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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 빨간 우산, 찢어진 핵우산_김대식 기자
여름 비! 이른 아침에 나리는 이슬비는 분명 아닌 듯싶다. 우산 셋이 나란히 학교 가는 분위기도 아니다. 도처에 포탄이 날고 있다. 북한은 동해상에 장거리 미사일을 쏟아 부었고, 이스라엘은 결국 레바논에 선방을 날렸다.
온 세계가 월드컵 열기로 흠씬 달아오르고 있던 어느 날, 북한은 난데없는 미사일을 날려 보낸다. 독일 월드컵에 참가조차 못한 북쪽 세 나라와, 일찌감치 16강 탈락하고 보따리 싼 남쪽 세 나라, 그러니까 축구도 제대로 못하는 여섯 나라가 좁다란 한반도를 둘러싸고 앉아 호들갑을 떤다.
누구는 별일 아니라고 하고, 누구는 거품물고 열 받는다. 끼리 끼리 편 먹고 또 누군가는 깜부 맺을 짝이 없어 헛갈린다. 네 편 내 편 가르는 게 여간 힘겨워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로부터 비난과 눈총을 감수하면서 햇빛정책으로 내공을 쌓아 온 작은 결과로 이젠 별로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데도 미국은 자꾸만 우산을 같이 쓰자고 을러댄다. 부시는 불만투성이다. 핵우산을 씌워 준대도 이젠 됐다고 튕기고, 싸가지 없게 자기식대로 우산을 만들어 쓰겠다고 나서기도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일본은 자기네 앞마당에 짱 돌을 던진 북한을 용서 할 수 없다는 기세다. 마른하늘에 우산을 펼쳐 든 부시의 품에 게이샤처럼 안겨있던 고이즈미, 기모노가 터져라 기어이 뒷발질을 해댄다. 속내를 드러내며 냅다 선제공격을 주장한다. 진짜 당사자는 한국이지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먼 산 아니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한국정부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찌지리 일본을 향해 화풀이 한다. 갑갑하던 차에 경고망동 일본 너 제대로 걸렸다.
그랬다. 해방 이후 만만한 게 홍어X 이기는 했다. 부시는 예쁘게 좀 봐달라며 춤추고 재롱 떠는 고이즈미가 한없이 기특한 모양이다. 잘 하면 ‘재팬 씨’도 ‘다케시마’도 죄다 일본에 몰아 줄 것만 같다. 피아 구분이 안 되는 어둠이 깔리며 다들 배후에서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CNN방송에서 TV화면을 통해 내 보낸 한 북한 미사일 관련보도를 보자.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늘어서있고 그 사이로 어울리지도 않게 크고 굵은 대문자로 SEA OF JAPAN 이라고 박아 놨다. Korean Sea는 둘째치고 East Sea라는 글자도 병기되지 않았다. 괄호 안에도 없고 장독 뒤에도 없다. 완전 실종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궤적을 그리며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공해상으로 떨어진다. 아니다. 바로 인위적 실수로 조작된 ‘일본해’에 후두두둑 떨어진다. 어떤 건 다케시마에 떨어지는 것처럼도 보인다. 시청자들은 일본 난리 났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순진한 세계시민들은 일본이 또 미국이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시각적 이미지로 한 번 굳어진 사고는 사실을 균형 있게 받아들이는데 장애를 준다. 고이즈미의 굴욕 속에 꼭꼭 숨어있던 칼날이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독도와 동해, 재무장까지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건 또 무슨 궤변인가. 북한 대표부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치’ 결과에 남측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군사력 덕분에 힘의 균형이 생겨 한반도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험한 꼴을 면하고 있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쌀 달라는 얘기다.
뭐가 뛰니, 뭐가 다 생색을 낸다. 무슨 거지발싸개 마냥 찢어진 우산인지 모를 일이다. 하기는 통일될 때 북한 핵무기도 함께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쓸개 빠진 사람들도 더러 있긴 했다. 오판하지 말고 오버하지 말기를 바란다. 생각 해 주는 나라들이 참 많다.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중동으로 가보자. 2천 년을 지속해온 알라의 땅 팔레스타인에 다시 이스라엘을 ‘알 박기’ 해 넣을 때부터 갈등은 시작되어 왔다. 미국의 편리한 삼단 접이 식 우산, ‘선의 축’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전격 도발한다. 작전 명 여름 비....... 레바논 헤즈볼라 게릴라들에 납치된 두 명의 자국 병사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다.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에 헤즈볼라는 로켓포로 응전한다. 시리아와 이란이 발끈하며 제 5차 중동전으로 확산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첨단우산은 인공지능이 있어 때로 스스로 작동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주인의 묵인이 없이는 혼자 변신하지 않는다.
신들의 전쟁으로 국제사회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방의 자위권과 이슬람의 생존권이 맞붙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니파가 주도하는 레바논 정부의 한 축을 맡고 있기도 한 시아파 헤즈볼라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놓은 바 있다. 이대로의 휴전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9/11뉴욕테러가 있은 직후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 된다. 미국 부시정권의 군사력을 앞세운 무력 강권정치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에 그나마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온 나라 중에 프랑스가 있다. 혹시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공격을 떠올린건 나 혼자뿐인가? 농담이 아니다. 요즘 전쟁은 전쟁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흠씬 맞는 걸 싸움이라거나 전쟁이라고 하진 않는다. 폭행이고 침략이라고 해야 옳다.
서부개척시대에 아무데나 팻말 꽂고 요새를 쌓아 올리면 제 땅인 줄 알던 사람들 눈에는 자랑스런 전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캐나다 스티븐 하퍼 연방총리는 부시 정권의 중동정책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총리취임 이후 구린내 나는 몇 가지 작은 배려와 양해를 얻어냈음을 기억한다.
전임 폴 마틴 정권 당시, 부시는 자국의 미사일 방위체제(MD)에 캐나다를 끌어 들이려 부단히 노력했었다. 우산 씌워 줄 테니 날로 먹지말고 찬조금을 내라는 강매 분위기였지만 캐나다는 이를 거절 한바 있다. 이번 하퍼 총리의 첫 백악관 방문에서는 그에 대한 재론이 없었던 게 또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것도 찜찜하고 심상치 않다. 대가를 요구하고 지불할 지도 모른다. 스티븐 하퍼는 제발 죠지 부시의 “스티브”가 되어선 안되겠다. 걱정이다.
벌써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안정된 석유수급은 위협 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부시의 고향 텍사스와 스티븐 하퍼의 앨버타에서는 더 많은 석유재벌들이 탄생하며 파티를 벌이게 될 것이다. 다 함께 재벌이 되는 일은 없다. 헛물켜지 말자. 혼돈 속에 경제는 극과 극으로 내달리며 민생을 도탄에 빠트릴 수도 있다.
그 때, 스티븐 하퍼 연방총리가 “해피 홈리스 데이”를 새로운 국경일로 지정해준다 해도 별로 고맙지 않을 것이다. 이건 농담이다.
다시 행동대장 이스라엘에 묻는다. 누구의 뜻인가? 이 전쟁은 누구의 지시인가? 야훼인가, 부시인가? 80년 광주에서처럼 최종 발사명령을 내린 것은 귀신이라고 다들 발뺌한다면, 침략전쟁에 대한 지지여부와는 별도로, 전쟁을 통한 수혜세력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 세력이 국가건 정권이건 종파건, 특정 지방이건 도시건 개인이건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신성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가치가 그 더럽혀진 오일 달러로 지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보는 눈이 많다. 그래도 딴 놈은 배짱이고 먹은 놈은 말이 없을 테지만 말이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7/21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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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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