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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를 처단하라. 글 : 김대식 기자
전직 러시아 비밀요원이 영국에서 독극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며 러시아 판 김형욱 사건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의문의 독극물에 중독된 러시아의 전직 연방보안국(FSB) 스파이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Alexander Litvinenko)가 23일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
정보기관까지 총 가동해 수사에 뛰어들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독살된 것으로 믿어지는 그는 경찰 조사 시에 런던의 한 호텔에서 친구인 전직 크렘린 경호원과 함께 또 다른 러시아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의문의 러시아인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차를 마시라고 권하는 것 외에는 거의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실려 갔지만 불과 5일 만에 숨진 것이다. 숨진 스파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는 옛 소련 KGB의 후신인 FSB에서 중령까지 진급했다. 그러나 1998년 FSB의 한 러시아 재벌 암살기도 음모를 폭로하며 당시의 상관 푸틴 위원장과 갈라섰고.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돼 9개월간 복역한 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했었다
등 돌린 스파이는 2002년 출판한 자신의 저서를 통해 1999년 수 백 명이 희생된 러시아 아파트 폭파사건은 정보국이 공작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푸틴은 그 사건을 체첸 분리주의자의 소행으로 몰아 다음 해 권력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와 가깝게 지내오던 한 여성 신문기자는 푸틴의 체첸 정책을 비판해 오다, 금년 10월 모스크바 그녀의 아파트에서 청부 살해 되기도 했었다.
두 번째 시도였다. 그는 그녀의 죽음이 러시아 정보국의 짓이라는 확신을 갖고 조사해 오기도 했었다. 체첸의 반군 지도자 역시 러시아 첩보기관으로부터 독살 당했었다. 독살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입을 막지는 못했다.
사망 직후 병원 밖에서는 ‘한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전 세계로부터 쏟아질 비난은, 푸틴! 당신의 귓전을 때릴 것’이라는 저주가 낭독 되기도 했다. 숨지기 직전 아내 앞에서 서명한 최후의 변 이었다.
그의 몸 속에서 발견된 방사능 물질 폴로늄-210 은 자연상태에서도 미량 존재하지만 이만 큼의 분량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극소수의 핵 연구소에서만 가능한 물질로 보고 있다.
CNN뉴스에서는 이 물질이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될 수 있다는 특성, 운반이 안전하고 용이하다는 점이 독살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보복 살해된 전직 스파이는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선거 당시 러시아 정보국이 야쉬첸코 대통령에게 다이옥신 독극물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하는 여러 러시아 요원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스파이의 죽음 후, 세계의 눈은 러시아로 쏠렸지만 러시아는 의혹을 부인했다. 푸틴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그 죽음이 타살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부검한 그의 시신에서는 치사량의 2백배에 달하는 폴로늄이 검출됐다. 암시장에서 구하려면 한화 200억 원에 달하는 분량이라고 한다. 일반인의 짓은 아닌 것이다.
불똥은 사방으로 튀고 있다. 독극물을 사용한 살해행위는 그 범행 전모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독살은 구 소련체제 하에서 흔히 사용되던 방법이었으며, 전직 KGB관료 출신의 푸틴이 정권을 잡으며 악습을 다시 부활시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푸틴이 서방세계의 조작극이라고 역 공세를 펴더라도 또 사건이 미궁에 빠지더라도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비난에서 헤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 입맛에 맞지 않거나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는 정적들을 의문사 속으로 몰아 넣은 정황은 과거 한국의 현대사에도 여기저기 어두운 치부처럼 자리하고 있다.
변절한 러시아 스파이에 대한 독살혐의 사건을 보며 과거 김형욱 실종사건을 떠올리는 건 어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 출신의 그가 미국으로 망명해 자신이 주도하던 공작정치, 정권의 아킬레스 근을 물어 뜯으며 만천하에 고발한 행위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행위를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여긴다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당시는 정권이 곧 국가를 의미하기도 하던 철권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그는 파리에서 행적이 묘연해져 실종처리 되고, 무성한 추측만 낳으며 또 하나의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었다. 일년 전, 그의 프랑스 행적이 속속 들어나며 국가권력의 사주를 받아 청부살인업자로부터 살해 되었다는, 일각의 심증에 물증이 더해 지며 다시 논란이 일었었다.

배신자를 처단하라!
누군가의 직접적인 지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정권 내에서 알아서 청부살인이 저질러 졌다면 이는 더 큰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집단 광기로 무장된 패거리문화가 조직을 위해서는,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다는, 시스템이 종용한 자생적 범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의 향수에 목마른 이들이 많다. 이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역사적 사명을 타고 난 운명도 좋지만 가릴 것은 가려가며 나아갈 바로 삼길 바래야겠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만 그들이 꿈꾸는 권토중래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정치적 보복이나 테러, 부관참시가 어느 쪽에서도 용납 받는 세상은 아니다.

등짐이 무거워 보인다. 역사는 그냥 제 자리에 내려 놓아 주었으면 좋겠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도록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날의 용사들이 비열한 거리를 지나 다시 뭉쳤다는 소식이 들린다.

음지에서 연구하고 양지를 지향하던, 삐까뻔쩍 눈 부신 새 역사교과서가 탄생하는 모양이다. 민족의 경사다. 뉴라이트 여러분께서 상향등을 켰다. 어쩜 상향등에 마주보기 눈 부셔 눈꼬리를 치켜 뜨거나 찡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노려 보는 게 아니니 서로 오해는 없어야겠다.
우리가 한때 물려받았던 책은 이제 또 엿 바꿔 먹어도 좋을 세상이 오는 모양이다.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참 보기 좋다. 정말 잘 됐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만들었을 새 역사교과서는 무덤까지도 그들과 함께 갈 것이다.
내용이 참 좋은 모양이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눈물없이 볼 수 없다는 어느 신파극보다 더욱 더 눈물 겹다고도 한다. 그들에게 바이블과도 같은 역사 코드가 어쩐지 많이 슬퍼 보인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2/8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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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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