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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할로윈 쇼 _ 김대식 기자
귀신들이 곡하고 있다. 할로윈 호박덩이에 촛불을 켜는 순간, 박이 산산조각 나며 세금폭탄이 터졌다. 연방정부가 세원확보를 위해 인컴 트러스트(Income Trust) 형태의 기업 이윤에 대해서도 새롭게 연방세를 징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람들이 할로윈 캔디를 꼬무락대기 시작한 저녁 무렵에, 연방정부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은 인컴 트러스트로 등록 전환하는 기업은 2007년부터 과세대상에 포함되며, 기존의 인컴 트러스트 기업들은 4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2011년부터 기업이윤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강력한 폭탄을 까 던지며 ‘깜짝 쇼’의 시작을 알렸다.
연방보수당 새 정부가 한 건 했다. 그 동안 인컴 트러스트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면제되던 제도를 이용해 세금부담을 합법적으로 피할 목적으로 유행처럼 변신을 꾀하던 기업들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연방정부는 일탈해가는 기업들의 탈주로를 막아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꺼내 들고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보안 속에 특별팀을 운용해 왔다.
보안은 완벽했다. 발표 예정 일이던 할로윈데이에는 주식시장에 사전변화가 있지 않은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간을 기다렸다. 혹시나 있을 지 모를 정보누출 여부를 최종 확인하면서 재무장관의 입을 통해 전격 과세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주들이나 금융전문가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 어둠과 함께 찾아 온 지상 최대의 ‘할로윈 쇼’ 개막에 다들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검은 수요일의 아침이 열리며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대 공황 속으로 빠져 든다. 당장 기업전환을 준비 중이던 텔러스와 벨 캐나다는 완전히 뒤집어 지며 실망감을 넘어서 일전불사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짐 플레허티 재무장관은 아무리 숨 넘어 가도 미안하지만 “물은 셀프” 라는 듯, 예외는 일체 없다고 밝혀 최종 결정임을 재 천명했다. 장난이 아니란 얘기일 것이다.
새로 출범한 보수당 하퍼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공약대로 GST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를 시행해 왔다. 그러면서 그 부담을 일반 시민들이 메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를 살리려 한다는 비난을 들어 오기도 했다.
금년 들어 쓴 소리 들어가며 법인세를 대폭 낮춰 줬음에도 제 복에 겨워 달아나려는 기업, 그래도 들이대는 기업에 대해 괘씸죄를 걸어 세무사찰을 하겠다거나, 그게 겁나서 막말을 못한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과연 캐나다가 선진국임엔 틀림 없어 보인다.
게다가 여야를 불문하고 떨거지 의원들이 웃통 벗고 나서서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려는 이해 못할 짓거리도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자유당에서는 연방보수당이 선거공약을 깨는 폭거를 행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신민당과 퀘벡당에서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기도 한다. 문제를 키워 온 건 사실상 자유당이었으며, 트러스트 기업에 대한 과세정책은 자유당정권 시절에 지들이 취했어야 옳다는 역공이 가해진다.
새 정부의 결심에는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벨 캐나다와 텔러스 외에도 캐나다 최대 오일 및 가스 생산업체로 캘거리에 본사를 둔 EnCana의 움직임이 레이다에 잡히며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앨버타 오일산업에서도 여기저기 한숨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트러스트 기업의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투자가 줄어들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메이드 인 캘거리’, 앨버타가 배출한 연방수상에게 뒷통수 맞았다고 퉁퉁 불어있다.
실제로 ‘케네디언 에너지 트러스트’ 제휴업체들은 정치적으로 보수당정부와의 한판 맞짱 뜰 자세로 벼르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 닫는 모든 투쟁을 캘거리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정치학자들은 스티븐 하퍼를 포함한 어느 보수당 정치인도 패퇴 시키지는 못할 것이며, 보수당의 요새가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는 캘거리고 앨버타이기 때문이다.
캘거리 MRC의 한 정치학 교수는 현재의 두려움이 잦아들면 보수당의 트러스트 과세 결단이 존경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스티븐 하퍼 연방총리의 뚝심이 결국 인기에만 영합하지 않은, 용감하고 직접적이며 고뇌 끝에 내린 결심으로 인식되리라 내다 본다.
이에 반해 골수 보수당원 중에도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반기를 드는 사례 역시 목격되고 있다. 자신이 십대 시절부터 보수당 지지 당원이었다는 올해 환갑의 시민은, 만일 자유당이 현재 트러스트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의 권리 유지를 약속한다면 평생 처음 자유당에 한 표를 던지겠다며 이번 결정의 충격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일말의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예상 수익이 적게 나타나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 계좌를 들여다 보는 순간 순간마다 보수당의 폭거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바드득 갈기도 한다.
변화에 따라 손실이 눈에 빤히 보이는 일반 국민들의 반발에는 정부가 꼭 이런 식으로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었느냐는 방법론적 비난이 따르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폭락 후 반등, 다시 하락의 사이클을 나타내며 종 잡을 수 없는 행보를 나타낸다. 지금이라도 이 바닥을 뜨자는 사람들과 위기는 기회라며 차익을 노리려는 선수들이 뒤섞여 장을 어지럽게만 한다. 혼란 와중에 개미들만 밟히고 새우 등만 터질까 걱정스럽다.
작은 정부나 큰 정부나 세금 걷는 일엔 게으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트러스트 기업 세원확보로, 이제 서슬 퍼런 국세청이 알아서 챙길 연방세 수익 전액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 살림 규모를 줄이며 세금감면정책을 펴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한 점 의혹도 없는 예산집행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일반 국민들은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서민들은 면제대상을 확대하고 지원은 늘려 달라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복지정책 기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 들어 노년층을 포함한 서민들의 살림은 어려워져만 가고 있다. 연방정부는 중산층 인구 비율이 점차 줄어들며 빈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만일 힘겹게 결정해 꿰찬 세금이 아프가니스탄 참전을 비롯한 군비나 그 밖의 허튼 일에 물 쓰듯 쓰인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안 걷느니만 못하며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게 백 번 낫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를 지도 모른다.
귀신들이 곡하고 있다. 쌈지 돈이든 노후 연금용이든 투자자들은 밤잠을 설치며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괴기스런 ‘할로윈 쇼’는 오늘도 계속된다. “Trick or Treat!”
앨버타 보너스 체크는 기약 없다. 오타와 총리관저에서는 달콤한 눈깔사탕이라도 하나씩 집어 줘야 할 모양이다. 젊은 보수당의 공약, GST인하 최종목표는 5퍼센트까지였다. 또 한번 공약을 깨는 혼란만 없다면 아마 곧 나머지 1% 인하가 따르지 않겠는가. 이게 어딘가. 땡큐, 스티븐 하퍼! 또 두고 봐야겠다.

글_김대식 기자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1/1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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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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