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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4월 20일자)
같은 동네에 사는 딕(Dick)은 만날 때 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다. 수요일 아침에도 그는 신문을 샀다. 굵직한 화두였기에 평소 같으면 한참을 대화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 그는 잠시 신문만 들여다보고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돌아가면서 아침인사 대신 한쪽 눈을 한번 찡그려 준다. 손에 든 캘거리 헤럴드의 1면에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사건의 범인이 South Korea의 미국 이민자라는 제목의 머릿기사가 달려 있었다. 캘거리의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월요일(16일). 우리는 참으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 학생이 총을 난사해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참으로 상상하기 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충격과 실망에 사로 잡힌 것은 사건 발생 수시간이 지난 후 였다. 범인이 미국 영주권을 가진 23살의 한국 국적의 학생 조승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8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학생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정보들은 대략 주변 정황에 근거했다.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해 비교적 이민생활은 안정권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조씨의 학교생활은 진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던 듯 싶다. 음울하고 과묵하며 폐쇄적인 성격이란 증언이 전해졌다. 담당 지도교수는 같은 학급의 학생중 7명이 조씨가 무섭다며 결석을 했다는 증언도 했다. 학교 과제물로 잔인한 희곡을 써 제출했고 섬뜩한 시를 써서 친구에게 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씨가 범행전 미 NBC방송국에 보낸 소포에는 세상을 향한 그의 ‘분노’가 담겨 있었다. 한때 범행동기가 여자친구와의 치정으로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소포에 담긴 비디오나 사진을 보면 그는 불특정 다수 특히 부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적개심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예수처럼 죽는다는 그의 말에서 종교적 번민과 갈등도 읽혀진다. 보통의 이민 1.5세대들이 겪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정체성 혼란이 그를 심하게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한국계가 희대의 살인극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은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정치권과 각계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같은 일사분란한 유감과 애도의 물결은 그동안의 예로 볼 때 다소 이례적이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32일간 금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언론은 더욱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인이란 사실이 사건의 본질이나 된 듯 앞다투며 사회의 침통한 분위기와 인종차별에 대한 경계심을 부각시켰다. 미국의 언론은 차분했다. 사건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사건의 원인도 자유로운 총기소유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소홀에 비중을 뒀다. 범인의 국적에 대한 언급은 처음 신원이 드러났을 당시에만 치중했고 그 이후에는 다뤄지지 않았다. 캘거리 선의 경우 수개의 관련 꼭지들을 읽어봐도 조씨의 국적은 찾아내기도 힘들 정도로 기사에 묻혀 있었다. 그들은 한국 커뮤니티의 반응과 분위기를 스케치하는데도 관심이 없었다. 미국 언론은 오히려 우리의 ‘과민’을 의아해했다. 이들은 개인의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개인과 민족을 동일시하는 한국 특유의 민족주의적 성향과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강한 열망이 만든 결과로 해석했다 한국정부가 조문사절단을 보내겠다고 미국에 제의하자 미 국무부가 한국계 이민자가 사고를 낸 것이지 한국이 사고낸 것이 아니라고 거절한 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의 큰 시각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당분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벌써 미국의 교민사회에서는 ‘증오범죄’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부 미국인들이 교민들을 향해 욕을 하고 침을 뱉는 등 코리아타운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캘거리도 이런 일에 자유롭지는 못할 듯 싶다. 이번 일로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당할 수 있는 범죄가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음을 어른이나 아이들이 기억해야 할 일이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 버지니아공대 사건이 발생한 날 캘거리의 NE에서도 한 남자가 사망했다. 그는 집 앞에서 여러발의 총에 맞았다. 금년 들어서 10번째 희생자다. 사건이 발생한 곳 옆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하키놀이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갱단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진스런 우리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고 주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다. ‘잔인한 4월’이다. 편의점에 관한 소식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연방정부에서 나온 담배 인스펙터들이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캘거리내 편의점과 24시간 상점 78곳을 방문해 미성년자로 하여금 담배를 구매하게 했는데 41곳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아 적발됐다. 이중 25곳의 상점주인과 종업원이 지난주 목요일 법정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두번 이상 지적당한 상점들이다. 이들은 일정기간 담배판매가 금지된다. (youngminahn@hotmail.com) 편집자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7년 4/2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7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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