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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며_강현
주제파악 하는 ‘검은 오리’로 거듭나길

오는 6일(월) 새 정부가 출범한다. 보수당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13 년 전 그 가을 썸머타임 총리 킴 켐벨을 끝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뻔 했던 그 보수당이 아니다. 2004 년 캐나다연합당에 의해 사실상 평정 통합된 전혀 새로운 성격의 보수당이다. 이 날부터 수상집무실을 차지하게 될 46세의 스티븐 하퍼는 이 연합당의 전신 개혁당 시절에 당수이자 극우의 대명사 프레스톤 메닝을 보좌했던 인물이다. 1993 년 10 월 총선에서 불과 33 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당시부터 ‘똑똑하지만 과격하다’ 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박물관에나 처박혀 있어야 어울릴만한 먼지 켜켜이 싸인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기도 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과거를 잠깐 돌아보자. 하퍼가 매닝의 최 측근 참모로 활약하는 동안 매닝의 입을 통해 나온 정책들은 하나 같이 기존 가치를 뒤 흔드는 놀라운 것들 일색이었다. 누진과세 폐지, 복지축소, 이민쿼터의 대폭 축소(1 년에 5만 명 이하로 제한), 낙태에 있어서의 여성 선택권 불인정, 의료보험 민영화, 사형제도 부활과 형법강화, 동성결혼 합법화 절대불가, 복합문화정책의 전면 수정이 그것들이었다. 아울러 이 당의 외곽그룹인 민간 우익들은 전통적 보수 기독교 문화 유산 수호와 캐나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이민 반대를 외쳐대기도 했다. 그리고 하퍼는 그 자신이 그런 민간 극우단체의 하나인 전국시민연대((NCC)를 창설 주도한 바 있다. 적어도 개혁당에서 연합당을 거쳐 올 때까지 하퍼를 포함한 그들은 프랑스의 국민전선이나 호주의 한나라당(One Nation Party)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극우의 본산이었다.
그런 하퍼와 그들이 지난 2 년 동안 느닷없이 진화한 보수로 거듭났다며 급 좌회전을 단행했다. 집권 자유당의 예산부정집행 행위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부쩍 더 착해지더니 급기야 뇌물스캔들이 터지고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집권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자 캐나다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세력이라도 된 것처럼 입에서 나오느니 천사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이민자들 대우를 소홀히 해 고급 노동인력을 사장시키고 이민자들을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 고 집권당을 꾸중 하는가 하면 “영주권 신청자에게 1천불이나 받다니, 지금 인두세를 받는 것이냐”며 이민부 장관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가장 예민한 현안 중의 하나인 동성결혼 문제만큼은 “우선 과제가 아니다” 며 얼버무렸지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펄펄 뛰던 이전에 비하면 뚜렷한 진화였다. 과반수 집권을 위해 자유당에 등을 돌리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온타리오 와 퀘벡의 광범위한 부동층의 표가 필요한 이들로서는 당연한 변신이었다. 극우에서 착한 보수로 갑자기 변신한 이유도 심히 미심쩍은데다가 과거에 대한 자아비판이나 반성을 일체 생략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믿어주자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의외의 현상이었다.
총선은 끝났다. 3 일 후면 새 수상이 이끄는 새 정부가 정식 출범한다. 문제는 이 전술적 변신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인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몸 비트는 소리가 요란하다. 먼저 터져 나온 것이 동성결혼에 대한 Revisiting 이다. 총선 전 하퍼는 당내 극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우선과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딱 4 일만에 말을 바꾸었다. 우선과제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긴급한 과제는 아니지만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다” 라는 명답으로 응수했다.
이뿐이 아니다. 같은 날 하퍼의 진영에서는 친 부시 친 이스라엘 입장을 바꾼 적이 없는 프레스톤 메닝의 미국대사 임명설을 흘렸다. 이란의 핵 시설과 아마디네자드 정권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하고 하마스의 집권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그런 인물을 미국대사로 임명하겠다는 발상은 네오콘 침략자들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거추장스런 진화하기를 집어치우고 옛날 개혁당 시절로 되돌아 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처음부터 이런 자세여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보수당의 선거용 미소 뒤에 감추어진 ‘아젠다’ 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무성한 판국이다.하퍼와 보수당 주류의 중세기적 사고방식은 처음부터 캐나다 국민들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정서와 맞지 않았다. 보수당 정권은 자유당 정권의 자살사건과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상당수 서부유권자들의 묻지마 지지를 토대로 등장한 태생적 한계가 분명한 정권이다. 선택의 여지가 적었던 슬픈 백조가 할 수 없이 품어 낳은 검은오리새끼와 같은 존재다.
물론 헌법절차에 따라 하자 없이 탄생한 합법정부이기는 하다. 일단 축하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그들을 똥 묻은 지렁이 취급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왜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에서 참담한 패배를 했는지, 노망난 자유당 정권의 거듭된 패착에도 불구하고 소수정권으로 밖에 탄생할 수 없었는지 답을 찾으려 노력하기 바란다. 진화한 보수고 착한 보수고 정말로 거듭나고 싶다면 이런 노력을 통한 주제파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1 월 23 일 이후 실망과 탄식의 한숨을 토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개혁당 시절의 당신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본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2/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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