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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별일 아니다 _ 김대식 기자
남극에 봄이 오고 있다. 영구동토라던 툰드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푸른 잔디가 깔리고 있다. 죽은 동토라고만 알고 있던 땅에 남극제비 갈매기를 비롯한 동식물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푸른 남극잔디의 영토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생명의 신비라고 경탄하기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남극에서 떨어져 나와 시리도록 푸른 빙산은 뉴질랜드까지 떠내려가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북극을 봐도 마찬가지다. 북극의 빙산이 떨어져 나가며 유빙이 되어 떠도는 장면은 이제 식상한 뉴스일 뿐이다. 북극곰이 작아지고 있다. 체형이 작아지고 새끼 곰들이 성장해 자연상태에서 살아 남을 확률은 점차 줄고 있다. 생활터전이 줄어들며 먹이가 사라지고 있다. 빙산을 타고 큰 바다까지 돌아다니며 먹이사냥 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야생동물협회에서는 북극곰을 멸종위기 보호동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다에서만 생기는 일은 아니다. 지구 최고봉을 자랑하는 히말라야 역시 만년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 고원에도 사막화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티베트 만년설이 백 년 이내에 절반 이상 사라지며 황폐화 될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 만년설이 사라지고 나면 오래지 않아 죽음의 사막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의 킬리만자로 역시 마찬가지다. 건기와 우기의 구별이 없어지며 국토 대부분에 가뭄이 거듭되고 있고 만년설이 녹아 내린다.

바로 지구 온난화, 그 때문이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지며 지구가 급격히 더워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얘기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1997년 세계는 어렵사리 ‘교토 의정서’를 채택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일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의정서가 채택된 이후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이해는 물론, 선진국 간에도 이견이 표출되며 무려 9년의 세월을 허비한 2005년에야 공식 발효됐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한 교토 의정서의 1차 의무 이행기간은 2012년 만료된다. 그 진행상황을 보면 오늘도 내일도 절망적이다. 그 목표치 달성이 공염불에 그칠 위험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 당시 약속한 EU 8%, 미국 7%, 일본 캐나다 6%는 저 멀리 물 건너 갔다. 미국은 드러내놓고 발을 뺐으며 캐나다는 횡보 끝에 포기를 선언 했다.
가난한 나라일 수록 기후변화에 적응할 능력이 힘겨워 허둥대고 있지만 그 책임을 지겠다는 선진국은 많지 않아 보인다.

‘12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있었다. 국가간의 이해가 갈린 채 12일간의 지루한 회의는 이견을 모으는데 실패하며 2008년을 기약하는 것으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미국이 요지부동인 상황하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협상은 시간만 소모했을 뿐 짜증나는 자신만의 입장을 내세우는 논지로 얼룩졌다.
특히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던 지구방위대 미국이 온실가스 문제에 있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책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실망스럽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천사의 나라 미국이 설마 그럴 리가…, 그래서 오보이길 바란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무시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급속하게 진행되어 대 재앙으로 이어질지 모르며, 그 재난을 막기 위한 시간은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는 경고가 무색할 뿐이다. 역사적으로 오늘의 환경위기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발뺌하고 있으니 문제다.
또한 개발을 추구하는 세계 제 2의 공해 배출국 중국과 인도가 속도를 늦출 결단을 미루고 있다. 다들 ‘너나 잘 하세요’를 견지한다.

캐나다는 이번 회의에서 프랑스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감내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 환경부장관의 비난을 캐나다는 면전에서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지방 사투리로 '잘코방신'이란 말이 있다. 욕먹어도 싸단 얘기다. 이는 캐나다 환경정책이 타국으로부터 받은 첫 공식 비난 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되는 것이다.
전임 연방자유당 폴 마틴 정권 당시에 서명됐던 의정서는 하퍼 정부 들어 귀 떼고 X뺀 당나귀 같은, ‘클린에어 액트’로 후퇴하며 국내외의 강한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 현실에 맞는 오염규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어딘지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야 3당은 합심해서 하퍼 정부의 환경정책을 제대로 문제 삼을 것임을 천명 했다. 의회에서 수정 없이는 통과 없다고 벼르고 있다.
하퍼총리는 이를 비껴갈 생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하퍼총리가 바라듯이 캐나다가 세계 지도자로서의 정치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도덕적이고 바른 길이기도 할 것이다.
APEC에서 한반도를 걱정하는 수사를 쏟아 놓거나, 인권문제 따지겠다던 중국 후진타오와의 정상회동은 밥만 먹고 헤어졌다며 빈축을 사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약발 받을 것이다. 부시의 뒤를 밟고 다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환경오염의 중심에는 앨버타가 있다. 너그러운 규제에 따라 무차별한 오일샌드 개발은 국내 최대 환경오염물질 배출구라는 오명을 불러온 지 오래다.
경제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제쳐 놓고라도 개발속도에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신선하게 들리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의 빙원이 삭막하게 후퇴하며 강물로 녹아 흐르던 소리가 음산하다. 까마귀 발가락 한 마디가 떨어져 나간 만년설 보기가 민망하지 않은가.

아무도 그 위험을 부인하지 못하면서 자국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 외면한다면 정말 이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시한폭탄의 뇌관을 해체하는 데는 앞장서지 않고 다들 뒷짐만 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급행열차가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어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혹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근처 어디쯤에 지구종말을 부추기는 악의 축 같은 나라들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겠다.
또 추운 나라 캐나다는 지구가 좀더 따뜻해져야 좋다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루 이틀 질질 미루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 “우리는 전멸한다”고 무전을 치고 있어도, 그래도 어느 나라에서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중도금을 붓기 위해 정신 없을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는 시궁창에서 기름을 걸러내 팔아 먹느라 목이 붉게 충혈될 것이며, 오일달러를 흥청망청 쓰다 지칠 것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국가나 사회나 개인이나 자신들 속의 이기심과 열심히 대화하며 타협하고 있다. 그러니 전혀 급해 보일 리가 없다.
이해타산이 걸리면 ‘우리’는 없고 공생도 없다. 세상이 망조가 들어가도 다들 자기 밖에 모르고 있다. 별일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1/17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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