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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에서 (11번째)
1998년 3월: 어진이 이야기

“아직 집에 갈 시간이 안됐어?” 시계를 힐끗 쳐다보면서 순진이가 말했다.
“이제 겨우 6시야! 한시간 더 있어야 돼!”
“오늘은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한가하면 시간이 더 안 가잖아~!”
요즘은 일거리가 없어서 손을 묵고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빨리 봄이 와야, 일거리가 좀 들어 올텐데……”
한국에서는 춘삼월이라고 하면서 꽃소식을 기다리는 시기인데도, 카나다의 3월은 아직도 눈이 쌓여 있었고 기온은 영하를 기록하고 있었다.
‘겨울이 한국처럼 석달이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 갈 시간을 기다리며 시계만 쳐다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Hello~”
“아빠~ Guess what?!” 찬이의 목소리였다.
“…… 무슨 일이야~?”
“Guess해 보래니까!”
“뭔데 그래~? 빨리 말 못해~?”
“할까~… 말까~…… 아빠~ 나 입학허가 통지서 받았다~!”
“그래~? 여보~~~ 찬이가 대학 입학 통지서 받았데~”
“찬아~ 축하해~!” 순진이가 문닫을 준비를 하다가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찬아~ 축하해! 지금 문닫을 시간이 됐거든.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축하해~”
“Thanks dad!”

찬아는 다른 두 아들에 비해서 내성적이었고 공부를 열심히는 하는데, 열심히 하는 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곤 했다. 그래서 찬이는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면서 혼자 속을 끓이곤 했다. 나는 찬이에게 더 신경을 썼다. 학교공부도 그랬고 축구와 Hockey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시켰지만 진이와 현이는 동네 대표팀에서 부주장을 하면서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었는데, 찬이만은 한번도 동네 대표팀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그게 찬이를 알게 모르게 주눅을 들게 하는 것 같았다. 진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됐고, 찬이가 대학에 원서를 넣을 때, 본인은 공대에 가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학교생활, 학교성적, 적성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찬이가 공대에 가는데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찬이의 물리와 화학 성적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물리와 화학이 80점 정도 되는 성적을 가지고 공대에 가기에는 부족하다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입학은 되더라도 졸업하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찬이가 입학원서를 쓰기 몇일 전에 나는 찬이와 진지하게 이야기했고, 나는 찬이가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를 건의했다. 그런데 그게 찬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왜 동생 현이는 공대에 가라고 하면서 자기는 못 가게 하느냐고 따졌다.
“아빠, 왜 나는 공대에 못 가게 하는거예요!”
“찬아, 내가 못 가게 하는게 아니잖아~!”
“그럼 뭐예요?”
“아빠는 네가 Engineer 보다는 교사가 되는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
“그리고 공대는 Physics를 아주 잘하지 않은면 힘들어”
“…… 그럼~ 아빠는 내가 Physics를 못 한다는 거구나!”
“찬아, 그렇게 생각하지마! 너는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애니까 잘 따라갈꺼야. 그렇지만 쉽지 않을꺼야!”

찬이는 “쉽지 않을꺼야”라는 말을 “너는 공대에 못 갈꺼야”로 해석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상했고…… 카나다에서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졸업을 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밤새워 코피를 쏟으면서 공부를 해도 4년제 대학을 4년에 졸업하기는 힘들었다. 그 중에서 공대는 더더욱 힘들다고 했다. 찬이의 성격으로 봐서 대학에서 힘든 상황이 되면 그걸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게 나의 걱정이었다.

찬이는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나처럼 교회에서 유년 주일학교 선생을 하면서 아이들을 잘 돌보아 주었고, 선천적으로 착한 심성을 아이들도 아는지 찬이를 아주 잘 따랐다. 그래서 나는 찬이에게 교육대학을 추천했던 것인데…… 찬이는 나와 대학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로 거의 일주일간 아무 하고도 말이 없었다. 마음이 몹씨 상한 것 같았다.
‘자기도 속이 상했겠지!’

원서 마감하기 일주일 전에 드디어 찬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아빠가 말한 것처럼 교육대학에 갈께요!”
“네가 싫으면 안가도 돼!”
“아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형하고도 이야기해 보고,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 잘 생각했어!” 순진이가 끼어 들었다.
“너두 그랬지? 네가 어렸을 때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너의 학교생활이 훨씬 즐거웠을 거라고”
“……”
“네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서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잘 돌봐줘”
“……”
“그게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니!?”
“Thank you, 아빠”
찬이는 기쁜 마음으로 교육대학에 원서를 냈다.

Ontario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번째는 대학 1학년 부터 교사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4년을 공부하고 교사가 되는 경우이다. 이 과정을 Concurrent Education이라고 한다. 두번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1년을 공부하고 교사가 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학업을 끝낸 후에 교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교사자격증이 주어지고 교사로서 일을 하게 된다.

첫번째 경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Concurrent Education 과정이 있는 대학에 들어간다. 두번째 경우는 의과대학, 치과대학, 법과대학등을 지망했다가 입학허가를 못 받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때는 입학이 대단히 힘들었다. 찬이의 경우는Concurrent Education 과정에 입학한 경우였다.

교육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학교성적도 중요하지만 지원자가 교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적성문제를 대단히 중요시 했다. 성적과 적성이 반반 작용한다고 했다. 적성을 알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2 page에 달하는 지원자 소개서(Personal Profile)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소개서에는 왜 교사가 되길 원하는지, 어떤 경력이 있는지를 소상히 적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학교성적이 좋아도 입학이 허가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대학에 따라서는 최종적으로 면접을 하는 학교도 있었다. 카나다에서는 인성교육을 대단히 중요시 한다. 그래서 의과대학, 치과대학, 법과대학, 교육대학에서는 모두Personal Profile을 요구한다. 학교성적을 최고로 쳐주는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찬이는 자기가 가기 원했던 1차 지망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은 것이었다! 찬이는 싱글벙글했다. 온 가족이 모두 축하해 주었고 찬이는 오래간만에 형제들에게
‘봤지~!? 나도 할수 있다구~!’ 하는 표정이었다.
기뻤다! 항상 치이기만 하던 찬이가 가슴을 쫘~악 펴는 것 같아서 나도 신이 났다!

“찬아~, 부디 좋은 선생님이 되길 바래~!”
“……”
“학교에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잘 인도해 주고……”
“네~……”
“찬아~ 좋은 선생님은 올바른 인간을 만드는 사람이고,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란다!”

찬이의 손을 꼬~옥 쥐어 주었다!


꼬리글:
찬이가 제출했던Personal Profile을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영문과 부족하지만 제가 한글로 번역한 것을 올리겠습니다.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등록일: 200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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