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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에
아버지날에 아버지날에 아내와 같이 부모님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봄에 심어 놓은 키작은 장미와 꽃이 잘 자라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아바지~, 내레 왔어요. 오마니~, 잘 계셨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이 나란이 같이 누어계시는 것을 보면서 살아계실 때, 두분이 오손도손 이야기하시면서 망질을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두분이 손잡이를 아래 위로 나누어 잡으시고 돌리시면서 때를 마추어서 재빨리 숟가락으로 물에 불은 녹두를 퍼서 맷돌 위에 난 구멍에다 넣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내레 좀 할까?” “됐쑤다~ 이만하면 됐디요?” “길쎄~ 요거 가지고 되갔나~? 식구레 몇인데……” 녹두를 갈아서 돼지 기름으로 지짐(평안도에서는 빈대떡이라고 하지 않고 지짐이라고 합니다)을 지지면 정말 맛있었습니다. 계속 돌아가는 맷돌 속으로 녹두를 적당한 양의 물과 함께 퍼서 넣는 것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언젠가 저도 한번 해보겠다고 우겨서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두가 옆으로 흩어지고 물의 양이 너무 적어서 돼지고…… 어머님이 만드시는 양이 많은 음식중에는 항상 아버님이 보조 요리사 역할을 하셨습니다. 시들은 장미꽃이 달려있는 가지를 짤라주고 물을 주면서 문뚝 언땅에 누으셔서 내 차를 고쳐주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버님은 우리집의 Mechanic이셨습니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아버님께서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때 어깨 넘어로 배운 덕에 요즘은 제가 아이들의 자동차 Brake 정도는 고쳐줍니다. “아버님이 그렇게 수고를 하셨는데……” 전 한번도 아버님께 수고하셨다고 맛있는 저녁을 사드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버님께서 저희집에 오시면 아내가 정성껏 음식을 차려드리긴 했지만…… 아버지께서 차를 다 고치신 다음에 모시고 나가서 저녁을 사드렸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후회를 했습니다.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한달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막내 아들 현이가 결혼을 하고 집을 샀습니다. 집을 관리하고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몰랐던 현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 했습니다. “아빠, 웬 고지서가 그렇게 많아요?” “몰랐지? 우리집에서 살 때가 좋았지~?” “미쳐 몰랐어요!” “임마 ~ 앞으론 더 놀랄꺼다!” “웬~ 할일은 그렇게 많아요!” “짜식 집쓰고 사는게 쉬운줄 알았지?” “이렇게 힘든거야?” “아직 멀었어! 봄에 꽃심어야지, 잔디깍아야지, 페인트칠해야지……” “아빠, 여기 다시 들어와서 살까?” “어림없는 소리!” 휴가를 내서 집주위를 정리하고 화단에 꽃을 심었습다. 시간이 남아서 현이네 집으로 향했습다. “어떻게 하고 지내나? 집은 제대로 가꾸고 있나?” 집에 도착해 보니 억망이었습다. 둘이 모두 바쁜것을 알지만 “너무했다” 싶었습니다. 잔디를 깍고 잡초를 뽑고 화단을 정리하고 꽃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저녁에 돌아와서 놀랄 아들과 며누리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힘든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모두 끝내고 나니 딴집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놀랬을꺼다! ㅎㅎㅎ” 저녁에 가계문을 닫고 집에가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현이한테서 전화왔어?” “아~니~” “안 왔어~? ……” 섭섭했습니다. 저는 휴가를 내서 하루 종일 잔디깍고 제돈을 들여서 꽃을 사다가 심어주었는데, 그게 눈에 안보였을까? ‘짜식, 전화라도 한번해주면 좋을텐데……’ ‘아빠 고마워요. 한마디를 못한단 말야?’ ‘현이는 그렇다치고, 정민이는?’ 평소에 인사성 밝고 눈치가 있는 며누리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려고 한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에구~ 잊어버리자! 아직 철이 없으니, 언젠가는 철들겠지……’ 그러나 섭섭한 것은 섭섭한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현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웬일이냐?” “아빠, 고마워요!” “…… 뭐가?” 꼬였던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Dad, you did great job! Thank you very much!” “짜식, 일찍도 인사를 한다!” “전화 할려고 했었는데, 너무 바빴어요. Sorry!” “……” “아빠, 주말에 저녁 살께요. 어디가 좋아요?” “글쎄~” “All you can eat BBQ 먹으러 갈까요?” ‘새로 살림을 시작했는데, 베낄수는 없지!’ “야~ 난 월남국수가 좋은데……” “아빠, 그건 너무 싸구려야! 아빠가 수고 했는데……” “너두 월남국수 좋아하자나” “나야 좋지요! 돈두 Save하고 ㅎㅎㅎ” “그럼 월남국수로 정하자” “OK~” 그런데 사실은 현이의 전화보다는 며누리의 전화를 더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종내 며누리의 전화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시아버지가 며누리에게 꾸지람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제가 참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옆구리 찔렀지!” “…… 어~ ……” “어쩐지~!” “애들에게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당신이 옆구리 찔러서 저녁 얻어 먹게 생겼네!” “옆그리를 찌를 땐 찔러야 돼!” “그럼 정민이 옆구리도 좀 찌르지 그랬어!?” “아들은 괜찮은데, 며누리한테는 못하겠더라구!” “하기사~!” 몇일 후에 Answering Machine에 “5”라는 숫자가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에구~ 내가 Answering Machine을 check하지 못했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몇일간Answering Machine을 check하지 못했습니다. 첫번째 Message: “아버님~~~” 흥분에 달뜬 며누리 정민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님~ 오늘 집에 와서 너무나 놀랬어요~! I don’t know what to say! So~~~ beautiful!!! Thank you! Thank you so~ much 아버님~! You’re great! Could you be our gardener? ㅎㅎㅎㅎㅎ 아버님, 너무너무 고마워요!” 뭔가 제 가슴을 쿵하고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아버님은 저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저는 고맙다는 표현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아버님이 살아계시다면, 오늘같은 날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아버님이 안 계시네요! 아버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아버님이 벌어진 앞니를 내보이시며 웃으시고 계셨습니다. 꼬리글: 세 며누리를 보고 처음 맞는 아버지날, 막내 현이네 집에서 온가족이 모여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아들들과 며누리들이 준비한 아버지날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을 받고 짧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너희들이 모두 결혼하고 처음 맞는 아버지날! 난 아주 기쁘다! 그리고 너희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회사에서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 한단다. 이유는 어떻게 세 아들들이 모두 그렇게 잘 자랐고, 어쩌면 그렇게 좋은 며누리들을 맞았냐고 하면서 부러워 한단다. 오늘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은 것도 고맙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을 때마다 너희들에게서 선물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란다. 앞으로도 내게 더 많은 선물을 주길 바란다. 너희들이 행복하게 사는게 너희 엄마와 나에게는 가장 귀한 선물이란다” 큰 아들 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그게 다 아빠가 하신거예요!” 큰 아들이 한 그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경기를 함께 봤습니다. 박지성이 동점골을 넣었을 때, 아마 현이네 집이 들썩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웃에서는 이집에 무슨 난리가 났나? 하고 의아해 했을겁니다. 저희들의 고함소리에 Rocky는 너무나 놀라서 문간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저희들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참 좋은 아버지날이었습니다!

기사 등록일: 200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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