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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 전혀 다른 나라 _ 5 (강현)
오전 6시. 셀폰의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워와 아침식사를 대충 마치고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러시아워가 시작되기 전에 월 가(街)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34 번가 지하철역 안에 있는 자동판매기에 5불짜리 한 장과 1불짜리 두 장을 넣고 DAY PASS의 출력 버튼을 누르자 메트로카드가 튀어 나왔다.
월 가는 폭이 두 차선 정도 되는 좁은 길이었다. 한 쪽 끝에 길쭉한 모양의 트리니티 교회가 있었고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증권거래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대형 성조기가 건물의 전면을 거의 가리다시피 한 증권거래소 앞에는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출입자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옛날 인사동 골목길 같은 보 잘 것 없는 이곳이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라운드 제로는 증권거래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육중한 철제 팬스로 둘러싸인 세계무역센터 자리 한 켠에는 그날의 상황을 분(分)대 별로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상황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팬스 안쪽에 십자가 모양의 철골이 보였다. 9. 11 공격의 직접적인 동기는 네오콘 안에 포진하고 있는 극우 시온주의자들과 결합한 부시 정권의 노골적인 반 (反) 팔레스타인 정책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작년 11 월 대선 투표를 한 미국의 유권자들 중 절반이 재앙을 불러온 이 신 (新) 제국주의자들에게 다시 지지를 보냈다. 새삼스러운 분노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으며 길거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물결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두 빌딩이 차례로 무너져 내릴 때 센터 남쪽에 있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피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갑자기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가는 이 곳은 내 여행일정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오전에는 자연사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되어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까다로운 보안검색과 벌떼처럼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다녀오는데 시간소비가 많은 곳이었다. 생각 끝에 맨하튼 과 스테이튼 아일랜드 사이를 왕복하는 훼리를 타고 가고 오면서 기념사진이나 먼 발치에서 찍고 오기로 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훼리는 사우스 포트의 5 번 항구에서 15분 마다 출발했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요금도 낼 필요가 없었다.
행정구역상 뉴저지 주에 속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상징이다. 영화 ‘타이타닉’ 에서 잭의 친구 파브리치오가 뉴욕으로 향하는 타이타닉의 선수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타내 주듯 자유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떠나는 이민자들의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사우스 포트를 출발한지 10분만에 훼리는 자유의 여신상과 옛날 이민국이 있던 엘리스 섬을 옆으로 지나쳐갔다.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백 주년을 기념하는 선물이라며 이 얼토당토않게 커다란 여신상을 배에 실어 보냈을 때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혹시 프랑스가 우리를 조롱하느라고 저런 것을 보낸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두 나라는 옛날부터 사사건건 궁합이 맞지 않았다.
오랜 기간 견원 지간이라 할만한 나라로부터 받은 선물이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 돼 있다는 자체가 코미디에 가까운 아이러니였다.
어느새 훼리가 스테이튼 아일랜드 항구에 들어서고 있었다. 맨하튼을 출발한지 20분 만이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다른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배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훼리의 구조상 이번에는 선미(船尾)가 선수(船首)가 되어 다시 맨하튼으로 향할 것이 분명했다. 플라스틱 쇼핑백을 챙겨 들고 배의 뒤 쪽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선미에는 벌써 10여명의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배가 다시 맨하튼으로 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2, 3분쯤 지났을까, 트래픽 베스트를 두른 히스패닉 계통의 승무원 두 명이 부리나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왜 안 내리느냐며 소리를 꽥 하고 질렀다.
내가 나서서 ‘우리는 맨하튼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내릴 필요가 없다’고 했더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배는 가지 않으니 내려서 옆에 있는 배로 갈아 타라며 창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매번 너희 같이 약삭빠른 척 하는 인간들 때문에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다시 그 기나긴 배의 끝에서 끝으로 뛰어가자니 목덜미에서 땀이 솟을 지경이었다. 맨하튼을 향해 출발할 훼리에는 이미 승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배를 놓쳐 15분을 낭비하지 않게 된 것만 다행으로 여기며 서둘러 배에 올랐다.
어퍼 베이라고 불리우는 맨하튼 남쪽바다에서 보는 맨하튼 스카이라인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맨하튼 스카이라인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려면 부루클린 다리의 중간쯤까지 가든지 아니면 허드슨 강을 통과하는 크루즈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다음호에 계속)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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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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