪽 길은 아예 몽땅 한국 식당과 상점들이다.
맨하튼 리틀코리아였다. 토론토 불루어 가에 있는 한인타운과 비슷한 규모로 보였으나 사람들도 많고 훨씬 번화한 빌딩숲 한복판에 위치해서 인지 꽤 그럴 듯 해 보였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단골식당이라는 감미옥은 다른 블록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강서면옥 과 뉴욕곰탕 등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금릉’ 이라는 한국식 중국식당에서 잡탕밥으로 저녁을 때운 뒤 ‘무엇을 할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하는 생각으로 한인타운에서 두 블록 떨어져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과 비슷한 구조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전망대로 올라가는 표를 구입했다.
일요일 저녁이라 평소보다 한산한 편 이라는 게 보안요원의 설명이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향해 지그재그로 늘어서 있는 줄이 자그마치 2백 미터는 될 것 같았다. 내부 수리중인지 곳곳을 나무판자로 막아 놓았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엘리베이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86 층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톰 행크스 와 맥 라이언이 이 곳에서 만났을 때는 마감시간이 지나서였기 때문에 뉴욕 야경을 곁들인 분위기가 그럴 듯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올라갔을 때는 분위기는커녕 바깥 쪽을 향해 직경 10센티짜리 카메라를 들이댈 공간조차 찾기 쉽지 않았다.
야경은 그래도 볼만 했다. 남쪽으로 자유의 여신상의 불빛이 보였고 사방이 거대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영화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멋진 첨탑을 가지고 있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나와 다시 타임스퀘어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34번가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6TH Avenue 에 가서 업 타운 행 지하철로 갈아타야 했다.
일요일의 늦은 저녁인데도 버스와 지하철은 승객들로 꽤 붐볐다. 밤의 타임스퀘어는 아까 낮 보다 훨씬 시끄럽고 화려했다. 낮에 왔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전자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군데에 들어가 진열된 제품들을 둘러 보았다. 4 기가바이트 iPOD를 139 불에, 5 메가픽슬 소니 카메라는 169 불에 팔고 있었다. 하자가 없는 정품들이라면 놀라우리만치 싼 가격이었다. 전자상가를 나와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 땅콩가루를 두른 모카 콘을 하나 주문 했다. 시계를 보니 밤 10 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이 걸어 다닌 탓인지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앉아 있을 만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TOYS R’ US 출입구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대로 건너편에서는 종교단체에서 나온 듯한 흑인 두 사람이 번갈아 소리를 질러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있는 극장가의 네온사인을 향해 카메라의 초점을 잡고 있는데 느닷없이 57인승 프리보 버스가 나타나 시야를 가로 막더니 한 떼거리의 관광객들을 내려 놓았다.
이 시간에 뉴욕 야경 옵션 관광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커다란 버스가 골목 입구를 가로질러 정차하는 바람에 그 골목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입하려던 차량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맨 앞에 있던 노란 택시에서 터번을 머리에 두른 시크교도 차림의 운전사가 밖으로 나오더니 버스에다 대고 삿대질을 해대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울려대는 경적소리 때문에 그 일대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는데도 버스는 아예 마이동풍이었다. 관광객들을 다 내려놓은 다음에도 1분 정도를 더 지체하고 나서야 천천히 길을 비켜 주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8th Avenue로 걸어 나왔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계속 걷기로 했다. 오래 앉아서 휴식을 취한데다 카페인이 들어간 모카 아이스크림을 먹어서인지 피곤함이 많이 가신 것 같았다.
결국 숙소인 맨하튼 인 까지 10 여 블록을 걸어서 내려갔다. 8th Avenue의 밤거리는 타임스퀘어 와 또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힙합 바지에 보자기를 머리에 동여매고 뒷주머니에 체인을 늘어뜨리고 있는 전형적인 양아치 차림의 10대에서부터 섹스 샾 부근에서 건들거리고 있는 탱크 탑과 라인 팬티 차림의 여자들, 비 맞은 중처럼 혼자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는 약간 맛이 간 중년남자, 그리고 진짜 가족인지 아니면 가족처럼 팀을 짠 조직 구걸단인지 모르지만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청승맞은 합창을 하고 있는 노숙자 가족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거리거리마다 우글거리고 있었다.
보도 쪽 차선은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쳐들고 나온 사람들로 인해 거의 점령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고함고리, 사이렌소리, 경적소리 등으로 말할 수 없이 소란스러웠다. 그런데도 무질서하다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정겹고 오랜 만에 사람 사는 곳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12/3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2-01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주택정책 너무 이민자에 맞추지..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댓글 달린 뉴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동화작가가 읽은 책_59 《목판..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존 Zone 개편 공청회..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