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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미국의 더 이상한 원목 침대
아테네 교외의 강가에 살던 한 엽기적인 악한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한다고 데려와 쇠 침대에 눕히고는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그는 영웅 테세우스에게 자신이 저지르던 악행과 똑같은 수법으로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의 이름을 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란 말이 생겨났다.
자기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고치려는 것, 남에게 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려는 것을 빗댄 그리스 신화 중 한 토막이라고 한다. 다 아는 얘기다.
종종 코미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우리 앞에 실제로 펼쳐지면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곱게 차려 입은 귀부인이 도도한 눈길을 깔고 다분히 좌중을 의식하며 모델처럼 걸어 나가다가, 잘 닦인 유리창을 헛보고 심하게 얼굴부터 들이대며 유리창에 박치기를 하는 사고처럼 말이다. 눈을 내리까니 ‘유리조심’ 경고가 보일 턱이 없다. 다행이 곧 매무새를 가다듬고, 예의 도도함을 유지하며 유유히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 통증을 떠올리면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제대로 가슴 아픈 상황이 된다. 이보다 더한 희극적인 상황도 우리 주위에서 숫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아침에 세 개 주던지, 저녁에 네 개 주던지 상관할 바 아니다. 줄 것만 다 주면 된다. 조삼모사보다 못한 몽키 비즈니스가 백주대야에 활극을 펼치고 있으니 문제다. 이상한 나라 미국과의 목재분쟁 얘기다. 한인들의 생업에는 별반 상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잊을 만 하면 나타나서 염장을 지른다. 주로 건축용 목재로 사용되는 캐나다산 연목(soft wood)을 수출할 때 부과되는 미국측 관세가 문제 되고 있다. 자국 목재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캐나다 목재에 관세를 부여하며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 정가에서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에너지를 무기 삼아 목재협상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캐나다에는 그래도 쇼당(showdown) 칠만한 무기가 있는 게 대견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전임 폴 마틴 정권시절부터 연방정부가 에너지 자원을 들고 맞불을 놓을라치면, 앨버타주 랄프 클라인 수상은 그러기만 해보라며 소리부터 버럭 질러대기도 했었다. 앨버타를 볼모로 삼지 말란 얘기다.
이 달 초에 연방 신민당(NDP)에서 맞불작전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일 수출 시에 캐나다도 미국에 차별적 역 관세를 물려 그 에너지 세 수익금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캐나다 산림 목재업자들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목마른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볼 심사다.
앨버타 신민당에서는 오일산업에 차질을 빚을 까 우려하는 지역정서를 반영해 그럴 수는 없다며 정책의 현실성을 들어 중앙당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차라리 캘리포니아산 수입 와인에 관세를 매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목재산업이 BC와 온타리오, 퀘벡을 대변한다면, 오일산업은 오늘 당장 앨버타 번영의 돈줄이자 생명줄 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지역적 이해타산에 따라 수긍이 가는. 절망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내부 정쟁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있다. 아니 이상하고 오만불손한 미국의 잣대에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상호간에 관세 없는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연목에는 관세가 붙어왔다. 이게 양국간의 웃기는 자유무역 실상이다.
2002년 미국은 캐나다 정부가 관련업체를 부당 지원해 왔다는 꼬투리를 잡아 무려 27%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캐나다에서는 부당함을 바로잡으려 NAFTA와 세계무역기구(WTO)에 수 차례 제소했고 그때마다 판결은 캐나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 것뿐 이었다. 안면몰수하고, 누가 뭐래도, 그래도 이상한 관세는 없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미국식 생산, 판매 시스템을 따르라는 것이었다.
내가 일국의 대통령을 ‘반건달 부시’라고 칭하며 껄렁패 취급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해가 수 없이 바뀌고 캐나다는 자유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바뀌며 숙제가 넘겨진다. 7월 초, 스티븐 하퍼 보수당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를 없애는 대신에, 캐나다 목재가격이 하락할 시에는 5%부터 최고 15%까지 연방세를 부가해 미국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한다는데 합의했다.
미국측 입맛에 맞는 갖가지 옵션이 걸려 있다. 과연 무엇을 얻어낸 건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이번 개정은 앞으로 7년간 효력을 발생할 모양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코 방귀도 뀌지 않으며 아예 머리 싸매고 드러누웠다. 바로 이게 미국식 자유이며. 자유무역협정의 내막이자, 양국간 20년간 지속되어 온 무역마찰의 실상이다.
다른 얘기지만, 미국 죠지 부시 정부는 북한 또한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 정권도 잘 한 거 없다. 살얼음 판 깡다구 외교는 지긋지긋하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김정일은 악의 축’이라고 한글로 대문짝 만하게 방을 써 붙여 놓은 사람들은 또 어쩌자는 건가. 동네 애들이 싸워도 말려야 하는 게 어른이 할 일이다.
죠지 부시 정권은 누군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포고할 때는, 스스로 ‘선의 축’은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에라도 있음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하다못해 명분이라도 더 쌓아야 한다. 제 눈에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만 봐선 안 된다지 않는가. 그토록 젊잖은 척 훈계하고 근엄하게 선도하고 싶다면, 최소한 제 눈의 눈곱이라도 떼고 카메라 앞에 나와 서야 한다. 그게 예의고 도리다.
천하의 미합중국 아닌가. 코미디 보기 민망하다. 표정관리 정말 힘들어 진다. 그래야 나 같은 필부도 ‘찬미 부시’는 외치지 못 하더라도 잠자코 앉아는 있을 것이다. 그러고 싶다. 그렇게 되는 거 보고 싶다.

글 : 김대식 기자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7/14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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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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