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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_ 유인형
한 밤중에 집을 돌아올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창문이다. 창문에 불이 켜 있으면 마음도 아늑해 진다.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창문이란 어둡다. 정(情)이 흐르는 잔잔한 창이란 언제나 시골집 등불같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시골집 창문엔 은은한 등불이 켜 있었다.
어머니께서 기다려 주시는 등불이어서 언제나 편안한 빛이다.

- 이곳도 창문 하나 많구나.
이민을 와 제일 반가운 건 집집마다 크고 작은 창문이었다. 어느 집은 남쪽 지붕에 유리로 된 창을 달았다. 햇볕을 최대로 받아드리려는 창문처럼.
그러나 불야성으로 켜놓은 불빛이란 기다림이 아니라 낭비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처에 있는 화력발전소의 전기생산이 넘쳐서 인지 가로등을 대낮에도 그대로 켜놓는 것에 의아해 했다.
물질적으로 궁핍한 걸 모르는 사람들이다. 초기엔 아파트비가 저렴한 다운타운지역에 살았다. 이곳엔 남아시아(파키스탄, 인도)인들이 많이 살았는데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인의 주거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곳에서 창문이란 오히려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참을성이 없는 창문처럼 비쳤다.
손님이 찿아와 빈 공간에다 잠시 파킹을 시켜 놓았는데 누구인가 벌금티켓을 부쳤다. 저 창문으로 내다본 이웃의 신고일 터이다.
시동걸 때 차량소음이 나도 불평센터에 전화를 한다. 그 친절한 감시자가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바로 이웃사촌이란 사람들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신앙과 피부색도 모른다. 하지만 만나게 되면 “하이, 해브 어 나이스 위캔드.” 하며 친절하게 아는 척 할 테다.
이 사회는 교회만큼이나 변호사 사무실이 어디에도 있다. 변호사가 많은 곳이란 그만큼 소송도 많고 개인타산이 밝다는 걸 의미한다.
처음엔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난데없는 방문자에 놀랬다. 청국장 냄새를 풍겼다가 송장 썩는 냄새로 불평신고를 당했다. 그 후로 부랴부랴 독립주택지로 달아났다.
음식물에까지 주눅이 들면 인간적인 체면이 비참해 진다. 공공질서에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서로가 신고하는 감시자 같은 이웃 창문이다.

- 끼이 끼죽.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보니 어디서인가 기러기떼가 난다. 가을바람에 방패연을 날리며 아이들과 히히덕 거리던게 언제였더라.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도 기러기떼는 멀리 난다. 저 기러기떼엔 시골집의 등불 같은 따뜻함이 있는게 아닐까.
구만리 먼 곳의 도래지를 꿈꾸며 질서정연하게 난다. 방패연을 날리며 바라본 것이다. 대부분은 V자 형으로 난다. 가끔은 무리에서 이탈한 한두마리가 정반대로 나는 걸 발견한다. 아마도 길잃은 동료의 길잡이로 뒤돌아 가는 것일께다.
V자가 어느새 W자로 바뀌기도 한다. 상승기류와 그때 무리들의 조건에 따라 대열이 바뀌는게 아닐까. 제일 앞장서서 날아야 하는 대장 기러기는 가장 격심한 기류의 저항을 받을 터이다.
기압과 상승기류의 저항을 송두리째 받아야 하는 고통스런 자리일 터이다. 무리의 방향을 인도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게 대장 기러기의 임무일테지. 나머지 무리는 이미 개척된 앞 기러기를 따라 가면 되겠다.
신비로운 구만리 장정길이다. 앞자리를 지키다가 날개쭉지에 힘이 부치면 주저없이 뒷자리로 물러설 터이다. 물러설 줄 아는 지도자를 본다.

- 그렇지. 바로 저 마음의 창 같은거야!
우리 사회엔 한인회와, 실업인협회, 은행부처, 모국어 학교가 있다. 악천후의 폭풍우를 막아주는 항구 같은 단체이다. 열악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어떤가?
정치판처럼 앞자리만 찾는다면 오합지졸(烏合之卒)로 흩어지게 된다. 미물인 날짐승도 본능적으로 안다.
동포사회에서 말하는 행복이란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닌 작은 기쁨일 것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샹데리아가 아닌 소박하고 은은한 신뢰의 등불이다. ‘마음의 창’이라 믿는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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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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